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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넘어 역사와 사상, 예술을 아우르는 한편의 서사시 『오~한강』

허영만의 『오~한강』 을 읽고(서평)
19.05.22 14:19l

검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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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넘어 역사와 사상, 예술을 아우르는 한편의 서사시 『오~한강』
 
오랜만에 잘 읽지 않던 만화책을 읽었다. 이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만화책이라고도 하고 역사를 소재로 만화라 하니 한번쯤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중반을 넘기면서 『오~한강』이라는 만화에 빠져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처음 1~2권을 읽으면서 느낌은 "강토와 그의 아들 석주라는 인물을 통해 비운의 한국현대사를 잘 표현했구나!" 정도였다. 하지만, 역사를 전공한 나로서는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양비론으로 비춰지는 작가의 관점과 그 안에 녹아있는 반공이데올로기, 그리고 지금의 사회분위기에 걸맞지 않는 여성 캐릭터들의 모습. 그래서 단지 역사의 이야기만 있었다면 중간에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를 감안한다면 파격적인 시도이며, 훌륭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80년대가 아닌 분단의 상징이 하나 씩 허물어지고, "미투 운동"으로 여성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2019년에 읽기에는 여러 가지로 만족스럽지 못 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 중반을 넘어서면서 『오~한강』의 진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등장인물을 통해 던져지는 질문 하나 하나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내가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며 끊임없이 고민했던 질문과 의문들이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아나 있었고, 내 의식 안으로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해방부터 87년 까지 한국현대사를 상징적이고도, 함축적으로 묘사한 부분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역사와 사상을 넘어선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이 이곳 저곳에 묻어나 있었다. 사상과 예술 사이에서 그리고 이상과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예술이란 것이 무엇인가?', 더 나아가 '인간에게 사상과 예술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에 대한 질문과 작가의 메시지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이자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한강』이라는 만화는 단순한 반공만화가 아닌 역사만화이자 예술만화이며 철학만화이기도 하며, 인간의 사상과 예술, 그리고 민초들의 삶과 고민을 함축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작품이기에 첫 선을 보였던 87년에도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 같다. 그리고 작가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87년에도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분단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필요하고 읽어야할 책인지도 모르겠다. 2019년에 새옷으로 갈아입고 우리에게 나타난 『오~한강』이 나에게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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