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류현진과 강정호가 처음으로 빅리그에서 맞붙는다.

LA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9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2013년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과 2015년부터 피츠버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강정호는 5년째 같은 무대에서 뛰고 있지만 투타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현진은 지난 21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부상 복귀전에서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지만 5.2이닝 9탈삼진 2실점으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24일 만에 다저스타디움으로 돌아오는 류현진은 좋은 기억이 가득한 홈구장에서 시즌 3번째 승리를 노린다. 아직 다저스의 전력이 완전하지 않은 만큼 류현진이 1할대 타율에 머물러 있는 친구에게 느슨한 승부를 해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7년 전 빚을 갚아야 할 류현진과 7년 전을 떠올려야 할 강정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왼손 선발 류현진이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왼손 선발 류현진이 지난 3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시간과 장소를 2012년 10월 4일 대전 한밭 야구장으로 되돌려 보자.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의 2012시즌 최종전에서 한화는 7년 연속 두 자리 승수에 도전하는 에이스 류현진이 선발 등판했다. 당시 류현진은 7회 1사까지 삼진 10개를 잡으며 히어로즈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고 있었지만 7회 1사 후 강정호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10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류현진은 129개의 공을 던지며 12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하지만 한화 타선 역시 앤디 밴 헤켄과 한현희에 막혀 점수를 뽑지 못했고 결국 루키 시즌부터 이어오던 류현진의 7년 연속 10승은 강정호의 한 방 때문에 좌절됐다. 류현진이 다저스로 이적해 2년 연속 14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사이 강정호 역시 3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2014 시즌이 끝난 후 미국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이 기대했던 두 선수의 빅리그 재회는 지난 4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강정호가 2년 동안 36홈런 120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할 때는 류현진이 어깨수술 후 재활하느라 빅리그를 떠나 있었다. 류현진이 2년의 재활을 끝내고 돌아온 2017년에는 강정호가 2016년 12월에 저지른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피츠버그에 합류하지 못했다. 결국 강정호가 2018년 9월 말에야 빅리그에 복귀하면서 류현진과의 대결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류현진과 강정호의 투타 맞대결은 두 선수의 빅리그 진출 이후 처음, 날짜로 따지면 2012년10월4일 이후 무려 2396일 만의 만남이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등판에서 맞은 홈런의 임팩트가 강하게 남아 있지만 사실 류현진은 강정호를 상대로 통산 34타수6안타(타율 .176) 11삼진으로 매우 강한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물론 마지막 만남에서 홈런을 기록했던 만큼 강정호 역시 상대전적과는 별개로 류현진에 대한 자신감은 충만하다. 

동갑내기 친구 넘어 피츠버그 상대 5연승 도전하는 류현진 
 
'시즌 4호' 솔로 홈런 친 강정호의 가벼운 발걸음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2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에서 솔로 홈런을 친 후 2루 베이스를 돌고 있다. 

강정호는 이날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6회에 메릴 켈리를 상대로 시즌 4호 홈런을 폭발했다. 그는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으나 팀은 2-11로 패했다.

▲ '시즌 4호' 솔로 홈런 친 강정호의 가벼운 발걸음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에서 솔로 홈런을 친 후 2루 베이스를 돌고 있다. ⓒ AP/연합뉴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루키시즌이었던 2015년 시즌 98승을 올리며 가을야구에 진출한 이후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시카고 컵스, 밀워키 같은 강 팀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류현진은 통산 피츠버그전에서 4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2.49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홈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평소 같은 자신감을 가지고 던지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칠 피츠버그의 선발 투수는 빅리그 8년 차 우완 크리스 아처. 류현진이 내셔널리그에서 신인왕 투표 4위에 올랐던 2013년, 아메리칸리그에서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랐던 투수다.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 올스타전에 출전하며 템파베이의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작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피츠버그로 이적했다. 아처는 템파베이 시절 3년 연속 23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올해도 23이닝 동안 26탈삼진을 기록할 만큼 구위가 좋은 투수다.

류현진은 10승을 좌절시켰던 7년 전 홈런의 빚을 갚아줘야 하고 반대로 강정호는 7년 전에 느꼈던 짜릿한 손 맛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강정호와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 우투좌타 콜린 모란이 25일까지 좌투수를 상대로 5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만큼 강정호의 주전 출전 확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미국에서 한국야구를 빛내고 있는 1987년생 동갑내기 코리안 빅리거의 첫 맞대결에 한국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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