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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영화 관람은 아주 익숙한 문화 생활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체 극장 관객수는 무려 2억 1639만 명이다. 매출액은 1조 8140억, 한국영화 관객수도 1억 1015만 명이나 된다. 1인당 영화 관람횟수는 4.18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즐기고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영화를 재밌게 봤다고 해서 영화에 대해 남에게 말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남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글을 쓰는 일은 더 어렵다. 나도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를 남에게 설명하지 못해서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영화가 좋고, 영화에 대해 남에게 말하고 글쓰고 싶은데 쉽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 한 권 있다. 직업인을 꿈꾸는 사람이 읽어도 좋고, 취미가 영화 감상인 사람이 봐도 좋은 책이다.
 
영화기자의 글쓰기
 영화기자의 글쓰기
ⓒ 주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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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은 <씨네21>의 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주성철 기자가 쓴 영화와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지금은 사라진 영화잡지 <키노>, <FILM 2.0>을 거쳐 <씨네21>에 이르기까지 20년을 영화기자로 근무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영화기자라는 직업,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전 해야 할 일, 영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해야 할 일, 인터뷰의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우선 영화기자에 대해 설명한다. 영화기자는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론인도 아닌 중간 단계의 존재다. 영화인이라고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사건을 보도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인과도 다르다. 영화인과 언론인 사이의 중간적 입지에서 영화에 대한 글을 써서 싣는 것이 영화기자다.

책은 영화기자들의 업무는 단순히 영화를 보고 느낌을 적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 기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만 보고 감상을 쓰니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영화 기자는 원하는 글만 쓸 수없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도 봐야 하고, 악평을 듣고 기분이 침체된 배우나 감독과 착잡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시작해야 할 때도 있다. 영화제에 가면 단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수의 영화를 보고 뇌리에 기록해야 하는 힘든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오히려 영화 기자들에게 중시되는 것은 기획 능력이라고 한다. 특정한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영화에 대해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 영화 시장이 특이한 징후를 보이면 그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기사를 써야 한다. 단순히 영화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사전지식, 시장 규모와 매출액 등 영화와 관련된 주제들을 묶어서 기사로 기획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영화기자의 글쓰기는 다른 것에 대한 글쓰기와는 다를 수밖에 있다. 음악, 책에 대한 글과는 작성 과정이 다르다. 책은 과거 책갈피를 넣었던 부분을 살펴보면 되고, 음악은 다시 재생하면 된다. 문제는 영화는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 속 등장인물(영화 <베테랑>의 서도철)의 주택 구조가 기억이 안나서 새벽에 영화관에 간 일도 있었다고 밝힌다.

또한 영화에 대한 글을 쓰려면 치밀한 자료조사가 필수라고 한다. 해당 영화를 촬영한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보고, 영화가 배경으로 한 시간대에 대해 조사하고, 영화 감독뿐 아니라 영화의 기술력을 담당하는 스태프에 대해서도 조사한다고 한다. 저자는 충분한 자료조사 없이 쓰는 글이나 인터뷰를 게으른 작업물로 보아 매우 비판적이다.
 
 많은 이가 자료를 조사하는 것보다 자신의 '감상'을 풀어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그 영화에 대한 입장 정리나 호불호는 충분히 자료를 살펴본 다음에 내려도 늦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즉석에서의 감상을 주변에 '말'로 풀어내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을 정리된 '글'로 쓰는 것은 다른 문제다 . -220P

때문에 저자는 글쓰기에 있어서 자료조사와 메모 활용을 강조한다. 영화에 대해서도 될 수 있는 한 많은 메모를 하고, 영화인을 인터뷰 할 때도 메모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권하는 영화의 내용을 기억하는 방법은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영화에 대해 메모하는 것이다. 이것은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데, 영화를 보면서 기억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글을 최대한 많이 쓰고 쓴 글은 다시 수정하고 양을 줄여나가면서 글의 분량을 줄이는 훈련을 할 것을 권한다.
 
지금 나의 글을 확 바꿀 수 있는 '단 하나의 해법'이 있다. 앞으로 얘기할 다른 많은 해법을 제쳐두고 "어떻게 내 글을 한 번에 바꿀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족집게 선생님처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간단하다. 영화를 보면서 메모하면 된다. 혹은 영화를 한 번 더 보면 된다. 글을 다음에 쓰지 말고 영화를 보고나온 그날 바로 쓰면 된다. 영화글은 기억력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215P

저자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유시민 작가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몇몇 글쓰기에 대한 팁을 인용한다. 그래서 두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익숙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영화기자의 글쓰기에 대해 가르치는 책이지만, 글쓰기에 관심이 없더라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요소가 가득하다. 영화지 춘추전국시대를 벌이다가 사라져간 영화 잡지들에 대한 옛 이야기부터, 영화배우들의 고난과 그들과 함께했던 기자들의 이야기, 성장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에 대한 영화기자의 생각 등 다양한 모습이 펼쳐져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영화기자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읽으면서 저자가 영화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길 것이다.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 -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 글쓰기 특강

주성철 지음, 메이트북스(2018)


태그:#영화, #씨네21, #기자, #영화기자,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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