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전날 당했던 10점 차 완패를 팀 완봉승으로 되갚았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지난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5안타를 때리며 2-0으로 승리했다. 7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던 경기는 8회 말 고종욱과 김성현의 연속 적시타로 SK가 2점을 뽑은 후 전날 15점을 폭발시킨 키움 타선을 0점으로 묶었다. 전날 패배를 설욕한 SK(21승 1무 10패)는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SK 승리 2019년 4월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 3-0으로 승리한 SK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SK 승리 2019년 4월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 3-0으로 승리한 SK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SK는 7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고종욱이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마운드에서는 선발 박종훈이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SK는 시즌 초반 마무리로 낙점됐던 좌완 김태훈이 흔들리는 가운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는 이 선수의 호투 덕분에 꾸준히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외야수로 입단해 개막 한 달 만에 '디펜딩 챔피언'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한 하재훈이 그 주인공이다.

'준척급 유망주' 하재훈의 쉽지 않았던 꿈, 메이저리거

90년대 후반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성공과 한국의 경제 위기가 맞물리면서 미국 진출 붐이 일어났다. 당시 어지간한 유망주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거의 꿈을 꾸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조진호, 서재응, 김선우, 김병현, 최희섭, 봉중근 등이 차례로 빅리그 무대를 밟으며 한국 선수들의 미국 진출은 한동안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를 끝으로 빅리그에서 오랜 기간 생존하는 선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국내 구단에서도 유망주 유출을 막기 위해 신인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김명제(전 두산 베어스)가 6억5000만 원, 한기주(삼성 라이온즈)가 10억, 유원상(NC 다이노스)이 5억5000만 원, 김광현(SK)이 5억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그렇게 거물급 유망주들의 국내 잔류가 늘어나면서 미국 진출은 상위 지명과 거액의 계약금이 보장되지 않은 준척급 유망주들에게 집중됐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KBO리그보다는 더 큰 무대에서 더 큰 꿈을 가지고 도전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특히 2008년에 고3이 된 최지만(템파베이 레이스), 나경민(롯데 자이언츠), 김동엽(삼성 라이온즈), 김재윤(kt 위즈), 정수민(NC) 등은 적은 계약금을 감수하고 과감히 미국 도전을 선택했다.

마산 용마고 3학년이던 2008년 시카고 컵스와 10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한 하재훈 역시 그 시절 미국 진출을 선택했던 많은 '준척급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용마고 시절 포수와 외야수를 겸하던 하재훈은 미국 진출 이후 외야수에 전념해 2013년에는 트리플A 무대까지 밟으며 빅리그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는 특히 2012년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해 특급 유망주였던 게릿 콜(휴스턴 애스트로스)을 상대로 홈런을 때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하재훈은 2013년에 받은 손목 수술 후유증으로 2014년 타율 .229로 부진했고 2015년에는 투수로 전향하면서 하위 싱글A로 떨어졌다. 하재훈은 2015년 하위 싱글A에서 16경기에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지만 만25세의 '나이든 유망주' 하재훈은 컵스에 그리 매력적인 선수가 아니었다. 결국 하재훈은 2015시즌이 끝난 후 7년의 미국 생활을 마감했다.

SK 입단 후 본격적으로 투수 변신, 비룡군단 새 마무리로 낙점

2016년 하재훈이 선택한 곳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였다. 하지만 연봉 900만 엔에 불과한 하재훈은 애초에 1군 선수라고 보기 힘들었고 1군 17경기에서 타율 .225 2타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서 1년 만에 야쿠르트에서 퇴단했다. 하재훈은 2017년과 2018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하면서 활약하다가 2019년 KBO리그의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하재훈은 당초 트리플A 무대와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했던 '즉시전력감' 외야수로 주목받았고 2차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SK에 지명됐다. 당시 많은 야구팬들은 외야자원이 풍부한 SK에서 왜 서른을 바라보는 하재훈을 지명했는지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이 끝난 후 SK의 사령탑이 된 염경엽 감독은 외야수가 아닌 '투수 하재훈'의 재능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재훈은 SK 입단 후 마무리 캠프와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며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았고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으로 염경염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하재훈은 곧바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해 불펜 투수로 활약했지만 5경기에서 2승 1패 1홀드 7.71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필승조에서 한 발 물러나 구위를 가다듬던 하재훈은 마무리 김태훈이 3개의 블론 세이브로 흔들리면서 생각보다 일찍 2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SK 와이번스 하재훈

SK 와이번스 하재훈 ⓒ 연합뉴스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 자리에서 부담을 느끼는 김태훈 대신 두둑한 배짱을 가진 하재훈을 새 마무리로 실험했고 하재훈은 최근 4번의 등판에서 실점 없이 1승 3세이브를 챙겼다. 특히 같은 기간 4.1이닝을 던지며 볼넷 하나만 내줬을 뿐 안타는 하나도 맞지 않았고 삼진은 무려 7개를 잡아냈다. 묵직한 구위와 정면승부로 상대 타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하재훈은 마무리 투수가 갖춰야 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재훈은 일본 독립리그 시절에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2017년 13경기에서 7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있다. 물론 시즌을 치르다 보면 슬럼프에 빠지거나 상대 팀에 공략을 당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지만 하재훈은 대체 요원들이 즐비한 SK 소속의 투수다. 지금처럼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공을 뿌린다면 어떤 보직으로 활약하든 하재훈은 '비룡군단의 새내기 투수'로서 대단히 의미 있는 첫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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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하재훈 해외파 시카고 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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