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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이 지난 3월 31일 오전 중국 쿠부치 사막에 위치한 미래숲 사막기지 인근에 나무를 심고 있다.
 KF 한중 녹색봉사단원들이 지난 3월 31일 오전 중국 쿠부치 사막에 위치한 미래숲 사막기지 인근에 나무를 심고 있다.
ⓒ 윤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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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가 이 사막에 유일한 생명체였대요. 그런데 우리가 나무를 심은 이후부터 다른 곤충들도 점점 늘었대요." - 조주연(25) 단원 
"사막에 나무가 과연 자랄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했어요. 제가 심은 이 나무 한 그루가 사막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도재훈(19) 단원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다라터치시에 있는 쿠부치 사막, 60명의 청년이 힘겹게 땅을 파고 있다. 햇빛이 내리비치는 사막 한가운데에 1m 깊이의 구멍을 만들더니 긴 막대 모양의 버드나무를 심는다. 한 청년이 나무에 물을 뿌리고 땅을 발로 디디면서 '나무야 잘 자라렴'이라고 말한다. 메마른 사막에 나무를 심는 행동, 누군가는 이 행동이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나무를 심는 청년들의 표정에는 웃음꽃이 피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사막화와 황사를 막기 위해 찾아온 녹색봉사단원들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이하 미래숲)이 주관하는 '2019 한중 녹색봉사단 중국파견사업'(이하 봉사단)이 3월 26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서 진행됐다. 이 사업은 한중 공동 환경문제인 사막화·황사 방지를 위해 2002년부터 시작됐으며, 쿠부치 사막 식수 활동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미래숲은 이 사업으로 지금까지 약 3000ha 지역에 나무 약 천만 그루를 심었다. 

본 기사는 기자가 봉사단의 한 단원으로 참여해 우리나라 청년들이 우리나라도 아닌 중국, 그것도 사막에 나무를 심으려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았다.

불가능한 땅에 '희망'을 확인하다

무언가 목표를 이루고자 행동할 때는 확신이 필요하다. 봉사단은 식수 활동 이전에 사막 이곳저곳 걷는 시간을 가졌다. '녹색장성'이라 불리는 한중우의림(한중 양국의 협력 후 2006년 사막에 조성된 방사림으로 남북 약 16km, 폭 0.6km에 달한다)과 지난 기수들이 심었던 나무들이 말라 죽지 않은 걸 확인했다.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자신들이 참여한 활동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불모지였던 사막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 나무들 덕분에 동쪽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부 사막화가 지연되고 있다.
 불모지였던 사막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 나무들 덕분에 동쪽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부 사막화가 지연되고 있다.
ⓒ 윤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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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21) 단원은 "사막을 이동하면서 나무들과 풀들이 종종 보였는데 이게 이전 봉사단의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라고 들었을 때 굉장히 놀랐다. 트래킹 마지막에는 사막 옆에 흐르는 강줄기도 봤다"면서 "사막에 오기 전만 해도 과연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는데 나무들을 보면서 미래숲이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장기간에 걸친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메마른 사막에서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을까?

사막은 말 그대로 건조한 땅이다. 어떻게 이곳에서 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미래숲은 "식수 지역이 다른 사막지형보다 성장 환경에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황하의 지류와 풍부한 지하수를 가지고 있다. 여러 환경 정밀조사를 한 결과, 현지에 잘 자랄 수 있는 나무 종류를 선택해 심고 사후관리까지 철저히 하면 생존율은 약 70~8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식수에 사용된 나무는 '양버들' 또는 '포플러'(Populus)라고 알려진 미루나무로, 사막에도 생존율이 높을 정도로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 2016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국립산림과학원 등 국내 연구진은 사막에서 잘 자라는 유전자를 개발하는 등 생존율을 더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불가능한 땅에 '희망'을 심다
 
기자가 심은 개인 나무다. 이 나무가 후에도 잘 자라고 있는지 미래숲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심은 개인 나무다. 이 나무가 후에도 잘 자라고 있는지 미래숲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윤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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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들은 트레킹 이후 늦은 오후부터 본격적인 식수 활동에 들어갔다. 파야 할 땅 깊이, 물 줄 때 주의사항 등 나무 심는 법에 대해 주의사항을 들은 뒤 곧바로 활동을 시작했다. 첫날은 중국 물자대학 학생·교사들과 함께했다. 나무를 심으면서 중국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중 우호 관계를 다졌다.

둘째 날인 3월 31일 오전, 단원들은 봉사단 공동구역에서 식수 활동을 마치고 오후에 '사막에 내 나무 심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해당 나무는 앞으로 단원의 이름으로 성장한다. 성장 현황은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래숲 관계자가 개인 나무의 성장 과정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면 봉사자는 사막을 방문하지 않아도 자신의 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재훈 단원은 자신이 심은 나무 한 그루가 사막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4월 1일에는 식수 구역에 사장 기초 작업을 진행했다. 사장 작업이란 나무를 심은 곳 또는 심을 곳에 나뭇가지들을 한데 모아서 정사각형 모양의 틀을 만드는 걸 말한다. 이 작업으로 나무가 거센 바람이나 흩날리는 모래 때문에 쓰러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중국의 사막화가 우리나라와 무슨 상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의 자료에 따르면 축구장 32개 면적의 육지가 1분마다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쿠부치 사막도 마찬가지였다. 범위를 점점 넓혀서 미래숲 사막기지 인근의 롱토과이 마을까지 위협했다. 1950년대에는 초원이던 롱토과이 마을은 집이 모래에 묻히는 등 큰 피해를 보았다. 주민들은 견디지 못해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고, 2010년 3가구, 꿔이샨씨 부부 한 가구만 남게 되었다. 

