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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은 사람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검사나 경찰은 죄지은 사람 찾는 것이 일이지만, 일반 시민이라면 그럴 의무는 없다. 죄를 지은 사람이 아직 들키지 않았다면 정의감이 강하고 적극적인 사람은 그 죄를 신고할 것이다. 좀 더 온건한 누군가는 그 사람이 잡히기 전까지는 침묵하다가 증인으로 요청받으면 증언할지도 모른다. 남을 책 잡는 일을 전혀 못하는 사람은 끝까지 침묵하거나 용서할 수도 있다.

우리가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 가지는 태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죄질과 죄인의 형편이다. 죄인이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면 동정의 여지가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죄를 짓는 행동을 한 사람도 동정받기 마련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사흘 굶어 담 안 넘기가 어렵다.

그런데, 동정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죄가 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용서할 수도 있고, 그의 죄를 알릴 수도 있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맞는 것일까.
 
 죽은자로하여금
 죽은자로하여금
ⓒ 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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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빨강', '홀'로 유명한 편혜영 작가의 '죽은 자로 하여금'이란 소설은 선택의 기로에 섰던 사람들과 서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선택을 마주했고 나름의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된다. 읽으면서 착잡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 책을 선택한 것이 후회되지는 않았다.

작품의 배경은 작은 소도시 '이인' 시다. 한때는 조선업을 생업으로 삼고 삶의 터전을 꾸려나가는 시민들이 살았던 곳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살게 된 즈음에는 조선업은 이미 붕괴한 상태다. 배를 만들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도시 전체가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 행정 명칭만 시일 뿐이고 도시 전체가 기울어져가고 있다.

주인공 '무주'는 이런 도시의 삭막한 거리에 들어와 병원에 취직한다. 이인 시가 고향이 아닌 그가 이런 삭막한 도시에 찾아오게 된 것은 나름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낯선 도시에 아내와 함께 이사를 와서 정착하기로 했다. 병원에서 일하지만 그는 병원의 핵심 인력인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사무직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 병원에는 이석이라는 사람이 근무한다. 그는 병원 사람들에게 대체로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평판이 좋다. 고졸 출신 간호조무사라는 지위는 안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병원 내에는 그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고 다양한 일을 부지런히 처리했다.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고 주인공 무주 역시 그를 좋아했다.

이석은 낯선 이인 시에 정착한 무주에게 우정과 배려를 베푼 사람이기도 했다. 무주는 그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고민이 있거나 업무상 곤란한 점이 있을 때 찾고 싶어할 정도였다.

이렇게 참 좋은 사람인 이석이란 사람에게는 아이가 하나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너무나도 아프고,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리와 팔에 철심을 넣었다. 수술 후에는 기계 장치에 의지해서 간신히 호흡하고 의식도 없이 입원하고 있다. 주인공은 그가 어두운 사무실에서 아내와 통화하고, 대꾸가 없을 전화기에 대고 아이를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석은 죽도록 사랑하는 아이의 치료비를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금 '특별한 방법'을 사용했고, 무주는 그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선택을 했다.
 
 월급 말고 다른 식으로 통장에 들어와야 할 돈이, 매달 꾸준히 얼마라도 필요했을 것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과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 일정한 간격으로 돌아오는 대출금 상환의 압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석은 무주가 낯선 이인시에서 다시 업무를 시작했을 때 막역한 우정과 배려를 베풀었다. 무주는 그 모두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석의 비리를 고발하기로 마음먹었다. -29P

이후 무주는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다. 동료를 고발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무주는 병원 내 사람들에게 질시당한다. 잔인한 환경과 잔인한 업무 태도를 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헤매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게 된다.

이 소설은 병원이 배경이고, 대부분의 사건이 병원에서 발생한다. 의사와 직원들이 등장하는 점도 일반적인 메디컬 드라마와 같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적인 의사도, 간발의 차이로 성공하는 극적인 치료도 없다. 모든 일은 사무적으로 행해지며 삶과 죽음을 오가는 환자도 병원 업무의 대상일 뿐이다. 환자가 감동하는 일은 없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호구지책으로 일을 할 뿐이고 돈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일이고 뭐고 다 그만둘 태세다. 일은 그들에게 아무런 보람을 제공하지 않으며 신체와 정신만 갉아먹을 뿐이다.

병원은 정말 숨막히는 곳으로 그려지는데, 업무도 만만치 않지만 직원들은 서로의 책임을 따지고 윽박지르는 일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사내정치와 뒷공론을 벌인다. 상급자는 어떻게 해서든 하급자를 쥐어짜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서로 비비적거리면서 서로를 증오한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병원이 TV의 메디컬 드라마에서 그리는 열정적인 의사와 헌신적인 직원으로 가득한 병원보다 더 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쇠락해가는 도시의 침체된 병원이라면 더더욱. 현실적인 배경에서 사람이 사람을 몰아가는 모습은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게 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선택 자체를 인생에서 피할 수 없다. 이 책은 선택과 결과, 결연한 의지를 묶어서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이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한다. 내가 이석이라면, 무주라면 무엇을 어떻게 했을 것인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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