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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과 영월 두 고장에서 봄이면 경쟁적으로 고장을 알리는 수단 하나로 사용하는 꽃이 있다. 동강할미꽃이다. 지난번 "동강댐 건설을 막은 장한 꽃" 기사에서는 사람의 손길에 시달리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인 동강할미꽃만 사진으로 보여줬다. 촬영지에 사람의 흔적이 확연한 동강할미꽃이 없어서가 아니다.
  
동강할미꽃 자연 그대로의 동강할미꽃은 어떤 개체나 모두 한 해 전 묵은 잎들이 마른 상태 그대로 남아있다. 배경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나올 꽃을 보호하는 역할도 좋은 학습이 된다.
▲ 동강할미꽃 자연 그대로의 동강할미꽃은 어떤 개체나 모두 한 해 전 묵은 잎들이 마른 상태 그대로 남아있다. 배경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나올 꽃을 보호하는 역할도 좋은 학습이 된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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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왜 사진촬영을 하더라도 꽃은 물론이고 꽃의 주변까지 손을 대지 말라고 하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몇 년 전 뉴스에 떠들썩하게 보도된 사건 하나가 있다. 대왕송을 촬영하겠다고 주변의 소나무 25그루를 베어낸 사진작가는 "소나무는 양지식물이라서 햇빛을 가리면 죽는다. 참나무가 많아서 잘랐다. 또 사진을 찍는 데 방해가 됐다"고 주장했는데, 그가 그렇게 촬영한 사진이 한 장에 400~500만 원에 거래됐음에도 법원은 고작 벌금 500만 원이라는 관대한 처벌을 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지 않던가. 당장은 주변에 풀 몇 포기, 나뭇가지 몇 개 뽑고 잘라내지만 누가 알겠는가. 세상에 '○○전문사진작가'란 이름을 얻으면 작품 하나 촬영하겠다고 몰상식한 짓을 저지를지.
  
동강할미꽃 묵은 잎을 제거하려다 뿌리가 바질 거 같았던 모양이다. 줄기를 끊어낸 흔적이 고스라니 남았다.
▲ 동강할미꽃 묵은 잎을 제거하려다 뿌리가 바질 거 같았던 모양이다. 줄기를 끊어낸 흔적이 고스라니 남았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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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아예 동강할미꽃이 어떤 수난을 겪었는지 설명해두었다. 굳이 긴 설명 필요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렇게 한 해 전 무성했던 풀을 모조리 뜯어내야 좋은 사진이 되는지 안 물을 수 없다. 바짝 마른 묵은 잎이 잘 뜯기지 않고 뿌리까지 뽑힐 정도가 되니 끊어낸 흔적이 고스라니 남았다.
  
동강할미꽃 묵은 잎을 제거하는 수준을 넘어 사진촬영에 방해가 되면 그 대상이 무엇이던 모두 제거하고 본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앞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거기 방해되니 좀 비켜요”라 외친다.
▲ 동강할미꽃 묵은 잎을 제거하는 수준을 넘어 사진촬영에 방해가 되면 그 대상이 무엇이던 모두 제거하고 본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앞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거기 방해되니 좀 비켜요”라 외친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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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마른 동강할미꽃의 잎들만 제거하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는다. 곁에 있다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죄가 되어 갈대가 잘라졌는데 용케도 잘린 잎이 며칠이나 지났는지 다시 자라고 있다.

작품으로 팔 소나무 사진 하나 촬영하겠다고 주변의 소나무 25그루 자른 사진작가와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동강할미꽃 먼저 피었다 시들어 가는 것도 서러울 일인데 그게 죄가 되어 잘리고 만 동강할미꽃 하나.
▲ 동강할미꽃 먼저 피었다 시들어 가는 것도 서러울 일인데 그게 죄가 되어 잘리고 만 동강할미꽃 하나.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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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피고 시들어가는 것도 죄란 말인가? 누군가에겐 그런 모양이다. 꽃 한 송이 먼저 피었다 진 상태에서 새로 피어난 한 송이와 함께 촬영하려니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아예 뜯어내고 촬영한 흔적이 남았다.

꽃이 피려는 목적은 단 하나다. 씨앗을 맺어 더 많이 세상을 꽃으로 피우려는 것!
  
동강할미꽃 이슬이 맺힌 동강할미꽃 사진에 탄성을 지른다면 어리석기 그지없다. 3월 하순에 이슬도 그렇다지만 꽃이 활짝 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오른 시간이다.
▲ 동강할미꽃 이슬이 맺힌 동강할미꽃 사진에 탄성을 지른다면 어리석기 그지없다. 3월 하순에 이슬도 그렇다지만 꽃이 활짝 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오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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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해가 비치는 날 이슬이 과연 맺힐까?

누군가 인위적으로 이슬을 만들어 사진촬영을 한 흔적에 꽃은 고통을 겪는다. 물도 아닌 무언가 화학적으로 제조된 이슬처럼 연출하는 제품을 이용하여 이슬이 맺힌 동강할미꽃을 촬영하고 싶었던 비양심은, 사진촬영을 해 본 관람자라면 당장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건 잊은 모양이다.

동강할미꽃이 활짝 꽃잎을 열고 하늘을 향하는 시간은 해가 환하게 비출 때다. 과연 그 시간까지 이슬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누굴까? 더구나 3월 하순에 한낮의 이슬이라니!
  
동강할미꽃 어떤 카메라, 그리고 어떤 렌즈를 사용해 촬영했을까 궁금해 할 필요 없다. 스마트폰으로 여기 6장 모두 촬영했으니 말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훼손의 흔적과 비교하기 위해서가 목적이었다.
▲ 동강할미꽃 어떤 카메라, 그리고 어떤 렌즈를 사용해 촬영했을까 궁금해 할 필요 없다. 스마트폰으로 여기 6장 모두 촬영했으니 말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훼손의 흔적과 비교하기 위해서가 목적이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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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 않은가. 묵은 잎은 꽃에게 포근한 자리를 제공한다. 그걸 모두 뜯어내고 사진촬영을 해야 될 이유가 궁금하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얼마든지 꽃 사진, 아니 동강할미꽃을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것도 좋은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으로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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