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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현재 대기오염과 전쟁 중이다. 독일 마인츠 의대와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은 11일 <유럽심장저널>에 공개한 논문에서 2015년 기준 88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한 대기오염 연간 사망자 720만 명(2015년 기준)보다 160만 명이나 많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기 사망의 대부분은 초미세먼지(PM2.5)가 원인이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PM2.5)가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릴케 박사는 초미세먼지와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화석연료를 속히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은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보급과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등이 대표적이다. 또 최근 가장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자동차와 관련된 규제다. 사람들이 대기오염원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호흡기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도로 교통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유럽, 디젤과 가솔린 버린다 

노르웨이는 2025년, 네덜란드는 2030년 이후 배출가스가 없는 자동차만을 판매하기로 했다. 배출가스 없는 차란 디젤, 가솔린, LPG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 등을 가리킨다. 

영국 런던은 오는 4월부터 공해차량 운행제한지역 제도(Ultra Low Emission Zone)를 시행한다. 일정 수준 이하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통과한 차만 시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더불어 영국 전역에서는 전체 2020년까지 모든 택시를 전기로 운행할 계획이다. 영국은 2040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프랑스는 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까지 경유차의 파리 도심 진입을 전면 금지한다. 2040년부터는 프랑스 전역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도록 규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탈리아도 2024년까지 로마에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심 내 경유차 진입 금지 구역을 설치하고, 2030년까지 이탈리아 전역에 전기차 50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런던 옥스포드 거리
 런던 옥스포드 거리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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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탈(脫)화석연료차 움직임은 단순히 몇몇 국가에서 주도하는 것을 넘어서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내연기관차 규제 도입을 전면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 밖은 어떨까? 

약 13억 명의 인구가 있는 인도는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2030년부터 휘발유차와 경유차의 판매를 금지하고 오직 전기차만을 판매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또한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부터 전기차 의무판매 제도를 도입했다. 전기차 의무 판매제도는 매년 자동차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전기·수소차 등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무할당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비율당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0%인 전기차 의무판매의무 비율을 2020년에는 12%로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차 생산 신규 공장 건설을 막는 법을 제정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을 가진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3개 주에서 전기차 의무판매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주들은 미국 전기차 판매의 약 60%를 차지한다.

우리 눈엔 급진적으로 보이는 정책과 규제를 전면 시행할 예정인 이 나라들의 대기오염 수준은 어떨까? 가장 최근의 세계 초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한 세계 대기오염조사기관 에어비주얼의 2018년 전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41.2μg/m³, 인도는 72.5μg/m³다.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4μg/m³인 것을 보면 두 배나 나쁜 중국과 세 배 이상 나쁜 인도가 화석연료 자동차 전면 규제 정책을 취하는 것은 당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25년까지 화석연료차를 퇴출하겠다는 노르웨이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7.6μg/m³이며, 2030년까지 화석연료차를 퇴출하겠다는 네덜란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11.7μg/m³다. 2040년까지 퇴출하겠다는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0.8μg/m³과 13.2μg/m³다. 전기차 보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인 이탈리아는 14.9μg/m³이다.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일 때 바라본 서울 강북대로 차량과 초고층 빌딩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일 때 바라본 서울 강북대로 차량과 초고층 빌딩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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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앞서 언급된 유럽 국가들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 이상 심각한 상태다. 그러나 한국 정책 어디에도 화석연료 자동차를 규제하는 장기적 목표와 시점이 보이지 않는다. 

노후 경유차를 제한하거나 공공기관의 차량을 친환경차로 교체 및 보급하는 계획만 있을 뿐이다. 서울시는 자동차 친환경 등급제 정도의 소극적인 규제만 시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논의된 친환경차 의무판매 제도는 14일 산업계의 반발을 이유로 또다시 미세먼지 법안에서 제외되었다. 모순적이게도 이날 화석연료 차량인 LPG 차량에 대한 규제는 풀렸다. LPG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경유 차량보다도 많은데도 말이다. 

2018년 기준 국내 등록된 자동차 2320만 대 중 경유차는 992만 대(42.8%), 휘발유차는 1062만 대(45.8%), LPG 차는 203만 대(8.7%)다. 경유차와 휘발유차의 비율이 거의 흡사했다. 한국의 클린디젤 정책으로 2009년 대비 2018년 경유차가 약 58%(360만 대) 증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는 24%인 210만 대 증가에 그쳤다. 즉 현재 운행 중인 경유차의 약 1/3이 10년 사이 도로를 잠식했단 뜻이다.

경유차 판매량 세계 3위 한국
 
인도 뉴델리의 러사아워
 인도 뉴델리의 러사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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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교통전문 조사기관인 트랜스포트&인바이로먼트(Transport&Environment)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1150만 대의 경유차가 팔렸다. 이 중 850만 대는 디젤의 종주국인 서유럽에서, 140만 대는 인도에서, 85만 대는 한국에서, 66만 대는 터키에서 판매됐다. 서유럽 전체에서 팔린 경유차의 수가 압도적이지만 인구와 면적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경유차의 절대 판매량이 세계 3위란 사실은 놀랄만한 수치다.

디젤차량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소프트웨어를 적발한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와 대규모 경유차량 증가로 미세먼지 재난을 불러온 '클린디젤'의 신화는 끝났지만, 희한하게 한국에서는 여전히 디젤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를 견인하는 것은 디젤 SUV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판매율을 올리는 차량은 싼타페, 카니발, 렉스턴 스포츠다. 모두 디젤이 주력인 모델들이다.

최신 디젤차는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로 알려진 '유로6'를 따르니 괜찮지 않을까? 이에 관한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국제자동차연맹재단,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등이 공동 설립한 트루 이니셔티브(TRUE Initiative)의 2017~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 인증(배출 상한치 km당 80mg)을 받은 디젤 모델 중 90% 이상이 인증치를 초과한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루 이니셔티브의 조사 대상은 실험실이 아닌 실제 도로 주행 상황에서의 자동차로, 현재 유로6 디젤차의 오염물질 배출량은 환경 규제가 본격화된 2005년 유로-3 기준(배출 상한치 km당 500mg)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의 배출치가 나왔다.

국민 가정용 차로 불리는 현대 자동차의 싼타페 최신 디젤 모델도 이 조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싼타페 디젤은 질소산화물 배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대기오염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또 기후변화로 인해 심화하는 대기오염을 완화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은 앞다퉈 화석연료 자동차 규제를 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에 대응하고 앞서나가기 위해 내연기관차의 생산 및 판매 중단 목표와 시점을 세우는 기업들도 있다.

현재 자동차 규제와 산업은 격변의 시기에 놓여있다. 수도권 미세먼지의 주범인 자동차. 이제 남은 건 실천의 의지다.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규제하는 방향이 더는 급진적 선택이 아니란 데 있다. 우리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가 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선택할 때다.

[미세먼지, 이게 뭔지]
맑은 하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http://omn.kr/1hquf
'1위 같은 2위' 한국의 미세먼지... 좋아지면서 나빠졌다 ☞ http://omn.kr/1htff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그린피스>에도 게시됩니다.

한국보다 낮은 대기오염에도 유


태그:#디젤, #가솔린, #내연기관차, #유럽정책,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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