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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만화경> 프로젝트에서 제 임무는 기록하는 것입니다. 작가를 기록하고, 아이디어에서 전시까지의 전 과정을 남겨놓는 거죠. 이를 통해 작가들 사이에 이해를 높이고, 참여를 위한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더 나은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것. 지난 3월 15일, '민화어벤저스(가칭)' 팀은 안국역 1번 출구 근처 '스페이스 이색'을 찾았습니다. <민화, 만화경>에 참여하는 서혜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김영곤 작가도 이곳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스페이스 이색에서 두 작가를 만났다. 왼편이 김영곤, 서혜진 작가.  ‘시냇가 심은 나무’ 목공소에서 만든, 달과 별과 해와 구름과 물과 나무를 형상화한 책상.
▲ 스페이스 이색에서 두 작가를 만났다. 왼편이 김영곤, 서혜진 작가.  ‘시냇가 심은 나무’ 목공소에서 만든, 달과 별과 해와 구름과 물과 나무를 형상화한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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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자양분 속에서 

'스페이스 이색'은 이전에 '사비나 갤러리'가 있던 곳입니다. (사비나는 현재, 은평구 진관동으로 새 집을 지어 갔죠) 구도심의 골목길에 스페이스 이색이 숨어 있었습니다. 서혜진 작가가 이곳서 전시를 하게 된 것은 '아빠 덕'입니다. 그의 부친 서영호 님은 40여 년 경력의 솜씨좋은 목수인데, 전시 공간 파티션이나 좌대 등 시설물 설치를 했다죠. 이색이 새로 문을 열며, 공간을 서 목수에게 맡긴 것입니다. 서 작가도 이곳에 들렀다가, '부녀작업단'으로 공간 관계자들 눈에 띄었습니니다. 별, 달, 해, 구름, 물, 땅, 나무, 이렇게 천지창조가 주제인 서 목수의 책상은 이 전시의 한 '부분'이 되었고요. 전시의 타이틀 '시냇가 심은 나무' 자체가 서혜진 작가 부친의 목공소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버지 목공소가 도림천 부근에 있어요. 저희가 신림으로 이사할 때, 월세가 쌌고 무엇보다 2층이 주택이라 재밌는 공간이겠다 싶어 구했죠. 아버지와 제가 폐가에 가깝던 그곳을 손수 바꿨어요. 2층은 에어비엔비 숙소로 두고, 저는 자주 작업실로도 활용했어요. 거기 가는 동안 도림천을 들러갔죠. 5년여 동안이요. 그곳의 풀과 나무들, 물과 새들에서 아름다움을 느꼈어요. 그런 풍경들을 그렸어요. 이 전시는 그런 제 일상의 공간을 재현하는 일이었어요."

드로잉과 회화로 전시장을 채운 서혜진 작가에게 '민화'와의 인연을 물었습니다.

"남편은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한국에서 인디밴드 공연 혹은 공연기획 작업을 해요. 외국인인 남편이 한국의 예술에 대해서 아름답다고 하는 지점이 있어요. 그의 친구들 역시나 비슷한 곳을 짚었죠. 한국의 전통 문양들, 한국적 패턴같은 거요. 그게 도대체 어떤 걸까 하고 저도 더 들여다보기 시작한 거예요."

 
서혜진 작가는 <민화, 만화경> 전시에서 대중들의 참여를 통한 시대의 기록을 구상중이다.  서혜진 작가의 드로잉을 도장으로 만들었다. 자유롭게 구성하여 자신의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 서혜진 작가는 <민화, 만화경> 전시에서 대중들의 참여를 통한 시대의 기록을 구상중이다.  서혜진 작가의 드로잉을 도장으로 만들었다. 자유롭게 구성하여 자신의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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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들은 우리 옛 사람들의 그림에서 무얼 본 걸까요? 처음에 서혜진 작가가 눈길을 둔 곳은 패턴, 색감 그리고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차츰 그 안에 깃든 그 시대의 풍경이 다가왔죠. 그녀가 주변에서 느낀 감성을 표현하듯, 민화 작가들 역시 그러했겠죠. '예술품을 만든다'는 자의식 없이, 고스란히 바깥의 것과 내면의 것이 합치된 상태.

