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신고했으나 국가에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고 조덕진(48)씨의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용자가 피해자"라며 피해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지원을 하는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 기준을 비판했다.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신고했으나 국가에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고 조덕진(48)씨의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용자가 피해자"라며 피해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지원을 하는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 기준을 비판했다.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장례식은 끝났지만 딸은 아버지를 땅에 묻지 못했다.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청와대 앞 분수대에 섰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가 폐 질환을 얻어 사망한 아버지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현 RB코리아)도 아버지의 죽음에 사과하지 않았다. 딸이 마지막 장례절차를 미루고 거리에 선 이유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신고했으나 국가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고 조덕진(48)씨의 딸 조은해씨의 이야기다.

29일, 고 조덕진씨의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판정 기준을 바꿔 모든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를 피해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에 따르면, 고 조덕진씨는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병세가 악화해 지난 25일 오후 11시 53분 사망했다(관련 기사 : 어머니에 이어 아들도...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망).

이날 고 조덕진씨의 딸 조은해씨는 "국가가 피해자를 등급으로 나누고,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증하는 방식은 없어져야 한다"라며 "가해자가 자신들이 아버지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다, 가해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아버지 조오섭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7년 전 아내를 잃었는데, 같은 증세로 아들까지 사망했다, 모든 사용자가 피해자다"라며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돼 있다, 이런 헌법을 위반한 게 정부다, 6000명을 웃도는 사람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 가정에서 어머니와 아들, 두 명이나..."

가습기살균제 참사 네트워크(아래 가습기넷)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4월 26일 기준)는 1403명이며, 피해자는 6384명이다. 환경부는 고 조덕진씨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가능성 거의 없음(4단계)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특조위는 조씨의 죽음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보고 사망자 통계에 포함시켰다. 

장례예배를 맡은 조경진 목사는 고 조덕진씨가 남긴 마지막 글을 소개했다. 조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은 이렇다.

"지금 이 새벽에 글을 쓰는 것은 자다가 숨이 너무 차서 일어나 숨을 몰아쉬며 예수님께서 주신 음성을 나누라는 마음 주셔서 글을 써 봅니다. 새벽마다 3층 교회 계단을 오를 때 가습기 살균제 후유증으로 호흡이 너무 가빠져서 숨을 몰아쉬며 3~4회 쉬며 천천히 오릅니다."

가습기넷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고 조덕진님의 가족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일 사용했다, 그의 모친 박월복님도 지난 20102년 간질성 폐렴으로 사망했다"라며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한 가정에서 어머니와 아들, 두 명이나 목숨을 잃은 가슴 아픈 참사가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5명을 청와대로 초대해 공식 사과하고 제대로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다 돼 가도록 달라진 것이 없다"라며 "아직도 피해자들은 잘못된 판정 기준에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더딘 피해 질환 인정으로 지금도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유가족과 가습기넷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RB코리아 본사 앞으로 이동,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의 사과와 배상 등을 촉구했다. 

또한, 5월 1일부터 RB코리아 본사 앞에서 사과 등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에 돌입, 가습기살균제 사망자 1403명을 기리기 위한 합동 분향소도 설치할 예정이다.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신고했으나 국가에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고 조덕진(48)씨의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용자가 피해자"라며 피해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지원을 하는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 기준을 비판했다.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신고했으나 국가에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고 조덕진(48)씨의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용자가 피해자"라며 피해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지원을 하는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 기준을 비판했다.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태그:#가습기살균제, #옥시, #RB코리아, #청와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