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직접 나무를 심는 중
 직접 나무를 심는 중
ⓒ 홍예리

관련사진보기

    
고등학교 재학 시절, 농대에 가고 싶다는 내게 사람들은 물었다.

"가서 뭐 하게? 시골에서 농사나 지으려고?"
"농대 가면 취직은 되니?"
"농대는 (커트라인) 점수가 낮아서 대학 가기 쉽지?"


많이 들어 익숙한 말들이었다. 농업에 대한 무지함이 내재된 질문에 나는 그저 가볍게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농대에 가야겠다는 내 의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어렸을 적, 주변이 대부분 과수원과 논, 그리고 밭으로 이뤄진 마을에 살았다. 틈만 나면 밖으로 뛰어나가 천도복숭아와 포도를 따 먹었고, 자전거를 타다 배추밭에 굴러 주인 할아버지께 혼이 나기 일쑤였다. '독수리 5형제'라 불리는 언니, 오빠들과 메뚜기를 잡으러 이곳저곳 쏘다녔다. 논길을 걸어 학교에 가던 중 논에 빠져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에 울다 웃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집 근처에는 주말농장이 있었는데, 아빠와 그곳에서 가지, 상추, 방울토마토 등을 직접 심고 키우곤 했다.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물을 주러 갔다. 호박이며 고추가 주렁주렁 열린 주말농장은 어린 내게 가장 재밌는 놀이터였다.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지내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사람 많은 도시보다 한적한 시골에 애정을 느꼈다.

매력이란 매력은 다 갖춘 농업

새벽 4시에서 5시쯤이면 신문을 배달하시는 아저씨의 발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기다렸다가 바로 가져와 볼 정도로 신문은 학창 시절부터 내게 흥미로운 읽을거리였다.

신문을 훑어보면 농업이라는 산업을 전망하는 기사가 꽤 있었다. 농업이 산업혁명과 공장화로 과거에 비해 하락세를 타긴 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현재의 농업환경 또한 크게 변화함을 느낀다. 기사를 정독할수록 어느 순간부터 고민이 커져갔다. 아직 농업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종사자도 아닌 10대인 내가 이런 변화에 호흡 맞춰 따라갈 방법은 없을까. 그때부터 신문을 읽는 것을 넘어 식물에 대한 칼럼이나 농업기술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식량과 종자 문제, 귀촌 흐름, 네덜란드와 일본의 농업 등을 다룬 기사들을 오리면서 나는 확신했다. 농업 분야는 기계화가 이뤄진다 해도 결국 사람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것을.

"젊은이여 농대로 가라."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몇 년 전 서울대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의 일부다. 앞으로 식량과 농경지 부족이 심해지면 농업의 중요성은 매우 커질 것이고, 때문에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이자 흥미로운 직업 분야가 바로 농업이라는 이야기다.

농업은 아직까지 다른 분야에 비해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현재도 발견하지 못한 게 많은데 앞으로 개발될 농업의 매력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나는 내 손으로 직접 농업의 매력을 하나씩 발견하고 싶었다.

나를 몰입하게 하는 것

명절마다 시골에 가면 할머니는 그 지역 쌀인 '고시히카리'로 햅쌀밥을 지어주셨다. 고소하고 찰진 밥맛에 연신 감탄했고, '같은 쌀이라도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그때부터 마트에 가면 쌀의 품종부터 보게 됐고, 특징들을 메모하고, 품종별로 밥을 지어본 후 각 품종의 조리법을 작성하기도 했다.

또한 종자를 주제로 다룬 책을 읽으면서 종자 문제를 기업과 농민 중 누구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했고,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어느 날은 이런 내 모습에 흠칫 놀랐다. 무언가에 이렇게 몰입해 본 적이 있던가?
   
나는 내 손으로 직접 농업의 매력을 하나씩 발견하고 싶었다.
 나는 내 손으로 직접 농업의 매력을 하나씩 발견하고 싶었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농업은 무언가 몰입해서 능동적으로 해본 일이 별로 없던 내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농업 분야라면 분명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농업'. 누군가는 하찮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내겐 가슴 설레는 단어다. 농업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농대에 왔고, 농업이 좋다. 

태그:#농업 , #농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