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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이름이 아니다.

절대자인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된다는 신앙고백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절대자의 이름은 없다.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그 이름에 갇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인식 안에 들어올 수 있는(이해할 수 있는) 절대자는 신일 수 없다. '절대자(신)'인 이유는 인간의 인식을 넘어선 초월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규정하는 이름에 갇혀 인간 인식의 한계에 거하는 '신'은 인간의 자기 욕심을 투영하기 위해 만든 '우상'에 불과하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와 목사와 교회의 행태와 십자가와 성조기도 모자라 이스라엘기까지 들고 거리로 나오는 이들을 보면, 그들이 믿는 하나님은 과연 하나님일까 의구심이 든다.

그들의 만남에 기독교인으로서 느끼는 자괴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월 21일 오전 창원 토월중삼거리 앞에서 열린 강기윤 후보 출정식에서 차량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월 21일 오전 창원 토월중삼거리 앞에서 열린 강기윤 후보 출정식에서 차량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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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그런 보수 단체를 등에 업고자 동분서주하는 한국당 황교안 전도사(?)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설치는 보수기독교단체 한기총의 행태는 기독교인이요 목사인 나를 참으로 당황스럽게 한다. 게다가 기독교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그들의 행태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교인들의 맹신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낀다. 신앙의 양심에 따라 살고자 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지칭하는 '개독교, 먹사'라는 비아냥거림에 도매급으로 넘어간다. 맘몬이라는 우상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진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은 현실 속에서 조롱당하고 있다.

기독교인이라 자처하는 황교안 대표가 20일 한기총을 방문한 일과 그곳에서 오간 말들이 뉴스를 장식할 때,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자괴감을 그들은 알까? 종교 혹은 신앙에 대해서는 단언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단언컨대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들이 믿는 하나님은 하나님이 아니다."

기독교인을 가리켜 그리스도인이라 한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따라 모방하며 살아가고자 결단한 이들이다. 예수 정신을 따라 살아가고자 결단한 사람들이며, 그 길을 갈 때에 때로는 예수가 그랬듯이 십자가 고난도 마다치 않겠다고 결단한 이들이 그리스도인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과연 예수 정신이 있는가? 오로지 예수를 팔아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예수가 좌파 우파를 나누고 세상의 정치권력을 잡기 위해 하나님을 이용했던가? 세세하게 따지고 들 일도 없이 이런 기본적인 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행동은 기독교의 본질에서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다 할 수 있다.

왜곡된 한국의 기독교 역사 

이런 사이비 기독교인들이 마치 기독교의 주류인 것처럼 인식되는 현실은 우리네 역사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50년대 부흥기를 이뤘던 한국교회는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의 먹잇감이 되었다. 여기에 분단상황은 기독교에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성을 갖게 했고, 한국 전쟁 이후의 어려웠던 한국의 경제상황은 현세축복과 기복적인 신앙으로 무장하게 했다.

이른바 '성공신화'를 기초로 하여 신앙인들이 누리는 '복'은 '물질의 복'으로 치환되었다. 이렇게 변질한 기독교는 당연히 '양적 성장'을 부흥의 표상으로 삼았다. 그러는 사이 기독교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은 없었고 무조건 "믿습니까?" 와 "아멘!"만 난무하는 유아기적인 기독교에만 머물러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근본주의가 근거하고 있는 문자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조선신학교(현 한신대학교)에서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속해있던 장로교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되었고 1953년 장로교 교단은 분열되었다. 이후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두면서 박정희 정권의 눈 밖에 났고, 1980년 광주를 짓밟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서도 다양한 이유로 핍박을 당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예수교 장로회'는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면서 수많은 '장로교단'을 생산해 냈다. 오죽하면, 기도원에서 기도하다 뜻 맞는 이들이 총회를 구성해서, 서로 목사 안수도 주고 총회장도 했다는 이야기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만 않을 뿐 공공연한 사실로 인식되겠는가.

이런 교회들이 늘어나고 확장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독교는 상당히 많이 왜곡된 형태로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소위 정규 신학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식 근본주의 기독교에 기초하고 있는 이들이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며 왜곡하여 가르쳤으므로 한국의 기독교는 지금까지도 유아기적인 신앙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양적인 성장이 곧 가치의 척도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다소 진보적인 태도를 견지하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한기총'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노선도 달랐지만, 그 내면에는 교계 권력을 위한 '자리싸움'이 존재했다. 아무튼, 한기총은 세력을 넓히고자 '묻지 마 영입'을 통해 기독교단체 중에서는 양적으로 제1의 단체가 되었다. 그 이후 이들은 '보수우파'의 기치를 내걸고, 그들이 그동안 NCCK나 진보적인 성향이 있는 이들에게 비판의 잣대로 들이밀던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기총은 결국 '보수우파'를 결집하는 하나의 종교세력이 되었고, 그 뿌리를 살펴 올라가면 여전히 유아기적인 신앙의 맹아 상태에 머물게 하는 기독교와 이어져 있다.

이것이 기독교인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을 찬양하는 결과로 표출되고, 심지어는 실패한 대통령이라 불리는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장로였음에도 대통령이 된 후에는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다고 주장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인식의 수준에서는 기독교인 대통령을 만들고,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지금 황교안 대표의 문제는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지지하고자 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조차도 이런 착각에 빠져있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그들의 하나님은 우상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열린 원로들과의 면담에 참석해 전광훈 대표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전광훈 대표회장과 악수하는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열린 원로들과의 면담에 참석해 전광훈 대표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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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고백하는 하나님은 왜곡된 하나님, 즉 우상에 불과하다. 그들의 종교적인(?) 언행과 행위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다. 이렇게 단언하는 것은 '좌파정권 타도' 운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좌파와 우파라는 이념적 편 가르기도 문제지만, 그들은 예수의 정신에 기초해 있지 않다. 예수의 정신은 사랑이 아니던가? 물론, 무조건 수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주장들을 하는 것은 분명 예수의 정신이 아니다. 그리고 한번 깊이 생각해 보라. 예수는 그 당시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굳이 좌파와 우파로 구분한다면 어느 쪽일까?

황교안 대표의 종교적인 편향성과 행보를 멈추어야 한다. 작금의 행태가 얼마나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고, 진심으로 하나님을 믿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행동인지 생각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대권을 꿈꾸는가? 보수기독교단체와 목사들도 마찬가지다. 당신들의 행동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우상을 섬기는 행위에 불과함을 깨닫고 회개해야 한다.

[☞ 관련기사] 한국당에 200석 축복"... 한기총과 황교안의 잘못된 만남
 

태그:#한기총, #황교안, #보수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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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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