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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이 삼년산성 가는 길에 심은 느티나무 가로수(보은 정보고∼기상관측소∼삼년산성 구간) 100여 그루를 모두 베어내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은군이 삼년산성 가는 길에 심은 느티나무 가로수(보은 정보고∼기상관측소∼삼년산성 구간) 100여 그루를 모두 베어내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 보은 e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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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군수 정상혁, 2010년 7월부터)이 다 자란 가로수를 매년 싹둑 자르고 있어 '가로수 베는 자치단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특히 보은군은 주민들의 반대 서명에도 오는 26일, '삼년산성으로 가는 길'에 있는 느티나무 가로수를 모두 제거하는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보은군은 지난달 군정자문회의를 통해 지역 명소인 삼년산성(신라 시대 고성)으로 가는 진입로에 심은 수령 20여 년 생 느티나무 100여 그루를 모두 베어내기로 했다. 가로수 길은 약 600m(보은 정보고∼기상관측소∼삼년산성 구간)에 이른다. 도로변 인도에는 보은군이 심은 직경 40~50cm에 이르는 100여 그루의 느티나무(수령 액 20년)가 줄지어 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베어내는 주된 이유는 도로변을 따라 가로수 아래 논밭에 그늘이 져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 생육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다. 반면 가로수 길을 이용하고 있는 여러 주민은 "느티나무 가로수는 운치를 더해주고 보행자들이 더위를 식히며 걸을 수 있는 고마운 존재"라며 "살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관련 기사: "보은 삼년산성 가는 길 '느티나무 100그루' 살려 주세요")

지역주민들은 "다시는 가로수를 잃을 수 없다"며 "삼년산성으로 가는 느티나무를 지키겠다"고 보은군에 거듭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느티나무를 살리자'는 청원에는 보은시민 약 600여 명이 서명했다. 
 
2017년 4월, 뱃들공원 화장실 주변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잘려나가 밑둥만 남아 있다.
 2017년 4월, 뱃들공원 화장실 주변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잘려나가 밑둥만 남아 있다.
ⓒ 보은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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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뱃들공원 옆 제방도로의 벗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단풍나무를 심었다.
 2017년 12월, 뱃들공원 옆 제방도로의 벗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단풍나무를 심었다.
ⓒ 보은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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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은군은 오는 26일, 지역 내 모 사업자와 느티나무를 제거하는 것을 조건으로 매각 계약(계약 금액 1800만 원)을 체결할 예정이다. 20년 이상 자란 느티나무 100여 그루가 1800만 원에 팔려 잘려 나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보은군의 가로수를 둘러싼 논란은 매년 계속돼 왔다. 지난 2008년에는 대추나무로 가로수를 바꾼다며 탄부면 상장~임한리 간 삼가천 쪽의 다 자란 아름드리 은행나무 123그루 밑동을 모두 잘랐다. 보은군은 당시 "은행 열매 줍기로 인한 사고의 위험, 은행 열매의 냄새, 그늘 피해 등으로 은행나무 제거 민원이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에는 탄부면 상장~임한리간 국도변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나머지 은행나무 가로수(32그루)를 싹둑 잘랐다. 동부산업단지 진입도로를 내는데 장애가 된다는 게 이유였다. 그때 잘린 은행나무는 둘레가 큰 것은 80~90㎝, 작은 것도 30~40㎝에 달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지역 주민 김순구씨는 지난해 지역신문인 <보은 사람들>에 쓴 기고에서 "그리운 은행나무 가로수 그리워라"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농작물 방해되면 농지쪽 가지 전지하고 길쪽 가지 길러내어 따가운 여름햇살 양산되어 막아주는 시원한 터널"이었다며 "모진 톱날아래 하나, 둘 가지 잘려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다 잘라놓고, 잘려나간 흉터에 근삼이(제초제)까지 뿌려 죽이니 이보다 더 모진 행위가 또 있으랴. 경관도 농업"이라고 꼬집었다.

'농작물 그늘 피해', '단풍나무 심기 위해'... 베어 내는 이유도 가지가지
 
2013년 10월, 동부산단 진입도로 공사를 위해 잘려진 은행나무 가로수가 하얀 밑둥을 드러내고 쓰러져 있다
 2013년 10월, 동부산단 진입도로 공사를 위해 잘려진 은행나무 가로수가 하얀 밑둥을 드러내고 쓰러져 있다
ⓒ 보은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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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은 지난 2015년에는 2025년까지 10년 계획으로 군내 국도, 지방도, 군도와 마을진입로, 공원 등에 단풍나무 1만 그루를 심어 단풍명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속리산 말티재의 나무를 모두 제거하고 단풍나무를 심었다. 보청천 제방의 수 십년된 벚나무도 잘려나갔다. 속리산 상판리~유스타운 구간의 벚나무도 사라졌다. 단풍나무를 심기 위해 가로수와 공원에서 잘 자라던 다른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낸 것이다.

보은군은 재작년 4월에는 문화원, 문화예술회관 주변 직경 1m가 넘는 메타세쿼이아 5그루와 뱃들공원 화장실 주변 메타세콰이아 8그루, 광장에 있던 느티나무 9그루, 야외무대 뒤 잣나무 9그루도 베어 버렸다. 같은 해 지난 11월에는 보은읍 월송리에서 동다리 구간에 식재됐던 자귀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대신 홍단풍 나무를 심었다. 비슷한 시기 동다리에서 보은교(우회도로) 구간에 있던 벚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홍단풍 나무를 심었다.

당시 <보은 사람들>에 따르면 보은군은 "메타세콰이아 나무는 문화원 이용자들이 주변이 어둡다며 제거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문화원 광장 앞 느티나무는 솎아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군청 입구 느티나무는 주차면적 확보를 위해 잘랐다"고 밝혔다.

보은군은 정이품송 양쪽의 수십 년 된 전나무와 벚나무 가로수 70~80그루도 모두 베어냈다. 출향인들이 성금으로 심은 주변 전나무도 제거했다. 당시 주민들이 벚나무를 지켜 달라는 민원도 묵살했다. 이평리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도시계획도로 정비사업을 하면서 주정차공간 확보를 위해 잘라냈다.

지역주민들은 "더는 가로수를 잃을 수 없다"라며 "마지막 남은 삼년산성으로 가는 느티나무를 살려 달라"고 보은군에 거듭 재검토를 호소하고 있다.

보은군은 26일, 예정대로 느티나무 제거, 매각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태그:#보은군, #가로수, #나무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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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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