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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김백일 동상 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2019년 3월 1일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내 김백일 동상 옆에 '김백일 친일행적 단죄비'를 세웠다.
 "친일 김백일 동상 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2019년 3월 1일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내 김백일 동상 옆에 "김백일 친일행적 단죄비"를 세웠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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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 현양행위금지법' 등을 제정하도록 하여, 전국의 모든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기념물이 철거되고 다시는 건립되지 못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우리의 운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경남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김백일 동상' 옆에 '친일 단죄비'를 세웠던 '친일김백일동상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류금렬, 아래 대책위)가 그동안 활동을 담은 백서를 펴내고 이같이 다짐했다.

백서는 <거제시민의 치욕 '친일 김백일 동상' 철거를 위한 불굴의 노력을 기록하다. 2011년 ~ 2019년>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대책위는 50쪽 분량의 백서에 지난 9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낱낱이 기록했다.

김백일(金白一, 본명 김찬규(金燦奎), 1917~1951년)은 특급 친일파다. 그는 일본 괴뢰정권인 만주국군 소위, 항일무장독립군 탄압을 목적으로 설립된 간도특설대 창설·대위를 지내면서 항일무장독립군부대를 공격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였으며 일제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국회에서 제정한 '일제 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통령 소속으로 구성되었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김백일을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 군복을 입고 독립군 토벌과 민간인 탄압에 종사하는 등 일제의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하여 훈장까지 받은 악질적인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결정했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김백일 동상이 세워진 때는 2011년 5월 27일. 당시 거제시와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함경남북도 중앙도민회, 창원보훈지청의 후원을 받아 세웠다.

동상 제막식이 열리기 전까지 지역에는 이같은 사실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제막식 뒤에서야 그 사실을 알고 "김백일 장군 동상 즉시 철거하라"고 나섰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에다 1인시위, 집회를 계속 벌여 목소리를 냈다.

이 동상은 온갖 수모를 겪었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동상 철거를 촉구하며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고, 한때 검정색 차광막으로 동상을 덮어두기도 했다. 거제시의회도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동상은 '문화재 형상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경남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이곳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형상 변경을 하려면 경남도 문화재심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당시 거제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남도는 그해 7월 5일 거제시에 '김백일 동상 철거명령'을 통보했다. 경남도는 "거제시가 문화재 영향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며 "김백일 동상은 문화재영향검토를 이행하지 않은 무단 설치된 시설물이기 때문에 원상 복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거제시가 동상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는 거제시를 상대로 '행정대집행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 소송은 1, 2심을 거쳐 2013년 10월 11일 대법원에서 거제시 패소로 결판이 났다. 당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다.

그리고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는 동상 철거를 해야 한다며 '5분 자유발언'했던 한기수 전 거제시의원, 뉴스 보도한 언론사 기자, 토론회에서 발제했던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실장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이는 나중에 모두 무혐의 처리되었다.

시민들은 2011년 '거제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한 김백일 동상 철거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3·1혁명 100주년 계기로 '단죄비' 건립 추진 

대책위는 3·1혁명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다시 활동을 벌였다. 대책위는 거제시청 앞에서 100일 넘게 1인시위를 벌이면서 "거제시장은 친일동상 불법 설치와 존치 상황에 대해 거제시의 대표자로서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거제시는 "동상 철거할 수 없다"고 했다. 거제시는 "동상 철거에 대해서는 2013년 대법원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던 것이다.

이에 대책위는 동상 옆에 '김백일 친일행적 단죄비'를 세우기로 했다. 대책위는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관리를 맡고 있는 해양관광개발공사에 단죄비 설치를 위한 '경남도 지정문화재 형상변경 신청'을 했던 것이다.

이에 해양관광개발공사는 올해 2월 '단죄비 설치'를 허가했다. 대책위는 지난 2월 28일 동상 옆에 단죄비를 세웠고 3월 1일 단죄비 제막식을 가졌다. 대책위는 단죄비를 세운 뒤 밤새 지킴이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백일 친일행적 단죄비에는 '김백일 친일행적', '간도특설대의 죄상',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과정', '친일김백일동상철거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참가단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글, '단죄비 건립취지문'이 새겨져 있다.

단죄비 건립에는 1000여만 원이 들어갔고, 이는 모두 시민 성금이 모아져 가능하게 되었다.
  
'친일 김백일 동상 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2019년 3월 1일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김백일 친일행적 단죄비 건립식'을 열었고, 류금렬 집행위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친일 김백일 동상 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2019년 3월 1일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김백일 친일행적 단죄비 건립식"을 열었고, 류금렬 집행위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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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단죄비의 유지관리와 '친일반민족행위 현양행위금지법' 제정촉구활동 진행을 위해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류금렬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의 대책위 활동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겨 보존할 필요가 있어 얇지만 책으로 보고서(백서)를 만들었다"며 "향후 '친일반민족행위자 현양행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우리 대책위의 운동과 활동이 결실을 맺어 법률이 제정되면 이 보고서(백서)의 완결판이 영구 보존용, 소장용으로 제작되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날을 꿈꾸며 소망하며 그 날이 머지않아 반드시 현실로 우리 앞에 어느 날 문득 봄이 오듯 오리라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고 했다.

류 위원장은 "향후 대한민국 국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현양행위금지법'을 제정하는 그 날까지 우리 모두는 '거제의 독립운동가', '이 시대의 독립운동가'로 자긍심을 갖고 함께 서로 어깨 걸고 나아가자고, 역사적인 획을 긋는 이 뜻깊은 일에 꼭 끝까지 함께 하자고 부탁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우리 모두 한결같은 마음과 자세로 친일잔재 문화 청산을 위해 뜻을 모아 나아가자"며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친일반민족행위자' 현양행위 금지 및 단죄를 위한 우리의 운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태그:#김백일, #친일파, #거제포로수용소, #류금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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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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