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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번성하고 있습니다. 꿀과 젖이 흐르는 땅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요? <월간 민화> 5주년 발간 기념 전시회가 <NEW WAVE 25-한국 현대민화의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는 25인의 작가展>으로 인사아트프라자에서 4월 17일 개막했습니다. 흥성한 자리를 확인하니, 그 말이 빈말이 아닙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질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쓴소리'가 들린다면 어떤 소리일까도 생각했죠.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다른 목소리 더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거기엔 위험의 징후가 있는 것이니까요. '악마의 변호인' 같은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월간 민화는 꾸준히 저변을 넓히고, 민화의 질적 양적 확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 <월간 민화> 발간 5주년 기념을 빌어 전시가 열렸다.  월간 민화는 꾸준히 저변을 넓히고, 민화의 질적 양적 확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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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과 창작의 두 길 동시에 걸어야

그런 의문을 가진 중에,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가 쓴 짧은 칼럼 <민화가 왜 이상해졌을까?>을 읽었습니다. 2018년 7월에 쓴 글인데, 비판적인 내용만 좀 골라서 정리하면 요지는 이렇습니다.

"첫째, 현대 민화의 상당수가 마치 공들여 칠해 놓은 컬러링북과도 같다. 민화는 대상을 보는 천진하고 놀라운 시선과 마음 그리고 그것의 빼어난 조형화 능력인데, 현대 민화계는 그런 것과 무관하게 작동하고 있다. 기계적이고 창백하게 따라 그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시장에 빌붙어 무수한 미술관계자들, 민화전문가들이 버글거린다."

"둘째 민화는 특정한 이야기를 도상화시킨, 읽는 그림이다. 소망을 담은 상징체계지만 동시에 아름다움을 추구한 미술인 셈이다 실제적 필요에 따라 반복해 그리면서 발생한 개성적, 해학적, 불가사의한 조형적 힘 자체가 민화의 핵심이다. 그러니 그리는 이의 개성과 이질성의 가치를 재평가해야한다. 이런 부분을 천착하지 못하고 도상 의미와 상징체계만 반복하는 안목이 무척 아쉽다."


이번 <뉴웨이브 25인展>에는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세 명의 작가가 그림을 걸고 있습니다. 김달지, 김민성, 김희순. 정현 작가는 지난해 <월간 민화> 4주년 기념 전시회에 참가했던 터라, 빠졌구요.

이들과 위에서 읽었던 내용을 갖고, 잠깐 대화라도 나누고도 싶었습니다만 '번성하고 있는 민화계'의 큰 행사라 내내 번잡했습니다. 여러 관계자분들의 축사를 더 듣고, 그쪽 분들께 인사도 다니고, 밥도 먹자니 대화는 뒤로 밀렸습니다. 다만 각각의 그림에서 개인적이고 개성적인 부분을 더 찾아 대화할 수 있는 실마리가 찾아졌다는 점은 소득으로 남았겠죠.  
 
위로부터 김희순, 김달지, 김민성 작가. 재현과 창조는 현대 민화작가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 <25인의민화 뉴웨이브전>에 참여한 작가들.  위로부터 김희순, 김달지, 김민성 작가. 재현과 창조는 현대 민화작가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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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쓴소리가 예술 창조의 촉매될 것

4월 17일의 개막 축하 자리에서 '반가운(쓴소리)' 소리도 들었습니다. "축하 자리에서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겠지만…."하면서 축사를 시작한 분이 있었으니까요. 겸재정선미술관 김용권 관장이 축사자리를 빌어 짧게 이야기 했습니다. 아직 충분히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실마리를 주는 생각이라 짧게 기록해 둡니다. 써야 나중에 생각해 볼 수 있죠. 제가 들은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 뉴웨이브전은 새로운 창작의 길을 제시한 것인데, 그것이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를 질문할 수밖에 없다. 오늘 뉴웨이브전에 참가하신 분들은 민화 이외의 영역에서 전공자들로 여긴다. 어쩌면 민화의 정체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가고 있지는 않은가 깊게 반성이 필요하다. 민화는 전통의 재현과 창작이 같이 가야 한다. 전통의 재현 없이 헛투르게 창작으로만 갈 수는 없다고 본다. 병렬적이면서 종속적으로 합의해 가야하는데, 그 방향에 정말 민화인들이, 민화작가들이 그런 역할을 한 것인가? 그런 의구심이 있다. 이런 점을 제도 개선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시대에는 전통적인 것도, 창작도 모두 필요한 것이고, 그 두 부분이 모두 위상이 높아져야지 민화가 제 자리를 찾는다. 어정쩡하게 과거로부터 온 점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역시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접근을 해서 행복과 장수(라는 주제)를 찾을 것인가? 테크닉이 부족해서, 재현이 부족해서 창작만으로 간다 그러면 안 된다. 월간 민화는 2014년부터 민화에 대한 소통의 창구가 돼 왔다. 앞으로 그런 역할을 계속 해야 하겠지만, 방향을 좀더 제시하는, 잡지가 되면 좋겠다. 좋다좋다 하지만 말고…. 이정표를 제시하고 나침반을 보여주는 그런 곳을, 월간 민화 10주년엔 보기를 빈다."


비판은 현재 우리에게 없는 것을 말합니다. 일종의 진공상태에 대한 인식이죠. 그 상태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 힘이 됩니다. 우리가 비판과 질문을 놓지 말아야할 논리적, 물리적 이유입니다. 각각의 그림들에서 이미 있었던 것만을 발견하지 않고, 새 질문으로 가는 시작이 있다면, 그 그림들은 더 들여다볼 일입니다. 새 질문을 찾아 거기에 따르다 보면 우리는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 도달할 것입니다. 거기 우리가 이미 알지 못했으나 거기 있었던 아름다움이, 사랑스러움이 있을 것입니다.

태그:#민화만화경, #월간민화, #박용택미술평론가, #김용권관장, #민화뉴웨이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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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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