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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11시 30분쯤 성신여대역 인근에서 55세 남성이 행인에게 문구용 칼을 휘둘러 여러 명이 다쳤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성북경찰서
 성북경찰서
ⓒ 성북경찰서
 
3월 10일 성신여대 앞에서 50대 남자가 흉기 난동을 부렸다. 여섯 명의 여성 피해자가 발생했고 그중 나는 네 번째 피해자였다.

대낮이었다. 여느 때처럼 대로변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다가왔고, 눈을 떠보니 무언가로 내 목 끝을 두어번 찌르고 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내 목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도 한참 뒤에 깨달았다. 그 남자가 다음 타깃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에도 방금 내가 겪은 일이, 묻지마 흉기 사건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웬 이상한 남자가 내게 위협을 가했다는 사실, 딱 이 정도였다.

'그런' 사람들이 꽤 있었다. 눈 풀린 사람, 한 장소에 여러 번 출몰하는 사람 등. 오랫동안 성신여대 근처에 살면서 정체 모를 자들을 빈번하게 마주했다. 몇 년째 성신여대 앞에는 꾸준히 '바바리맨'을 목격했다는 후일담이 있었다. 그렇기에 밤낮 가릴 것 없이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들을 최대한 피해서 가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그저 두렵지만 '그냥 인근 주민일 수도 있지, 내가 예민한 것뿐이야' 스스로 합리화하며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ㅡ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은ㅡ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범죄자에게 표적이 된 여대 주변  

'여대', 여자들이 많이 출몰한다는 이유로 일부 불특정 범죄자에게 표적이 되는 장소다. 타여대에서도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폭행 사건, 여대 강의실에 나체로 무단침입한 사건, 지난 몇 년 동안 발생한 수많은 범죄들이 방증하듯 유독 여대 근처에서 이런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비일비재하지만, 여대 앞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어떠한 대책도 마련할 수 없는 것일까. 그저 당한 후에 하루빨리 가해자의 처벌이 이뤄지도록 기다리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문득 이 사건 역시 흐지부지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 관련한 이야기는 가볍게 다룰 만한 사안이 아님에도 간단한 기술로 구성된 단신기사들로 가득하다. 이런 류의 사건이 재발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질문을 던지는 언론 보도는 어디에도 없다.

피해자는 여섯 명 이상일 수도 있다. 나는 내 뒤에 있던 여성분도 도망가는 것을 목격했다. 놀라서 어버버하는 순간에도 그 남자 때문에 여성이 달려가는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분의 상해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위협당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범죄자는 정신지체 2급이라는 이유로 감형될 수도 있다. 며칠 동안만 유치장에 있다가 다시 성신여대로 출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보복 범죄'. 그땐 나는 정말 이사를 가야할까.

 
 피해자가 받은 경찰이 보낸 문자
 피해자가 받은 경찰이 보낸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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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러 가능성은 제쳐두고 현재 몇몇 언론은 표창장 받는 사실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일괄적인 사건 내용 외에 다른 새로운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그러나 망각해선 안된다. 표창장을 받은 사람은 영웅이지만, 그 역시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그도 받았을 충격이 컸음에도 그러한 피해에는 아무도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나는 어제 불안해서 친구와 함께 잤고, 앞으로도 범죄가 발생했던 현장을 계속 지나가야한다. 그리고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재발 가능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 두려움을 떨고 있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이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가해자를 제압한 시민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는 사실인가, 아니면 아직도 대책이 미진한 묻지마 범죄인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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