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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서울 광화문광장이 없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그 뜨거웠던 몇 해 전 겨울, 광장이 없었다면 시민들은 어디에서 촛불을 들었을까. 광화문광장을 지나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탁 트인 광장은 시민들이 연대할 수 있는 '진지'가 되었고, 이 진지를 기반으로 촛불은 전국으로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었다. 단단한 토양에 뿌리 내리고 사방으로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말이다.  

광화문광장 위 '물음표'는 점점 커져갔다. 급기야 이 물음표는 광장을 벗어나 공간으로까지 확장됐다. 광장의 과거는 어땠을까. 공간은 어떤 단계를 거쳐 진화해 왔을까.
 
열린 공간이 세상을 바꾼다 - 포용 공간 혁명
 열린 공간이 세상을 바꾼다 - 포용 공간 혁명
ⓒ 공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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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궁금증은 최근에야 풀렸다. <열린 공간이 세상을 바꾼다>(지은이 천의영, 펴낸곳 공간서가)가 '느낌표'가 됐다. 학계와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천의영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지은 이 책에는 중세 이후 도시건축 공간 변화의 흐름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다. 전문가의 분석력과 통찰력이 돋보인다.

먼저 천 교수는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의 <전환기의 건축>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을 들여다 보며 시대에 따른 공간을 설명한다. 

13세기 중세 시대의 '신 중심'에서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 중심'으로 진화한 공간이 19세기 산업혁명과 기계혁명을 거치며 '기계 중심'으로 변했다. 20세기 '정보 중심의 시대'를 지나 21세기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인스턴트 도시'까지 출현하게 된다.

특히 천 교수는 열린 공간 혁명에 주목했다. 해양 상업무역의 발달로 인한 영국 동인도회사의 출현과 홍차,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하우스의 등장은 '열린 공간'의 시작을 알렸다. 
 
"살롱은 초대된 사람들만 가는 곳이지만 커피하우스는 일정한 금액만 지불하면 불특정 다수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계층과 계급에 상관없이 적정한 금액만 지불하면 누구나 소통과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사실상 도시 자체가 열린 공간의 역할을 했다. 천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보수집과 중개의 장이었던 커피하우스 이래 대도시 철도역사 공간의 발전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보다 더 포용적인 도시 공간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아울러 천 교수는 이와 같은 역사적인 고찰과 함께 열린 공간의 '힘'을 보여주는 뮤지엄, 혁신 복합 건물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공간의 개방성과 포용성의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그렇다면 앞으로 공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자본과 권력 소유자가 중심이 되어 일방적 공간 시스템을 주도해왔지만, 앞으로는 공간 거버넌스와 참여자 중심의 비권력 집단이 향유하는 쌍방적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됨으로써 자연적 조건과 사회적 생산관계가 만들어낸 원시적 자본축적의 도시 공간 구조를 깨고 새로이 성장하는 열린 공간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책 내용은 한 문장으로 표현된다. 열린 공간이, 포용적인 공간이 세상을 바꾼다. 몇 해 전 겨울, 시민을 품었던 광화문광장이 세상을 바꾸는 공간이 됐듯이.

열린 공간이 세상을 바꾼다 : 포용 공간 혁명

천의영 지음, 공간서가(2018)


태그:#천의영, #공간서가, #커피하우스, #살롱, #열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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