쿠부치 사막이 중국의 대표적인 황사 발원지가 되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2006년 4월 초, 우리나라에는 휴교령이 내릴 정도로 황사가 극심했던 적이 있었다. 이 먼지는 불과 며칠 전 쿠부치 사막과 베이징에만 있었던 것으로 대기 흐름을 타 우리나라까지 도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쿠부치 사막의 사막화는 중국 동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라터치 시와 베이징의 거리는 500km에 불과해, 이대로 버려두면 베이징까지 사막화가 될 수 있다. 서울과 베이징과의 직선거리는 960km다. 한중 양국의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를 살리자! 하나로! 미래로! 푸르게!'

권병현 미래숲 대표는 주중대사 재임 당시 이 위기를 이른 시일 내에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권 대표는 임기 종료 후 2002년 NGO 미래숲을 설립하며 중국 정부 및 여러 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사막화·황사 방지 사업을 시작했다.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31일 쿠부치 사막에 위치한 미래숲 사막기지에 방문했다. 10년 전 자신이 기증한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재윤 前 국회의원, 권병현 미래숲 대표,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 강영필 한국국제교류재단 기획이사.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31일 쿠부치 사막에 위치한 미래숲 사막기지에 방문했다. 10년 전 자신이 기증한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재윤 前 국회의원, 권병현 미래숲 대표,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 강영필 한국국제교류재단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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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도 권 대표의 꿈에 힘을 보탰다. 권 대표는 2009년 5월 '사막에 십억 그루 나무 심기(Billion Trees in Dessert)'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당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자신의 나무를 프로젝트 1호 나무로 기증하며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6월 17일 유엔이 주관한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 기념식'에서 사막화 방지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

미래숲의 작은 움직임, 녹색 미래의 큰 발자국을 남기다

미래숲은 2006년 중화전국청년연합회, 다라터치 인민정부 등과 함께 '한중우호녹색장성' 사업을 시작해 남북 16km 길이의 방사림을 조성했다. 이 방사림은 중국 동쪽으로 진행되는 사막화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후 2009년 롱토과이 마을 주변으로 식수 활동을 이어갔다. 롱토과이 마을은 원래대로의 모습을 되찾았고, 떠났던 마을 주민들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꿔이샨씨 부부 한 가구만 남았던 이 마을은 2018년 현재 8가구, 30명이 살고 있다.
 
초원으로 돌아온 롱토과이 마을,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초원으로 돌아온 롱토과이 마을,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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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장성’ 프로젝트로 녹화(綠化)된 쿠부치 사막의 항공사진이다. 사진 왼쪽은 2006년 프로젝트 시작 전, 오른쪽은 2009년에 찍었다.
 ‘녹색장성’ 프로젝트로 녹화(綠化)된 쿠부치 사막의 항공사진이다. 사진 왼쪽은 2006년 프로젝트 시작 전, 오른쪽은 2009년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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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숲은 이번 사업을 통해 약 500그루를 심었다고 밝혔다. 사흘 동안 하루에 적게는 두 시간, 많게는 네다섯 시간 가까이 나무를 심었다. 모래바람이 강하게 몰아칠 때마다 눈이 따가워 단원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바람이 잠잠해지자 다시 나무 심기에 몰두했다. 나무를 하나라도 더 심겠다는 단원들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영상 10도 안팎의 서늘한 날씨였지만 반복되는 삽질에 땀 흘리는 단원도 있었다. 1m 깊이의 땅을 파고, 나무를 심고, 물탱크 트럭으로 가서 양동이에 물을 싣고 나르는 반복된 작업. 그래도 단원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민정(21) 단원은 "사흘 동안 이곳에 나무 열 그루를 심었다. 나무를 심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막에 심은 나무라 그런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나무를 심으면서 부디 모든 나무가 살아남기를 바란다. 내가 심은 나무뿐만 아니라 이곳의 모든 나무가 살아남아 이 황량한 사막의 희망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말했다.
 
녹색봉사단원들이 개인나무를 심은 뒤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2019 KF 한중 녹색봉사단’은 파견기간동안 약 5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녹색봉사단원들이 개인나무를 심은 뒤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2019 KF 한중 녹색봉사단’은 파견기간동안 약 5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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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봉사단은 이번 기간 식수 활동 외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위원회 참관, 제25회 한중청년포럼, '가리왕산 생태계 복원 문제'에 관한 세계시민교육 토론회 등 한중 청년 문화교류 및 공공외교활동을 가졌다.

태그:#미래숲, #사막화, #나무, #중국,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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