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0일에 열린 UFC 232에서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을 3라운드 KO로 꺾고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존 존스는 지난 3일 64일 만에 앤서니 스미스를 상대로 1차 방어전을 치렀다. 존스가 스미스를 여유 있게 꺾고 타이틀을 방어하자 격투팬들은 라이트 헤비급에서 적수가 없는 존스가 헤비급으로 올라가길 기대했다. 헤비급에는 다니엘 코미어, 프란시스 은가누, 스티페 미오치치 같은 존스와 자웅을 겨룰 강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스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과거 두 차례 꺾은 바 있는 코미어(한 번은 무효 경기)와는 헤비급이 아닌 자신에게 유리한 라이트 헤비급에서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고 은가누, 미오치치 등 다른 헤비급 강자들과의 대결에도 난색을 표했다. 대신 흥행이 보장된 프로레슬링 스타이자 전 UFC 헤비급 챔피언 브록 레스너와의 대결에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존스가 격투 팬들로부터 '지나치게 상대를 고른다'는 비난을 듣는 이유다.

사실 프로 격투기는 하나의 큰 산업이기 때문에 존스 정도 위치에 오른 '개인사업자'가 상대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격투 팬들 입장에서는 자신과 상성이 불리하더라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을 이어가는 선수에게 끌리게 마련이다. 오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브리지스톤 아레나에서 열리는 UFN148 메인이벤트에서 '원더보이' 스티븐 톰슨과 격돌하는 '쇼타임' 앤서니 페티스처럼 말이다.

'타격'으로 흥했다가 그라운드가 약해 추락한 전 라이트급 챔피언

페티스는 미국 위시콘신주 밀워키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복싱을 비롯해 한국의 태권도, 태국의 무에타이, 브라질의 주짓수 등 다양한 나라의 전통무술을 익혔다(실제로 페티스는 태권도 3단에 주짓수 블랙벨트 소유한 '유단자'다). 페티스가 옥타곤에서 구현해 내는 화려한 킥과 많은 서브미션 승리는 어린 시절부터 배운 다양한 격투기 실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2007년 GFS라는 지역의 작은 단체에서 데뷔전을 치른 페티스는 프로 데뷔 후 7번의 피니쉬 승리를 포함해 8연승으로 GFS 라이트급을 평정한 후 2009년 6월 '경량급의 메이저리그' WEC에 입성했다(당시만 해도 UFC에는 페더급이나 밴텀급, 플라이급 같은 경량급이 없어 경량급 강자들이 모두 라이트급에 몰려 있었다). 그리고 페티스는 2010년12월 WEC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세계 격투 팬들을 놀라게 하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페티스는 UFC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낸 '한국계 파이터' 벤슨 헨더슨과의 타이틀전에서 케이지를 타고 올라가 헨더슨의 안면을 가격하는 멋진 날아차기를 성공시켰다. 헨더슨의 탄탄한 내구성 때문에 KO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그 맷집 좋기로 소문난 헨더슨이 그대로 다운됐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헨더슨을 꺾고 WEC의 마지막 라이트급 챔피언이 된 페티스는 2011년 6월 UFC에 데뷔했다.

페티스는 옥타곤 데뷔전에서 클레이 구이다에게 덜미를 잡혔지만 제레미 스티븐스와 조 로존, 도널드 세로니를 차례로 꺾고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3년 만에 만난 헨더슨과의 재대결에서 1라운드 서브미션 승리를 거두며 WEC에 이어 UFC의 라이트급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2014년 12월 1차 방어전에서 스트라이크포스의 마지막 라이트급 챔피언 길버트 멜렌데즈를 제압할 때만 해도 페티스의 장기집권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페티스는 2015년3월 하파엘 도스 안요스와의 2차 방어전에서 1년 7개월 동안 지켰던 챔피언 벨트를 빼앗겼다. 페티스는 기본적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펀치와 킥의 타이밍을 잡는 유형의 파이터다. 하지만 도스 안요스는 끊임 없는 압박으로 페티스가 타격 거리를 잴 틈을 주지 않았다. 결국 페티스는 이렇다 할 반격의 실마리도 잡아보지 못한 채 도스 안요스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라이트급 타이틀을 내줬다.

평범한 파이터로 전락했음에도 멋진 도전 이어가는 '쇼타임'

화려한 타격에 비해 레슬링을 비롯한 그라운드에 취약했던 페티스의 약점은 UFC 내에 널리 퍼졌고 이는 에디 알바레즈와의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페티스는 알바레즈전에서 타격에 우위를 점하고도 그라운드 싸움에서 밀리며 연패를 당했다. 2016년 4월에는 페티스와 비슷한 유형의 타격가 에드손 바르보자와의 경기에서도 판정으로 패하며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결국 라이트급에서 한계를 느낀 페티스는 페더급 전향을 단행했다.

페티스는 페더급 데뷔전에서 찰스 올리베이라를 서브미션으로 꺾고 맥스 할러웨이와 잠정 타이틀전을 치렀다. 하지만 페티스가 체중을 맞추지 못하면서 승리해도 잠정 타이틀을 얻을 수 없는 반쪽 짜리 경기가 됐고 설상가상으로 페티스는 이 경기에서 할러웨이 특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3라운드 KO로 무너졌다. 그리고 페티스는 단 2경기 만에 페더급 외도를 마감하고 라이트급에 복귀했다.

하지만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코너 맥그리거, 토니 퍼거슨 같은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라이트급에서 페티스는 더 이상 강자가 아니었다. 페티스는 짐 밀러, 마이클 키에사 같은 중견 파이터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선보이며 승리했지만 더스틴 포이리에, 퍼거슨 같은 상위권 파이터들에게는 한계를 보이며 여지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상대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옥타곤에 오르는 페티스의 프로정신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페티스는 오는 24일 웰터급 타이틀전 경험자 톰슨과 웰터급에서 격돌한다. 2016년까지 페더급(-65.8kg)에서 활약하던 페티스가 웰터급(-77.1kg)에서도 체격이 큰 톰슨에게 승리할 거라 예상하는 격투 팬은 거의 없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UFC 최고의 '킥 스페셜리스트'를 가리는 대결로 페티스와 톰슨전 만큼 흥미로운 승부도 없을 것이다. 낮은 승리 확률에도 이런 흥미로운 경기를 제안한 페티스이기에 격투 팬들은 페티스의 경기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한편 코메인 이벤트에서는 작년 11월 프란시스 은가누에게 45초 KO패를 당하기 전까지 옥타곤에서 5연승을 달렸던 커티스 블레이즈가 저스틴 윌리스를 상대로 재기전에 나선다. 윌리스 역시 UFC 데뷔 후 4연승을 거두고 있는 만만치 않은 복병이다.  1991년생의 젊은 파이터로 헤비급 차세대 기수 중 한 명으로 꼽히던 블레이즈가 윌리스를 제물로 '은가누 쇼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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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148 앤서니 페티스 스티븐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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