"저는 이번에 스탬프를 이용한 민화를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그동안 드로잉했던 사람, 정물, 풍경을 고무도장으로 만들었어요. 찍으면 패턴이 되고, 겹쳐서 레이어를 갖게 되면 풍부해지거든요. 배치와 운용에 따라 각기 모두 다른 그림이 될 수 있어요. <민화, 만화경> 기간 동안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 그들을 아카이브할 수도 있겠죠. 그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정서를 반영한 작업들을 수집해, 이 시대를 기록하고 싶어요. 그건 지난해 3월부터의 제 프로젝트이기도 하죠."

땅과 산과 동네란 환경 안에서

김영곤 작가는 '젊은' 작가였습니다.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죠. 그녀의 작품을 보고나서 김민성 민화작가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이군요."하고 농을 던졌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하고 묻지 않았지만, 그게 무슨 뜻으로 해석될지 서로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겉으로 보면 부드럽고 친절한 사람인데, 작품은 각이 잡히고, 정밀했거든요. 김영곤 작가에게 역시 '민화와의 인연'을 물었습니다.

"대학때 저는 얇은 도자기를 하고 싶었어요. 불에 구워내야 하는 거라,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문제가 생길 거라고 주변서 말렸죠. 그래도 하고 싶었어요. 제 작품은 각이 있는 작품들이었어요. 그게 민화의 책가도와 닮았죠. 저희들같은 전공자들은 미술을 처음 배울 때, 투시도나 원근법을 가장 먼저 배우잖아요.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죠. 근데 책가도는 그게 왜곡돼 있어요. 거기서 매력을 느꼈어요."
 
김영곤 작가의 도자작업을 김민성 작가가 찍고 있다.  궐과 담에 영감을 받은 김민성 민화작가는 저 도자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콜라보를 이뤄보겠다고 말했다.
▲ 김영곤 작가의 도자작업을 김민성 작가가 찍고 있다.  궐과 담에 영감을 받은 김민성 민화작가는 저 도자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콜라보를 이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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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작가의 '작업노트'를 함께 했던 여러 사람이 돌려 보았습니다. 줄 없는 백지에 그려넣는 여러 작가의 그것과는 다르게 작업노트는 라인이 들어있습니다. 거기 빼곡하게 직선으로 그어진, 마치 건물같은, 마치 책가도 같은 작품의 설계도들이 있었습니다. 그 설계도들의 일부가 현재 우리 눈 앞에서 오브제로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그가 오늘 보여준 작품들은 담을 가진 옛집 혹은 궁.궐.입니다.

"저는 대구 근처 시골서 자랐어요. 서울에 와선 북한산, 인왕산, 낙산공원의 성벽들이 인상 깊었죠. 공예트렌드페어를 통해서 3인의 작가와 일본에 갔다 왔어요. 마루누마 예술의 숲에서 3개월 가량 레지던시로 작품을 했는데, 계속 고향 생각, 서울 생각이 났어요. 그것들을 그리고 만들고 싶다고요. 현재의 우리를 계속 그려나가면, 그게 언젠가는 (우리가 지금 보는 옛날의) 민화처럼 되지 않을까요?"

서혜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와 남편이 서 작가의 양분이 되어주었구나 싶었습니다. 김영곤 작가 곁에 있었던 대구의 산들과 집들, 서울의 산과 담들 그리고 궐들이 함께 보였습니다. 민화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향할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건 훨씬 더 우리 가까운 데서 오는 것 같았습니다. 생활서 오고 생활로 향하는 작품들. 그들의 작품을 통해 저는 오늘의 우리를 한번 더 살필 것입니다.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왼편부터 김민성, 서혜진, 김영곤. 전시가 되기까지 오랜 준비와 협업이 필요하다.
▲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왼편부터 김민성, 서혜진, 김영곤. 전시가 되기까지 오랜 준비와 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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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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