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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구청장협의회 회장단, 기초자치단체장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지방 상생을 위한 협약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구청장협의회 회장단, 기초자치단체장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지방 상생을 위한 협약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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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1955년 2월 11일 경남 창녕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1971년 서울 경기고에 진학했다. 그 후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다니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울 사람'이 됐다.

박 시장은 "농사꾼 부모의 도움으로 서울로 유학 와서 시장까지 됐는데 대부분의 서울시민들이 저와 비슷한 경로를 겪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1960년의 한국은 전체 인구의 58.3%를 농민이 차지하는 전형적인 농업국가였다. 농업국가에서 벗어나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과 정보, 물자가 한 곳으로 모이는 도시화가 필요했고 이는 20세기 후반기의 국가발전 전략으로까지 격상됐다. '형편이 되는' 사람은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 그 시절에는 당연한 일로 치부됐다.

21세기 들어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서울의 인구는 거침없이 늘어나다 못해 시민의 생활권역이 경기·인천까지 날로 확대되는 반면에 서울 발전의 젖줄이 돼 온 지방은 이제 '공동체 소멸'을 걱정해야할 형편이다.

'지방 소멸'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일부 기초단체들이 중앙정부 교부금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인구 10만 명 선을 지키려고 전입 인구 늘리기에 나서고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 '지방 소멸'의 명백한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은 정반대로 인구 집중으로 인해 고용·주거·교통·환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례 없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급속한 산업화를 이룬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1억 3000만 명의 일본 인구가 2100년 경에는 지방이 거의 소멸해 5000만 명까지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는 "일본은 2000년대 고이즈미 정부가 도시재생특별법을 만들고 아베 정부는 지방창생법을 만들어 지방에 사람과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20여 년 노력의 결과로 일본에서는 로컬 지향의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내 삶을 바꾸는 서울의 '10년 혁명'을 완성하겠다"는 가치를 들고 지난해 3선에 성공했다. 같은 해 8월 17일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으로서의 업적을 열거하는 박 시장에게 기자는 "임기 동안 서울에 이것저것 다 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서울만 계속 발전하면 지방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겠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박 시장은 "3선 시장이 되기 전까지는 서울에만 몰두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 없는 서울, 농촌 없는 도시가 있을 수 없다. 이제부터는 지역과 농촌에도 제대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지역 상생 종합계획, 청년들의 농촌 창업 돕는다

지역균형발전론자로서 박 시장이 고민해온 결과물이 약 9개월 만에 나왔다. 22일 서울시가 29개 기초자치단체장들과 함께 발표한 '지역 상생 종합계획'이 그것이다.

박 시장은 "오늘 발표한 내용이 하나하나 다 중요하지만 도시와 농촌의 미래를 만들어갈 청년들의 교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방에서 취‧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발굴·지원해 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주고 침체됐던 지방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에 유학 왔다가 졸업 후에도 지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고 터를 잡은 박 시장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은 얘기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들이 서울에서 일자리를 얻고 사람이 몰리다보니 서울의 일자리가 더더욱 부족해지는 악순환과도 연결된다.

서울시는 연간 100명의 청년(만 19세~39세)들을 선발해 창업자원 조사부터 아이디어 구체화, 사업모델화를 위한 인큐베이팅까지 단계별로 지원하기로 했다. 선발된 팀은 사업비로 연 2000만 원~5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창업모델 참여자는 2022년까지 연 200명으로 확대한다.

지방도시의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과 연계해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보려는 청년들도 연간 200명 선발해 시와 해당 지자체가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2022년까지 연 300명으로 확대). 박 시장은 "서울의 청년들이 여러 가지 가능성과 기회가 있는 농촌으로 가서 새로운 창업이나 일자리 기회를 고민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민 대상의 귀농·귀촌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서울시는 매년 80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귀농창업교육(140명), 귀촌교육(360명), 귀농‧귀촌지역교류(220명) 등을 진행한다.

충북 괴산(9월), 경북 상주(10월), 전남 영암(11월) 3곳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10곳에 연 2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서울농장'이 문을 연다. 귀농‧귀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단기간 체류하며 농촌문화를 체험하고 관련 정보도 교류할 수 있도록 체류형 숙소와 실습을 위한 개인텃밭과 체험장, 편의시설 등이 마련된다.

매년 60~70여 가구를 선발해 9~10개월씩 장기간 동안 농촌살이 기회를 제공하고 정착을 지원하길 했다. 대상지는 경북 영주와 전북 무주, 전남 구례 등 6개 시·군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는 참여자 모집과 60%의 교육비(40%는 자부담)를 지원하고, 해당 지자체는 거주‧체험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농‧특산물 오프라인 상점(상생상회)을 안국동에 연 데 이어 2021년에는 마곡 지역에 도시농업과 관련한 홍보, 판매, 체험이 모두 이뤄지는 종합 플랫폼인 가칭 '농업공화국'을 만들기로 했다. 지상 3층 규모의 '농업공화국'은 지역 농특산물 홍보‧체험관, 농업전시관, 씨앗은행, 체험농장, 텃밭 직거래 장터 등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서울시는 이곳을 지역의 특산물과 정보, 커뮤니티 등 상생자원이 모이는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서울시의 '상생 종합계획'은 도시화가 만들어낼 어마어마한 격차를 어떻게든 완화시켜보려는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매년 수백 명 선에 머무는 지원 규모도 '도농 격차 해소'라는 원대한 이상에 턱 없이 못 미치는 숫자다.

도시화라는 큰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비관론과 함께 전국 10곳에 골고루 나눠주는 모양새에만 신경쓰다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한 '혁신도시'의 사례도 회자된다.

박 시장은 "그 동안 서울시의 정책들이 산발적, 비조직적, 비체계적이었기 때문에 오늘 종합해서 내놓았다"며 "여러 가지 모델들을 실험해보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더 해보겠다"고 말했다.  

태그:#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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