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오는 5월 말까지로 2개월 연장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성폭력) 의혹과 배우 고 장자연씨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대다수 시민들은 이 결정을 반기고 있지만, 일부 언론은 공소시효를 언급하며 "기존 형사법 체제를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 장자연' 편(2018년 7월 24일, 31일),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다룬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 편(2018년 4월 17일), '검찰, 반성 없는 반성문' 편(2019년 2월 19일)을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MBC < PD수첩 > 팀의 입장은 어떨까.  

공소시효는 끝나지 않았다
 
 MBC <PD수첩> ‘검찰, 반성 없는 반성문’ 편의 한 장면

MBC ‘검찰, 반성 없는 반성문’ 편의 한 장면 ⓒ MBC

 
MBC < PD수첩 > 박건식 책임 프로듀서(CP)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실의 공소시효도 따져볼 일이지만, 역사의 공소시효는 끝난 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학의 사건은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내용이 남아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마무리된 게 아닙니다. 장자연씨 사건의 경우는 일부 공소시효가 만료되긴 했지만, 중요한 건 형벌로 처벌하느냐에 대한 내용이 아닙니다.

처벌보다 중요한 건 역사적으로 사실을 바로잡는 거죠. 검찰이 제대로 거듭나려면 과거 잘못을 바로잡고 정리해야합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김학의 사건이나 장자연씨 사건은 땅에 떨어진 수사 기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꼭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고 장자연' 편이나 지난 5일 방송된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은 모두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관련돼 있다. 사주 일가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일보가 회사 차원에서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으며, 수사 당국이 얼마나 부실하게 사건을 조사했는지에 대한 내용. 박건식 CP는 "특별히 <조선일보>를 겨냥한 보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를 겨냥한 보도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는 동안 <조선일보>의 힘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막강하구나, 굉장하구나 느끼긴 했습니다. 장자연 사건을 다룬 언론이 적지 않았는데, 유독 <조선일보>는 '모 언론사'라고만 언급될 뿐, 직접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 PD수첩 >이 실명을 공개하기 전까지, 방상훈, 방용훈, 방정오라는 이름도 지라시에만 존재할 뿐,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어요. 도대체 얼마나 힘이 대단하기에 이름도 못 쓸까, 다들 그 '모 언론사'가 조선일보라는 걸 다 알면서 왜 '조선일보'라고 쓰지 않는 걸까... 두려움이든 뭐든, 어떤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국민에게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고 또 방송할 것"
 
 24일 방영된 <PD수첩> '고 장자연 1부'의 한 장면.

24일 방영된 '고 장자연 1부'의 한 장면. ⓒ MBC


해당 방송 이후 방정오 전 < TV조선 > 대표이사는 < PD수첩 >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3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13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정은영)에서 열린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에서 방 전 대표 측 변호인은 "특정인을 망신주기 위한 내용으로 편집, 보도됐다"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방송됐다"고 주장했다.  

< PD수첩 > 측 변호인은 "방송 전 페이스북 통해서 내보낸 예고 내용이 있는데 사실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바로 영상을 내렸다"며 "그 외의 다른 부분은 사실과 부합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박건식 CP는 진행 중인 방정오 전 대표와의 소송에 대해 "그쪽이 유리할 것 같진 않다"면서 "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취재해 놓은 내용이 많다.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가 많이 있기 때문에 장자연 사건만 보도할 수는 없지만, 언제고 다시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가 된다면 추가 보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CP는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이 방송된 이후, 자신의 SNS에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부인, 고 이미란씨의 친정에 대해 언급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대통령의 주치의였고, 오빠는 이비인후과 어지럼증 분야의 권위자이며, 오빠의 장인은 신직수 전 검찰총장으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동서지간이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형부인 김영수씨는 MIT 경제학 박사에 유망한 중견기업 대표고, 그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한 김학렬 경제부총리라고. 

박 CP는 이렇게 대단한 배경을 가진 집안 출신이었음에도 이혼 소송을 위해 찾은 법무법인에서 수임을 거절당했고,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느냐"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선일보> 일가의 위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이 편의 보도 가치라고 생각해요. 방용훈 사장의 공식 직함은 코리아나호텔 사장인데,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호텔 사장이 있습니까. 과연 <조선일보> 일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만만찮은 친정 배경을 가진 이미란씨가 이혼 소송조차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두려워했을까요? 명백한 기록도 사라지고, 무시되고, 조현오 전 경찰청장(당시 경기경찰청장)은 협박까지 당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놀라운 유착관계
  
박건식 CP는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매년 공동으로 주최하는 '청룡봉사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청룡봉사상은 1967년부터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여기서 상을 받은 경찰은 1계급 특진이 된다. 지난해 7월,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받으면 1계급 특진한다는게 말이 되느냐, 이러면 특정 언론사와 유착관계가 생긴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저는 이 부분이 어마어마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1계급 특진을 하려면 웬만한 도둑 잡는 걸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받으면 특진을 할 수 있다? <조선일보>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민간이 주는 상을 받았다고 특진 시켜주는 경우는 오직 청룡봉사상 하나예요. 인사 승진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경찰과 <조선일보>가 같이 심사한다고는 하는데, 받는 사람 입장에선 <조선일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요." 

박 CP는 "이미 문제 제기가 됐는데도 민갑룡 경찰청장은 아직 적절한 시정조치도 못 내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돈 봉투를 주고받지 않더라도 청룡봉사상이 유착의 매개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수십 년간 경찰을 관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별히 <조선일보>를 비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선일보>라고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국민들의 알권리가 있는데, 왜 <조선일보>만 '모 언론사'라고 보호해야하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똑같아야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게요."
  
박 CP는 김학의 사건을 언급할 때 '성접대'가 아닌, '성폭력'으로 언급해주기를 부탁하기도 했다. '성접대'라는 것은 김학의 전 차관에게 접대한 건설업자의 입장인 것이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며 엄연히 권력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라는 이유에서다. < PD수첩 >은 김학의 사건 피해 여성들이 성접대에 동원된 것이 아니라 마약류가 이용된 강간 피해자라는 내용을 알린 바 있다.

"개별 사건들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들을 '권력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라는 시선으로 볼 필요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김학의 장자연 PD수첩 박건식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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