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3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문화체육관광부

 
'문재인 정부의 영화 및 문화정책에 대해 실망과 함께 투쟁 의지만 남았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임명을 재가한 2일 반대 투쟁에 집중했던 영화계의 분위기는 이렇게 요약된다. 그동안 비유대로 고양이에게 생선이 맡겨졌고, CJ 트로이 목마가 끝내 문체부로 입성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박양우 장관 임명은 취임 뒤 영화계와 논의해 공들여왔던 영화산업 독과점 규제를 사실상 포기한 모양새가 됐다. 관료주의의 대표적인 인물이 문화예술행정을 책임지게 되면서 '블랙리스트'로 고통 받았던 문화예술인들의 불신도 커지게 됐다.
 
영화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청문보고서에 전자결재를 한 2일에도 임명 반대 연명을 공개하며 마지막 힘을 다했다. 영화인과 일반시민 등 418명이 연명한 서명에는 재벌 대변자를 향한 영화인들의 단호한 거부 의사를 담았다.
 
연명한 영화인들은 "3월 26일의 청문회에서 분명하게 확인되었듯이, 박씨는 스크린독과점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며 "이는 마음에 다른 뜻을 품고 있다는 명확한 반증으로서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의 문화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이 될 자격을 전혀 갖추지 못했음이 확실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영화산업 독과점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과 한국영화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침해해 온 재벌 대기업의 거수기이자 로비스트였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문화산업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을 펴나가야 할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장에 임명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온전한 공정경제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의 회복을 바라는 강력한 의지를 담아,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박양우 후보자 장관 임명을 반대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안에 재가를 하는 순간까지도 반대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연명에는 영화인총연합회 지상학 이사장과 원로영화인 정진우 감독이 참여했고, 민병록 전 영화평론가협회장. 이민용, 육상효, 정윤철, 부지영, 진모영 감독, 남북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 부천영화제 김영덕, 모은영 프로그래머, 환경영화제 맹수진 프로그래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인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 여성영화인모임 채윤희 대표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대거 서명에 참여했다.
 
영화산업 대기업 규제 사실상 어려워져
 
 3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남 선급 회사 특혜 채용 문제와 영화인들의 후보자 인명 반대를 요구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3일부터 엄무를 시작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남 선급 회사 특혜 채용 문제와 영화인들의 후보자 인명 반대를 요구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3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청문회 당시 박양우 장관은 스크린 독과점 등 영화계가 요구하는 개혁 법안들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피했다. 이는 영화인들의 거부감이 커진 한 원인으로 보인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처리 과정에서 문체부 관료들의 제 식구 감싸기를 확인했던 블랙리스트 피해 단체들 역시 불신을 드러내면서 문체부와 문화예술계의 긴장이 높아지게 됐다. 상황에 따라 사사건건 충돌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도종환 장관 때도 블랙리스트 후속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판을 받았는데, 문체부 직원들이 선배이기도 한 관료가 이를 정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박양우 장관이 임명되면서 한국 영화계 숙원 과제 역시 처리가 요원하게 됐다. 현재의 대기업 영화산업 지배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로 대기업 규제법안 처리에 먹구름이 잔뜩 끼인 셈이 됐다. 
 
물론 반독과점 영대위를 중심으로 한 영화계도 끝까지 영화산업 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회에 계류상태인 영화 관련 법안이 처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영화산업 대기업 규제 방안에 협조할 가능성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청문회를 앞두고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상영과 배급을 분리하는 법안은 다른 산업과 비교할 때 문제가 많아 어렵고, 한 영화가 스크린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일정한 비율로 스크린 상한을 두는 방안은 처리되도록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양우 장관이 임명되면서 이 가능성마저도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독과점 영대위 배장수 대변인은 2일 "다음 주에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최소한 스크린 상한선 제한 정도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또한 청문회 때 박양우 장관이 취임 후 영화인들을 만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바로 만나자는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한 대외적인 발언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문체부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선배가 장관으로 온 데 대해 문체부를 잘 아는 장관이 왔다고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현장의 영화인과 문화예술인들은 장관을 대기업에 넘겨준 것과 다름없는 인사에 반감만 커지는 분위기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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