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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매일 평균 5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조선소와 건설 현장의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1, 2위를 차지한다.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사회는 노동후진국이다.

1년에 산업현장에서 산재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매년 9만 명을 넘고 있다. 벌써 그렇게 된 지 10년이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산재사고 사망률 단연 1위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2016)에 따르면 산재 사고 비율이 매년 줄어들고는 있다. 그러나 2007년 이래 매년 9만 명 이상이 산재사고로 죽거나 다쳤다. 체코, 그리스, 심지어 멕시코보다도 산재 사고 비율이 높다.

매년 200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유명을 달리한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재해 통계(2018)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사고 1위는 추락사이다. 높은 데서 일하다가 떨어져 죽은 경우가 266명에 이른다. 다음으로 기계에 끼어 사망한 경우가 97명에 달했다. 문제는 사망사고의 97%가 임시직이거나 일용직으로 50-60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매일 죽음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이젠 국가가 나서야 할 때이다. 국가의 역할이 작동해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생계 취약 계층이 매년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적어도 한국사회가 노동후진국이 아님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한국사회는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조차 보호해 주지 못하는 노동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결사의 자유'는 노동자의 초보적인 권리로 노동자 인권의 핵심이다. 아직도 한국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87조(결사의 자유)에 비준조차 안 하고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유엔 산하기구로 200개 가까운 나라들이 가입돼 있다. 역사적 탄생을 보건대 ILO는 반공을 기치로 내건 노동운동조직의 후예이다.

그런 ILO의 비준 권고조차 30년이 다 돼가도록 역대 대한민국 정부는 무시해 왔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ILO 핵심협약 87조(결사의 자유) 비준이 가져올 긍정적인 내용을 동영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현실은 '결사의 자유'조차 보장받질 못하고 있는 게 우리 노동계 현실이다. 대단한 모순이자 역설이다.

단적으로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약칭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그러하다. 해직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 아님을 통보 처분한 것이다. 기가 막힌 행정처분이 아닐 수 없다. 전교조는 1989년 군부독재정권의 탄압을 뚫고 건설된 교사노동조합이다. 창립 당시 권력의 야만적인 탄압으로 1500명이 넘는 교사가 해직되고 100명이 넘는 교사들이 구속되었다.

교사노동조합을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교사노동조합 전교조가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해직교사 9명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 노동조합이 아니라며 법외노조를 통보했다. 팩스 한 장으로 행정 처분한 것이다.

그렇게 법외노조 신분으로 전교조는 6년째를 맞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처분한 것이 잘못 되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집권 2년이 지나도록 방치해 왔다. 노동관계법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아니면 사법적으로 해결할 문제이기에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차일피일 미뤘다. 그렇게 기다리게 해놓고 2년이 흘렀다. 법외노조 통보 처분에 저항했던 해직교사 34명의 고통도 벌써 6년째이다.

그런 와중에 2018년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부는 기간제교사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마저 반려했다. 노조위원장이 현직교사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대하는 논리와 똑같다.
전국 교육감협의회의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기자회견 (2018. 8. 23)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청와대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 전국 교육감협의회의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기자회견 (2018. 8. 23)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청와대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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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의 자유'조차 보호 받질 못하는 노동계 현실에서 과연 한국은 노동 후진국을 면할 수 있는가? 심각한 회의가 든다. '사람 사는 세상', '노동존중 사회'를 국정철학으로 제시하며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한 문재인 정부로서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 처분이기 때문이다.

오는 6월 10일은 ILO 창립 100주년 되는 기념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ILO 창립 100주년 기념총회에서 기조연설자로 특별 초청을 받았다. 평소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를 지향한 대통령으로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직권으로 취소함으로써 이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 교원노조법 개정을 기다리며 언제까지 국회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는 일을 하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수많은 개혁법안과 민생법안들이 놀고 있는 국회 앞마당에 기약 없이 쌓여 있을 뿐이다. 사법적 해결을 기다렸던 대법원 역시 감감 무소식이다. 대법관 구성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법관이 과반을 넘었음에도 기별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제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 시절 직권으로 취소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다시 직권으로 취소하는 행정 처분을 단행해야 마땅하다. 양승태 대법원과 재판거래를 통해 사법농단을 저지른 대표적인 사건이 KTX 여승무원 고용 승계 문제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그리고 평택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였다. 모두 재판거래를 통한 사법농단으로 패소한 사건들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 혁명으로 탄생된 만큼 적폐 청산에 앞장서야 옳다.
 
법외노조 취소 연가투쟁(2018. 6. 9) 전교조 조합원 교사들 2천명이 청와대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며 항의집회하는 장면
▲ 법외노조 취소 연가투쟁(2018. 6. 9) 전교조 조합원 교사들 2천명이 청와대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며 항의집회하는 장면
ⓒ 하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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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취소 통보 처분이면 전교조는 노동조합으로서 예전 지위를 되찾는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에 적극 동참할 수 있다. 올해 초 교육부 장관이 전교조 본부를 방문해서 보여준 교육정책의 파트너로서 제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나아가 미래 한국교육을 이끌어갈 든든한 개혁동반자로서 제 위치를 찾아갈 것이다. 결자해지의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그 길이 한국사회가 노동후진국임을 면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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