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해 한국지역도서전은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책마을해리'에서 열린다.
 올해 한국지역도서전은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책마을해리"에서 열린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오는 5월 9일부터 나흘간, 전라북도 고창에서 한국지역도서전이 열린다. 올해 세 번째로 열리는 한국지역도서전은 말 그대로 오늘의 지역출판을 돌아보고, 내일의 지역출판 비전을 함께 모색하는 마당이다.

첫 번째 지역도서전은 제주에서 열렸다. 주제는 '동차기 서차기 책도 잘도 하우다예'였는데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책도 많고, 책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는 의미였다. 두 번째 지역도서전은 경기도 수원에서 열렸다. 주제는 '지역 있다, 책 잇다'였다. 책으로 지역끼리 연대하며 지역바깥으로 확장해 만나는 '네트워크'의 열망을 풀어낸 마당이었다.

고창에서 열리는 세 번째 지역도서전의 주제는 '지역 살다 책 산다'. '지역의 책공간'을 보듬어내는 마당이다. 전라 권역의 책공간을 중심으로 전국의 작은책방, 도서관, 책과 머무는(북스테이) 공간을 담아낼 예정이다. 지역도서전이 열리는 공간이 '책마을해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책마을해리'는 고창 바닷가 마을에 있다. 폐교였던 곳이 2006년 '책이 태어나는 공간으로 새로운 첫발을 떼면서 책마을해리가 됐다. 2007년엔 스테이 공간으로, 2009년엔 작은도서관(버들눈도서관)으로, 2012년부터는 책공방·갤러리·나무공방·인쇄공방·예술스테이·작은책방·동학평화도서관 등을 갖춘 책 중심의 복합테마공간이 되었다. 출판브랜드인 <책마을해리> <도서출판기역> <나무늘보>가 함께 하는 것도 책마을해리의 자랑이다.
 
이대건 촌장이 책마을해리에서 발행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대건 촌장이 책마을해리에서 발행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대건 책마을해리 촌장은 "매 주말 지역 어린이 청소년들과 책학교를 열어, 읽기부터 다양한 체험'하기', 그리고 그렇게 읽고 경험한 것들을 기록하고 출판으로 연계하도록 돕고 있다"면서 "학교와 만나 방과후마을학교, 지역 어르신들과 만나 마을학교 <밭매다딴짓거리>를 7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책마을해리가 책 중심의만의 공간이 아닌 '지역,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래서 책마을해리에는 '학교'가 많다. 시인학교, 만화학교, 생태학교, 그림책학교, 서평학교, 동학캠프 같은 역사학교를 열어 결과를 책과 신문으로 출간하고 있다. 이대건 촌장은 "온 마을이 책이고, 마을 주민이 저자"라면서 "책마을해리는 지역주민과 함께 해왔다"고 소개했다.

고창에서 열리는 한국지역도서전의 공간 배치를 보면 이 촌장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창한국 지역도서전은 책마을해리와 책마을해리를 둘러싼 나성리(월봉마을 성산마을) 공간에서 열린다. 마을 안 구조물을 이용해 책읽는 정자, 책읽는 말캉(마루의 고창말), 책읽는 마당을 만든다. 마을길을 따라 '책담'도 꾸민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책마을해리에서는 다양한 주제전시관과 포럼과 심포지엄, 공연 공간, 로컬작가들과 만나는 공간, 책영화를 보는 공간 등으로 채울 예정이다. 책을 둘러싸고 신명으로 노는 공간이 꾸며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품을 모아 만들어내고 살아낸 마을 안 생태계 공간이 주된 무대이다. 그래서 전시 섹션의 키워드를 '지역 책, 마을에 산다. 온 마을이 책이다'로 삼았다."

지역도서전이 열리는 마을에는 전국의 지역 책 가운데 천인의 독자가 가려 뽑은 '지역출판대상작과 후보도서'들이 전시된다. 또 '지역책 서평공모전 추천 책'이 메인 전시라고 할 수 있는 '2019 지역출판전시'와 함께 놓인다. 지역도서전에서 가려 뽑은 책들을 고창읍의 찻집, 레스토랑 등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지역 책을 고창사람들이, 고창을 찾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는 <고창읍 책거리 인문서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책마을해리에서 이대건 촌장이 문화평론가 김남수(가운데)씨와 문화연구자 조전환(오른쪽)씨와 함께 고창지역도서전 준비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책마을해리에서 이대건 촌장이 문화평론가 김남수(가운데)씨와 문화연구자 조전환(오른쪽)씨와 함께 고창지역도서전 준비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고창, 순천, 곡성, 칠곡, 부여, 제주 '할매들'의 삶의 기록들을 모아 전시하는 <할매작가 전성시대전>도 눈길을 끈다. 교사들과 청소년(학교 밖 친구들)들이 엮어 내어놓은 출판전시 <학교출판전>과 <지역에도 어린이책, 그림책이 산다>는 지역과 지역출판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대건 촌장에게 고창지역도서전 초대의 말을 부탁했다.

"고창한국지역도서전이 열리는 기간에 전라북도민체전, 전라예술제, 청보리밭축제가 열린다. 바야흐로 고창 방문의 절정기이다. 고창은 우리 은하계에서 고인돌이 제일 많은 고장이다. 선사로부터 사람살기 좋았던 곳이다. 그 사람들의 기질이 의로움으로 이어져, 평화로운 삶을 바랐던 사람들의 몸짓 마음짓이 활개를 편 동학의 고장이기도 하다. 판소리로, 신명이 피는 풍물 농악으로 태어나기도 했고, 황토 기운 복분자와 수박, 풍천장어의 맛으로 담기기도 한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 고창은 산과 들, 바다와 갯벌의 생태가 온전한 고장이다.

고창의 오월에 오시라. 지역과 책 안에서 즐겁고, 책 바깥 고창에서 흥겨울 테니, 온갖 걱정일랑 부리고 오시어 평화로운 순간순간으로 채우시라. 앞으로 한 백년 흐트러지지 않을, 책 복을 챙겨 가시라."

태그:#책마을해리, #이대건, #한국지역도서전, #고창, #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