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신곡, 새 음반들이 쏟아진다.  치열한 경쟁 속에 상당수 작품들은 대중들의 귀에 도달하지도 못한 채 잊히기 마련이다.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만든 작업물이 이렇게 되는 걸 원하는 가수, 제작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우리 음반 냈어요! 제발 들어주세요"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한다.

요즘처럼 수시로 싱글 혹은 미니 음반을 발매하는 시대엔 홍보를 비롯한 제반 작업 병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음반 발매를 전후로 이뤄지는 각종 활동은 과연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음악 시장의 변화에 둔감하고 움직임을 잘 모르는 기성세대들을 위해 이들 과정을 순서에 맞춰 소개해본다. 

인터넷, SNS 홍보 전쟁  
 
 지난 1월 당시 새 음반 <You Made My Dawn > 발표를 앞두고 공개한 세븐틴의 컴백 스케줄표.  요즘엔 컴백 일정표 발표조차도 이젠 하나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월 당시 새 음반 발표를 앞두고 공개한 세븐틴의 컴백 스케줄표. 요즘엔 컴백 일정표 발표조차도 이젠 하나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음반 발매 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이른바 '컴백 스케줄' 공개다. 구체적인 일정표를 이미지 파일로 제작해 인터넷에 공개하고 보도자료로 언론사에 배포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전 홍보활동에 돌입한다.

이어 티저 사진 혹은 동영상도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대중 및 팬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음반이 발표된 후에도 이러한 인터넷 및 SNS 상의 홍보는 꾸준히 유지된다. 

소속 음악인을 널리 알리기 위해선 공식 홈페이지와 팬카페 뿐만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웨이보(중국) 등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SNS 계정을 모두 확보하는게 필수다.  유튜브, V라이브 등 국내외 동영상 서비스 외에 블로그, 포스트 등 운영 가능한 플랫폼도 총동원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선 각양각색의 아이디어가 탄생해 보편적인 방법으로 정착하기도 한다.  가령 인스타그램에 이미지 파일을 분할해 업로드, 마치 퍼즐 조각처럼 완성된 대형 이미지를 표현하는 건 이제 기본처럼 사용된다. 또한 해당 가수 혹은 그룹 멤버들은 인스타그램이나 V라이브 개인 생방송 기능을 활용해 팬들과의 접촉을 조금씩 늘려나간다.

쇼케이스 등 당일 각종 행사 진행  
'뉴이스트' 완전체로 컴백! 그룹 뉴이스트(JR, Aron, 백호, 민현, 렌)가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여섯 번째 미니 앨범 < Happily Ever After(해필리 에버 애프터) >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년 미니 5집 이후 약 3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하는 뉴이스트는 이번 미니앨범에서 백호가 작사와 작곡에 다수 참여하는 등 멤버 전원이 앨범 작업에 적극적인 의견을 내며 음악적 역량을 담아내고 있다.

그룹 뉴이스트(JR, Aron, 백호, 민현, 렌) ⓒ 이정민

  일정 규모 이상의 기획사 및 가수들이라면 음반을 공개하는 당일 오전 혹은 낮시간에 언론사 대상의 쇼케이스 혹은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 신곡을 선보이고 질의응답 및 포토 타임 등을 갖게 된다. 주요 일간지와 스포츠신문 몇 개만 관리하면 그만이었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수 및 담당 직원들이 직접 매체를 방문하고 신보를 홍보하는게 흔했다. 하지만 200-300개 이상의 연예 매체가 난립하는 요즘엔 이런 방식의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이제 갓 첫발을 내딛는 신생 그룹, 혹은 소규모 회사들도 쇼케이스 등을 거쳐 홍보에 전력을 기울인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기사 하나라도 더 소개되기 위해 장소 대관 및 진행자(MC) 섭외 등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최근엔 몇몇 언론사들이 현장 내용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로 '직캠 영상'을 공개하기 때문에 입소문 등이 필요한 기획사 입장에선 중요 홍보 경로로 쇼케이스를 적극 활용한다.

음원 공개가 시작된 오후 6시 이후 밤 시간대엔 몇몇 그룹, 가수들은 네이버 V라이브 생방송으로 팬들과 만나기도 한다. 기자 대상 쇼케이스 처럼 장소를 빌리고 간단한 팬 미팅 형식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따로 마련한 공간에서 멤버들끼리의 자유 분방한 대화, 음반 제작 후기 등을 허심탄회하게 공개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음악 방송 및 예능, 라디오 출연  
ITZY, 괴물신인 소리 듣고싶어요! JYP 신인 걸그룹 ITZY(있지)가 12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데뷔 싱글 < IT'z Different >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ITZY(있지)는 꼭 갖고 싶고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존재를 뜻하는 트렌디한 단어 'IT'을 포함해 '너희가 원하는 거 전부 있지? 있지!'라는 의미를 담은 걸그룹으로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로 구성되어 있다.

