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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수목드라마 '닥터프리즈너' 포스터.
 KBS 수목드라마 "닥터프리즈너" 포스터.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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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혁 KBS PD는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의 연출을 맡고있다. 그가 밝힌 이 드라마의 모티브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는 '형집행정지'다.

형사소송법 470조에 따르면, "징역, 금고 또는 구류의 선고를 받은 자가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는 때에는 형을 선고한 법원에 대응한 검찰청검사 또는 형의 선고를 받은 자의 현재지를 관할하는 검찰청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심신장애가 회복될 때까지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드라마 중 교도소 의료과장인 나이제(남궁민 분)는 탁월한 실력과 혀를 내두르는 치밀한 계획으로 무려 32명에 달하는 제소자의 형집행정지를 이끌어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이다. 법조계는 실제 형집행정지로 풀려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본다. 형집행정지로 풀려나는 일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보다 어렵다는 얘기다.

절차와 규정이 워낙 까다로운 데다가,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이거나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건강 문제로 형집행정지를 받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홍문종, 김무성, 곽상도, 김진태, 서청원, 이정현, 조원진...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진행된 대한애국당 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가운데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홍 의원이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진행된 대한애국당 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가운데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홍 의원이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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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나이제' 같은 출중한 실력과 비상함을 겸비한 의료과장을 수소문이라도 한 것일까. 홍문종 등 자유한국당 소속 67명 등 국회의원 70명이 24일 검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닥터 프리즈너>의 인기 덕에 관심을 모은 형집행정지가 실제 정치권에서, 그것도 국정농단·국정원 특활비·공천개입 혐의 등으로 구속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대표로 청원한 청원서에서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만 2년이 넘는 장기간의 옥고와 사상 유례 없는 재판 진행 등으로 건강상태가 우려되는 수준이고 여기에 허리디스크, 관절염 등 각종 질환으로 인한 고통도 녹록지 않은 상태이나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등 배려가 절실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감자의 인권문제와 관련, 우리법은 최대한 수감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노력을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 등 합리적인 조치를 통해 인권을 보호해 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요청했다.

청원서에는 홍 의원 외에 김무성·곽상도·김진태·김순례·권성동·전희경·정우택 의원 등 한국당 의원 67명과 무소속 서청원·이정현 의원,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소속만 다를 뿐 이들은 모두 박 전 대통령과 '동거동락'한 사이다.

황교안-나경원-홍준표의 속내... 그리고 박근혜의 움직임

최근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 석방 요구가 거세다. 탄핵 선고 2년을 기점으로 곳곳에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도 군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출소한 직후 노골화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달 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래 구속돼 있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라며 "구속돼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에 관해 국민들의 의견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같은날 나 원내대표 역시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국민들께서 많이 공감하실 것 같다"라며 "(사면 문제를) 논의를 해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지난 3월 6일 페이스북에 "죄없는 MB를 1년 동안 구금하다가 석방한다고 한다"라며 "2년간 장기 구금돼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도 기대한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하고 한국당 안팎에서 석방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지난 17일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

유 변호사는 신청서에서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 등이 호전되지 않았고, 통증과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주된 이유는 역시 '건강 문제'다.

한국당과 여론의 괴리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박근혜 석방 요구 집회에 참가한 대한애국당원들이 행진 도중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박근혜 석방 요구 집회에 참가한 대한애국당원들이 행진 도중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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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소속 의원 등 70명이 형집행정지 청원서를 제출한 것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주군이었던 전직 대통령을 향한 의원들의 '측은지심'으로 이해하기에는 그 시기가 참으로 절묘하지 않을 수 없다.

황교안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시점임을 감안하면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박 전 대통령 석방을 고리로 보수결집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때맞춰 태극기부대 등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 석방 목소리도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세력의 바람대로 정국이 흘러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타깝게도 박 전 대통령은 '형집행정지'를 받을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471조에 따르면, 형집행정지는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연령 70세 이상인 때' '잉태 후 6월 이상인 때' '출산 후 6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 때' '직계존속이 연령 70세 이상 또는 중병이나 장애인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디스크 증세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형집행정지에 요건에 부합하는 해당사항이 없다. 건강 역시 법무부 및 구치소 관계자의 인터뷰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양호한 상태로 알려졌다.

여론도 박 전 대통령 석방에 우호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해 22일 밝힌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0%가 석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가 찬성(34.4%)보다 2배 가까이 높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우슈비츠라 했나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보자. <닥터 프리즈너>에는 '특별관리사동'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부와 권력을 가진 범죄자들은 이곳에서 일반 수감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특혜와 특권을 누린다.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은 어떨까. 잘 알려진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은 6~7인용 방을 개조해 만든 '특별공간'에서 생활한다. 접이식 매트리스가 구비돼 있고 TV, 개인용 관물대, 서랍, 변기, 세면대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비치돼 있다.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격주에 한 번씩 외부 한의사로부터 진료까지 받는다. 그러나 한국당 등의 눈에는 이 정도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한국당 소속 의원 등 70명은 이날 제출한 청원서에서 "우리는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 만든 오욕의 역사를 지적했던 밀턴 마이어의 경고를 떠올리면서, 나치 당시 아우슈비츠를 묵인했던 저들의 편견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잔인한 폭력을 묵인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이나 한 치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놀라운 비유다. 특혜 시비까지 일었던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을 저들은 놀랍게도 수백만 명이 학살된 '아유슈비츠'에 견주고 있다. 되묻고 싶다. 박 전 대통령이 '아이슈비츠'에 수감돼 있다면, 3평 남짓한 공간에서 6명이 생활해야 하는 일반 제소자들은 도대체 뭐가 되나.
 
 수백만명이 희생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출입구.
 수백만명이 희생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출입구.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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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독이다, 우롱이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다. 헌법재판소 탄핵과 재판 과정에서 소환에 불응하거나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사법질서를 송두리째 무시해 온 것이 바로 박 전 대통령이다.

시민들은 2년 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권력에 기대 호가호위하던 세력들의 국기문란 행위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견인했던 한국당의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할 터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반성은커녕 시민의 정서와 완전히 동떨어진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들의 인식이 얼마나 시민의 보편적 정서와 괴리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일 터다.

한국당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시민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갖은 변명과 궤변으로 범행을 부인하기에 급급한 범죄자를 풀어달라는 건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시민에 대한 모독이자 우롱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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