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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블룸버그통신 기사 제목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대한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학교 교수의 기고문을 싣습니다. 장부승 교수는 연속 기고문을 통해 '은연 중에 드러난 사대주의, 인종차별, 애국주의 그리고 권위주의'를 꼬집습니다.[편집자말]
앞선 기사에서 '김정은 수석대변인' 논란의 대상이 된 블룸버그통신 기사를 상세히 평가해 봤다. 그러면 이번엔 블룸버그통신 기사와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특정해 실명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논평을 평가해 보자.

논란의 초점이 사실이든 해석이든, 언론보도 역시 비판의 성역에 있는 건 아니다. 민주당이 블룸버그통신 기사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얼마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3월 13일 그리고 그 다음날 발표된 민주당의 논평은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민주국가 집권여당의 논평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여전히 우리 정치권이 세계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본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 엿보였다. 

부정확한 사실 관계 
 
현안 브리핑하는 이해식 대변인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3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으로 지칭하자, 그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동시에 나 대표가 인용한 블룸버그통신 기사와 작성 기자를 실명까지 언급하며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1월 17일 현안 브리핑을 하는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의 모습.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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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해당 논평은 사실관계가 부정확했다. 블룸버그통신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연합뉴스>에 있다가 블룸버그통신으로 옮긴 통신원(리포터)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 문장의 배후에는 해당 기자를 낮잡아 보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기자는 <연합뉴스>에 근무하다가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6년간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통신에서 일했다. 그후 다시 블룸버그통신으로 옮겼다. AP와 블룸버그통신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규모 언론사다. 유능한 언론인들을 채용하고 또 언론인들을 잘 훈련시킨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사대주의적 언론관

둘째, 민주당의 논평은 사대주의적이다.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검은 머리 외국인" 등의 표현은 기사의 작성자가 외국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인이었다는 놀라움을 담고 있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같은 내용을 검은 머리가 아니고 금발 머리 외국인이 썼다면 민주당은 그냥 승복할 것인가? 진짜 외국인이 쓴 것이면 괜찮지만, 외국인인 줄만 알았던 한국인이 쓴 글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은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

인종 차별 의식

셋째, 언론인의 머리카락 색깔이나 피부 색깔을 문제삼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며, 인종적 감수성의 결여를 드러낸 것이다. 만약 이런 언급을 미국, 일본, 유럽의 집권여당 대변인이 했다면 아마 그 대변인은 물론 당 대표마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머리카락이나 피부 색깔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기사 내용에 이견이 있으면 내용을 비판하면 된다. 이미 농촌에만 가도 다문화 가정이 부지기수고, 머리카락·눈·피부 색깔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무역과 투자가 가장 개방돼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대한민국 정치권의 인종과 민족 감수성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과도한 애국주의

넷째, 민주당 논평은 과도한 애국주의를 보여준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표현의 배후에는 '한국인이 왜 외국 언론사나 기업에서 일하느냐'는 못마땅한 시선이 묻어 있다. 그리고 사실은 한국인인데 왜 외국인인 척하느냐는 시각도 보인다.

그러나 애국만을 우선한다면 어떤 한국인이 외국 기업에 취직할 수 있나? 외국 기업이 한국인을 채용할 때는 그 능력을 보는 것이지 한국에 대한 충성심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애국하는 사람은 외국 기업에 취직하면 안 되는 것인가?

반대로 우리가 외국인을 고용할 때는 어떤가?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칭찬만 늘어 놓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관찰과 양심에 근거해 한국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을 말해주길 원하는가?

이미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취업해 있고, 한국인의 외국 취업도 정부에서 장려까지 하는 요즘 세상에 이런 식의 과도한 애국주의는 시대착오적이다.

철지난 권위주의의 그림자 
 
2019년 3월 19일자 민주당 대변인 논평 논란 6일째인 3월 19일 민주당은 3월 13일의 논평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논평중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표현들을 삭제하였다.
▲ 2019년 3월 19일자 민주당 대변인 논평 논란 6일째인 3월 19일 민주당은 3월 13일의 논평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논평중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표현들을 삭제하였다.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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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민주당 논평에는 권위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면 "매국"이고 "모독"이라는 생각의 배후에는 대통령이 곧 국가이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전근대 권위주의적 사고가 엿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왕이 아니다. 그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의 여왕이 아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민주공화정에서 대통령은 국민주권을 일정 기간 위임받은 우리의 대표자에 불과하며, 실제 나라의 주인으로서 국민은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인은 얼마든지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이미 민주화된지 한 세대가 넘었다. 게다가 현 정부는 '촛불'이라는 국민의 여망을 받아 안고 출범한 정부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그런 정부의 집권여당이 특정 외신의 보도에 대해 특정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과잉 반응하고, 더욱이 그 과정에서 사대주의, 인종차별에 과도한 애국주의와 철지난 권위주의를 보여주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작고한 진보 언론인 리영희 선생이 말했듯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한 애국"이다. 진실에 앞서 애국을 강요하려 해선 안 된다.

기계적 중립으로 박근혜 정부-문재인 정부 비교하는 것은 '촛불' 의미 망각

덧붙여 금번 사건 관련 일부 논자들이 보여준 '기계적 중립'에 근거한 비판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논자는 금번 블룸버그통신 사건 관련 서울외신기자클럽의 성명서와 4년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 기소 사건 당시 서울외신기자클럽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의 문구를 대조·비교하면서 마치 외신 언론인들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게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4년 전에는 해당 지국장이 이미 기소된 상황 하에서 기소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다. 이번에는 기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 상황 속에서 공개 성명을 낸 것이다. 서한의 문구와 성명의 문구에 표현상 차이가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계속해서 바뀐다. 4년 전의 이사들과 지금의 이사들이 같은 사람들이 아니며, 그들의 상황 판단과 대응 역시 차이가 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이러한 대응이 사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동렬에 놓는 '기계적 중립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촛불혁명 이후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언론인들이 언론 자유 보장 관련 더 높은 기대감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에서 시대착오적인 대응이 나올 경우 이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판하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산케이신문> 사건 당시 국내외 많은 시민, 언론인, 지식인들이 한국의 언론 자유 후퇴와 대외 이미지 악화에 대해 우려했다. 결국 <산케이신문> 지국장은 1심 무죄가 나왔고 검찰은 항소조차 못했다. 지난해에 그 지국장은 700만 원의 형사보상금까지 수령했다.

촛불혁명 이후에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과제는 산적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지난 3월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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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아래서 4년 전과 유사한 언론 자유 침해가 재연될 조짐이 보였다는 것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촛불혁명으로 이제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는 완성됐고, 문재인 정부의 민주적 권위는 신성불가침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번 블룸버그통신 사건은 여전히 우리 민주주의 발전의 길은 멀고, 사대주의, 인종차별, 과도한 애국주의와 권위주의 등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보루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는 대통령이, 집권여당이 알아서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이번 블룸버그통신 사건이 언론인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 민주주의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깊이 음미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앞선 기사] 표적이 된 '블룸버그' 기사, 정말 편파적이었을까

덧붙이는 글 |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세계 최대 국방 연구소인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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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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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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