JYP 신인 걸그룹 ITZY(있지) ⓒ 이정민

  신보를 내놓는 가수, 특히 아이돌 그룹의 홍보에 있어서 가장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건 음악 방송을 중심으로 한 각종 TV 프로 출연이다. 보통 신작 홍보 방송 활동은 기본 4주 정도다.  해외 활동에 바쁜 인기팀이라면 2~3주 정도의 짧은 기간을 할애한다. 

일단 활동 첫 주엔 이른바 타이틀곡과 서브 타이틀곡 등 총 2곡을 준비해 지상파 3사 및 케이블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해 들려준다. 사전 녹화 및 생방송 형태로 총 2개의 무대를 준비하기 마련인데 여러 차례의 리허설 과정을 거치다보니 1주차가 체력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한다. 

새벽부터 미용실에 들러 머리 손질 및 화장을 해야 하고 하루종일 방송국에서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한다. 이들 음악 프로의 시청률이 1% 대 안팎으로 미미한 탓에 본 방송의 영향력은 높지 않지만 유튜브, 네이버 등에 개별 영상이 등록된 뒤엔 이를 통한 각종 확산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음악 방송뿐만 아니라 예능과 라디오 출연도 홍보의 무대로 적극 활용된다. JTBC <아이돌룸>,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등 아이돌 예능의 주인공, KBS <안녕하세요>, MBC <복면가왕> 패널 등 지상파 예능 출연 외에 최근엔 각종 유튜브나 V라이브 웹 예능도 빼놓을 수 없는 홍보 수단으로 손꼽히고 있다. 

음악 방송 출연 중간 비는 시간에 낮시간대 라디오 생방송 프로그램에도 등장해 신작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라디오는 특히 예능 출연을 기피하거나 공연 중심으로 활약하는 중견 가수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 경로이기도 하다. 청취율이 높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자주 출연자 이름이 등장하는 <2시 탈출 컬투쇼>, <최화정의 파워타임> 등 SBS 파워FM 인기 프로 출연은 팬들도 비교적 선호하는 분위기다.

1년에 200개 이상 팀이 등장하지만 방송 출연의 기회를 얻는 건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형 기획사 소속도 아니고 인지도도 낮은 팀들은 그 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다. 반면 너무 바빠서 이런 프로그램에 나가지 못하는 극히 드문 경우도 존재한다. 바로 방탄소년단 같은 사례다. 해외 일정이 워낙 빠듯하다보니 국내 음악 방송 출연은 한 주 안팎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본력 싸움?  
'TMA' 여자친구의 하트 여자친구가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MA' 여자친구의 하트 여자친구가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밖에 실물 음반(CD)을 발매한 경우라면 일정 횟수 이상의 팬 사인회도 주최한다.  음반 판매에 직접 관련이 큰데다 특히 '초동 판매고'라고 부르는 발매 첫주 실적이 각종 음악 방송 순위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필수적인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음반 관련 활동이 마무리되면 유명 가수들의 경우 국내 및 해외 공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도 한다.

물건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들에게 존재 가치를 인식시키지 못하면 그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입소문 타고 음반 한장이 오랜 기간 인기를 얻는다든지 뒤늦게 사랑받는 등의 일이 흔했지만 지금은 일부 '인기 역주행' 곡이 아닌 이상 발표 1-2주차에 성패가 갈리는 게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기획사들은 이 기간에 맞춰 사력을 다해 홍보 활동을 진행한다.

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인터넷과 SNS 상에서 조금이라도 가수의 관련 콘텐츠를 확산시키려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비용을 지불하고 광고 집행도 해야한다. 때론 '음원 사재기' 의혹으로 연결되는 바이럴 마케팅도 이뤄진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으면 방송출연 4주 활동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각종 인력 투입과 부대 비용(의상, 식대, 기타 인건비 및 운영비 지출) 등이 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할 때마다 소요되기 때문에 자금이 넉넉하지 못하면 활동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요즘엔 데뷔와 동시에 스타가 되는 건 극소수의 유명 기획사 소속이 아닌 한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적어도 3년 정도의 시간 여유를 잡아 그 기간 동안 인지도를 쌓고 충성도 높은 고객(팬)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홍보 및 운영에 있어도 결국 돈 싸움이 성과를 좌우한다는 말도 나온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케이팝쪼개듣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