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강제위안부의 삶을 그린 작품 '내 이름은 조센삐'라는 연극 작품. 성노예로 강제 위안부의 삶을 살야야 했던 일제강점기의 어린 소녀들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가고 싶은 고향도 못가고, 고향에 가서 결혼을 하고 싶어도..."

▲ 일본군 강제위안부의 삶을 그린 작품 '내 이름은 조센삐'라는 연극 작품. 성노예로 강제 위안부의 삶을 살야야 했던 일제강점기의 어린 소녀들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가고 싶은 고향도 못가고, 고향에 가서 결혼을 하고 싶어도..." ⓒ 김용한

 
지난 23일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공연 <내 이름은 조센삐>를 한창 올리고 있는 극단 예전(대표 이미정)을 찾았다. 대명문화거리에 연극단체가 밀집되어 있는데 최근 들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작품들이 연이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이번 공연은 극단 예전의 1997년 6월 작품으로서 일본 작가(후지타 아사야 작)의 작품을 각색한 것. 올해 다시 김태석 연출가가 재구성하여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어. 동생들도 보고 싶어. 말도 없이 그냥 떠났잖아. 엄마 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아두고 왔어. 고향의 시냇물에 발 담그고 고향의 파란 하늘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 돌아가고 싶어.'- 작품 중.
 
  
이 작품은 일본 기자가 일본군 강제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를 찾아와 취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일종의 다큐멘터리식 구성이다. 어릴 적 일본인의 꼬임에 넘어가 강제 위안부 삶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가 일본 기자를 만나 자신의 아픔을 구술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대 세트는 끌려온 처자들의 모습이 실루엣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중간중간에 울려 퍼지는 구슬픈 봉선화 노래에 당시 아픔을 느끼게 한다. 작품은 시대에 맞게 최근 이슈가 된 일본군 위안부 합의금 10억 엔의 이야기도 들춰낸다. "일본 정부의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말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둡고 침울한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시련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연극 무대이기도 하다. 공연 말미 영자 할머니가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너희들이 두렵고 무서워서가 아니라, 다시금 그 당시가 떠올려 질까 봐 가만히 있는 것"이라는 외침이 생생하게 우리의 뇌리를 스친다.

 
내 이름은 조센삐 작품의 모습 아직도 진행형인 일본군 강제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그린 작품

▲ 내 이름은 조센삐 작품의 모습 아직도 진행형인 일본군 강제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그린 작품 ⓒ 김용한

 
아래는 김태석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이 작품의 초연은?
"처음에는 모노드라마로서 1997년에 일본인 작가 후지타 아사야 작품이라서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하여 작품을 올린 것이 이 작품의 시초가 되었다."
 
- 당시 위안부에 대한 인식은 어떠했나?
"일본 위안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별 관심이 없던 시대로서 수요 집회란 말이 나오던 시대였다. 일본 정부에서 모른 척하고 있었고, 우리는 연극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일본의 만행을 알리자는 취지가 중심이었다."

- 작품 구성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아픔을 당했던 할머니 서러움과 한을 풀어드리자는 차원에서 역사와 구술들을 종합해 이 작품 속에 녹아나도록 신경 썼다."
 
- 작품 의도는?
"한마디로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일본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마는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여전히 나 몰라라 하는 것이 한탄스럽다."

- 전하고픈 메시지는?
"우리 국민들은 쉽게 잊는 것이 습성인 것 같다. 한마디로 일본의 만행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  한일 관계가 어떠해야 할까?
"거듭 이야기하지만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반성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죄하는 길만이 해답이다."

일본 강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소송을 전담하며, 대법원 판결에서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피해보상 판결'을 얻어낸 바 있는 최봉태 변호사가 일본 순사로 특별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에서 공부했던 일어 실력이 이번 무대에서 발휘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뒤, "일본이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다. 정의가 회복되지 않아 삼일운동 정신은 미완의 진행형이다"면서 일련의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연극 <내 이름은 조센삐>는 백양임(늙은 영자), 권민희(어린 영자), 우혜숙(일본 기자), 박지현(위안부 1), 박현정(위안부 2), 성유리(위안부 3), 최영윤(통역), 이미정(무당, 어머니), 김영준(박씨, 아버지), 권건우(헌병, 학도병) 배우가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31일까지다.
 
일본 순사로 출연한 최봉태 변호사의 모습 일본 순사 역할을 해내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와 통역을 담당한 최영윤 배우의 모습이다.

▲ 일본 순사로 출연한 최봉태 변호사의 모습 일본 순사 역할을 해내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와 통역을 담당한 최영윤 배우의 모습이다.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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