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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 등 건강의 열쇠를 어쩌면 사람 그 자신이 아니라 체내 미생물이 쥐고?있는 지도 모른다.
 인간의 수명 등 건강의 열쇠를 어쩌면 사람 그 자신이 아니라 체내 미생물이 쥐고?있는 지도 모른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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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는 건강의 주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너무 살이 쪄도, 너무 말라도 문제다. 요즘 저체중보다 과체중이 문제가 되는 건 열량 높은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 반면, 열량을 소모할 운동 시간은 부족해서일 것이다.

체중 과다는 타고나는 경향이 있지만, 각자 마음먹기에 따라 조절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과체중인 사람이 "난 원래 살이 찌는 체질이야"라고 말한다면 십중팔구 부모 혹은 조상 탓을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두 달 동안 6kg 정도 뺐어"라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은 자신이 감량을 성취해 냈다고 믿는 것이다.

몸무게는 한마디로 사람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람만 체중 과다에 오롯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내에 자리 잡은 미생물도 단단히 한몫한다.

미생물 변종 여부에 따라 사람마다 몸무게 차이나
 
장내미생물을 확대한 사진. 눈에 안보이게 작지만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어마어마 하다.
 장내미생물을 확대한 사진. 눈에 안보이게 작지만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어마어마 하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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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록펠러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에 각각 소속된 데이비드 지비와 탈 코렘 박사는 장내 미생물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변종 여부 등이 숙주인 사람의 건강과 질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들은 "당분 분해와 관련된 미생물의 변종 여부가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이들의 논문에 따르면, 장내에 서식하는 당 분해 미생물이 변종이냐 아니냐에 따라 숙주인 사람의 몸무게가 대략 6kg가량 차이가 났다. 더불어 변종 미생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허리둘레도 4cm가량 가늘었다.

연구팀은 환경이나 기후 식생 등으로 인한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기후환경 및 인종이 다른 이스라엘 사람 약 900명과 다수의 네덜란드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다수 드러났다. 그중 한 가지는 사람의 장내에서 기생 혹은 공생하는 변종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변종이 7000개 이상 발견됐다.

인간의 체질은 선천적? 미생물의 영향 막대해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유럽과 중동으로 거주 국가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변종들이 다수 확인됐다는 점이다. 변종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거주 국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몸무게와 허리둘레 차이에 큰 영향을 끼친 미생물만 해도 이스라엘 사람들과 네덜란드 사람들의 장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이 변종 미생물은 인종이 달라도 인간의 장내에서 같은 역할을 했다. 즉 당분이 대장에 들어오면, 변종 미생물이 당분을 뷰트레이트(낙산염)로 바꿔줬다.

뷰트레이트는 영어 단어 '버터'의 기원으로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상한 버터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것은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지만, 염증 발생을 억제하는 등 인체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는 이른바 인간의 체질과 건강 등이 타고난 육신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인간과 공생 혹은 장내 기생하는 미생물들의 영향이 막대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장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변종이 수만 가지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몸무게는 물론 당뇨 심장 뇌 신경계 등의 질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내 미생물들이 변종이 이렇듯 많은 건, 무엇보다 이들의 유전자 변이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번 갖고 태어난 유전자를 본질에서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미생물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도 새로운 유전자 배열을 가진 개체로 변화할 수 있다. 한번 갖고 태어나면 '수정'이 사실상 불가한 인간 유전자보다, 미생물은 문자 그대로 변신의 귀재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수명 등 건강의 열쇠를 어쩌면 사람 그 자신이 아니라 체내 미생물이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서 수년 동안 연재한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후속으로 '아하! 과학'을 시작합니다. 호기심을 자아낼만한 과학 연구와 논문 등을 풀어내려 합니다.


태그:#미생물, #체중,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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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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