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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사이트 로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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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쇼핑몰을  운영해온 김수미(43, 가명)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픈 마켓인 쿠팡에서도 의류를 팔았다. 그러나 김씨는 최근에 "더이상 쿠팡에 의류를 팔지 않겠다"면서 '출점'을 결정했다. 이유는 쿠팡의 자동 환불 시스템 때문이다. 김씨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짜증이 나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환불이 어땠길래, 김씨는 국내 1위 오픈마켓 시장에서 뛰쳐 나왔을까. 

지난달 초, 한 고객이 쿠팡을 통해 김씨에게 옷 여섯 벌을 주문했다. 그런데 배송이 완료된 후, 해당 고객은 단순 변심을 이유로 환불을 신청했다. 김씨는 자신의 물건을 되돌려 받은 뒤 환불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자신이 판매한 물건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쿠팡 판매자 페이지를 확인했고, 주문상태가 '환불완료'로 바뀌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물론 쿠팡쪽으로부터 환불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는 쿠팡쪽에 설명을 요청했지만, '정책이 그렇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고객으로부터 반품 신청이 접수되면, 일정 시간 후 자동적으로 환불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며칠에 걸쳐 쿠팡과 실랑이를 벌이던 김씨는 다행히 얼마 뒤 해당 의류가 담긴 택배를 받았다.

그러나 선환불제에 지쳐 결국 쿠팡에서 거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전화 한 통 없이 환불 완료를 결정하는 쿠팡에 지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쪽은 "며칠이 지나면 자동 환불되는 제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 기준이 며칠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내부 규정'이라며 대답하지 않았다. 

선환불제란?

선환불제란, 소비자가 여러 이유를 들어 반품을 신청하면 판매자에게 상품이 도착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환불이 먼저 이뤄지는 제도다. 만약 소비자가 물건을 보내지 않거나 잘못된 물건을 보낼 경우, 그 피해는 판매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중개역할을 하는 오픈마켓 사업자(쿠팡, 티몬 등)는 이 과정에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준거래계약서를 공개하면서,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선환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픈마켓 티몬의 경우 그동안 선환불제를 유지해온 것으로 <오마이뉴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히 티몬쪽은 판매자가 물건 배송을 끝냈더라도, 소비자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바로 환불해주기도 했다. 물론 판매자쪽에 제대로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판매자는 소비자의 주문대로, 물건을 배송해 놓고도 돈을 받지도 못하거나, 심지어 상품도 제대로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티몬의 '쉬운 환불'에 두번 우는 영세 자영업자들).

쿠팡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씨처럼 쿠팡에서 의류를 판매했던 최선희(35, 가명)씨는 지난해 11월 반품된 택배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판매했던 패딩 조끼가 재판매가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며칠 전 최씨는 한 고객으로부터 패딩 조끼 두 벌을 주문받았고 이를 발송했다. 제품을 받아본 고객은 '옷에 흠결이 있다'며 쿠팡 쪽에 반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씨가 받아본 건 단추가 모두 뜯겨나간 상품들이었다. 최씨는 "한 벌만 그랬다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두 벌 모두 그랬다"면서 "옷이 마음에 안 드는데 배송비는 내기 싫어 고의적으로 훼손한 경우는 아닌지 의심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려 판매자 페이지를 열었다가 또 한 번 놀랐다. 이미 상품이 환불처리 돼 있었기 때문이다. 쿠팡쪽에 항의하자 '일정한 기준 금액 이하인 경우, 반품 상품이 판매자에게 출발한 것으로 확인돼도 환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환불 완료 확인 후 연락 두절되면, 공짜로 물건 살 수 있다는 교훈 얻어"
 
 쇼핑몰 판매자 커뮤니티 캡처 화면
 쇼핑몰 판매자 커뮤니티 캡처 화면
ⓒ 쇼핑몰 판매자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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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운영자 커뮤니티인 '셀러오션'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고객이 반품을 하긴 했는데 (보낸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을 보내왔다"며 "그런데도 택배가 출발하자마자 선환불이 완료됐고 고객은 연락두절이다"고 불평했다. 이어 "환불 확인 후 연락 두절 하면 공짜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일정 금액 이하에선 그런 조항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씨는 "몇 만 원에 울고 웃는 게 영세 자영업자들의 삶"이라며 "판매자에게도 불리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쿠팡 쪽도 이같은 불만을 의식한 듯 판매자 보상제도를 통해 판매자의 손실을 보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쿠팡이 내세우고 있는 판매자 보상제 또한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만 작동했다. 판매자들은 스스로 '정상적인 물건을 보냈음'을 증명해야 했다. 이를 위해 보낸 제품 사진과 배송 시의 CCTV 영상, 송장 등이 필요했다. 최씨는 "쇼핑몰 사업자 중에는 홀로 일하는 1인 판매자도 많다"며 "바쁜 와중에 배송 영상까지 찍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로 인한 피해, 소셜커머스와 업체가 공동분담해야"

이에 대해 유통 전문가들은 "현 시장 구조에서 판매자가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는 건 사실"이라며 "미비한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소비자에 의한 손실을 오픈 마켓과 판매자가 공동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용 고려대 교수(마케팅학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제기를 한 사안인데도 비슷한 형태의 환불이 계속되고 있는 건 과도한 경쟁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원칙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블랙컨슈머의 경우 빨리 환불해주지 않으면 인터넷에 악평을 남길 수 있다"며 "오픈마켓으로서는 악플이 달리면 경쟁에서 밀려날까봐 쉬운 환불을 해주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환불은 영세자영업자에게, 더 나아가 블랙컨슈머를 제외한 나머지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꼴"이라며 "소셜커머스 간 대화를 통해 이 부분에서 만큼은 '원칙을 지키자'고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의 미비함을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은 "소비자의 반품으로 인한 피해는 공급자와 소셜커머스가 공동 분담하는 게 맞다"면서도 "현재까지는 납품업자들이 손실을 모두 감당하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소셜커머스 등을 통한 온라인 판매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거래 형태다보니 당사자간 피해 분담에 대한 논의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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