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법원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법원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법원이 방청객에게 "주제넘은 짓 했다"며 모욕 발언을 한 판사에게 주의 조치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거부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2일 "판사가 법정 방청객에게 인격권을 침해하는 언어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해당 판사 주의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했지만 현재 해당 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방법원장과 사건이 발생한 광주지방법원장 모두 '불수용'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주제 넘는 짓 했다'는 판사 발언은 방청객 인격권 침해"

문제의 발언은 현재 수원지방법원 소속인 A판사가 지난 2017년 6월 13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재직할 당시 배임·강제추행 혐의(이후 대법원은 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를 받고 있던 전 청암대 총장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A판사는 재판 도중 피고인과 같은 청암대 교수인 진정인을 일어나게 한 뒤,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자료와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 10여 분에 걸쳐 "주제 넘는 짓을 했다"거나 "주제 넘는 것이다"라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관련기사: 방청객 향해 "주제넘은 짓"이라던 판사, 인권위 '주의' http://omn.kr/1gsad )

당시 A판사는 40대인 반면, 진정인은 60대였고, 법정에는 교직원과 학생들도 있는 상황이어서 진정인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A판사는 "진정인의 잘못된 행동을 명확히 이해시키기 위해 자세히 설명하던 과정에서 '주제넘은 짓'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인격을 폄훼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건 전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지난 1월 15일 A판사의 발언이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수원지법과 광주지법에 해당 판사에게 주의 조치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각각 권고했다.

법원 "부당한 법정언행 근거 없고, 법정언행은 재판 범주에 포함"

하지만 수원지방법원장과 광주지방법원장은 "해당 발언은 판사의 재판 진행 과정에서 나온 말이며 재판절차에서 허용되는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법정언행이나 재판진행을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고 법관의 법정언행은 '재판'의 범주에 포함된다"면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판사가 재판장으로서 형사소송법상 증거 절차를 지키려는 목적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는 진정인의 행동을 제지하고자 했다고 하더라도, 통상 '주제 넘는 짓(행동)을 한다'는, 어른이 어린 사람을 나무라는 표현"이라면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진정인에게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서 한 것은 자존감 훼손에 이른다고 봤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당시 같은 장소에 있던 학생이나 중년의 일반인이 진정인의 피해 감정에 공감한 점, 나아가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도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언행으로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법원의 불수용 사실을 공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그:#판사모욕발언, #인권위, #법원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