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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백악관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현 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백악관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현 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EP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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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기의 담판이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난 2월 27~28일 양 일간 열렸지만, 합의문 서명도 하지 않은 채 종료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비핵화와 제재 완화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 보고자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볼턴 오면서 북미회담 망가졌다? 동의할 수 없는 견해"

- 지난 2월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잖아요. 정상회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23일 출발했다가 3월 4일 평양에 도착했어요. 10일 여정이었는데 총평 부탁드려요.
"김정은 위원장이 기차로 중국을 종단했죠. 시작부터 관심을 많이 모았던 회담인데 의외로 합의문을 못 만들고 결렬이 되면서, 약간 허탈하게 끝난 회담이었다고 봐야겠죠."

- 국내 전문가들은 '스몰딜'이나 '미디엄딜' 정도를 예측했죠. 실제 2월 28일 오전만 해도 연락사무소 이야기까지 나왔고요. 그러나 결과는 '노딜'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와요. 결렬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미룬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기자님 보기엔 어떤가요?
"결렬이라고 봐야 되겠죠. 물론 두 정상이 웃는 얼굴로 헤어졌기 때문에 차후에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봐야겠지만, 북미 정상이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렵게 만났는데, 합의문도 못 만들고 끝났다는 점에서 결렬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렇지만, 70년 만에 두 번 만난 거잖아요. 한두 번 만나서 풀리는 게 어렵지 않나요?
"당연히 맞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만난 거잖아요.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1차 때보다는 보다 구체적 합의가 있었어야 하는 회담이었죠.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더라도 합의문을 만든 것과 합의문을 아예 못 만든 건 다르거든요. 알맹이가 별로 없더라도 형식적인 합의문이라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조차 못 만들고 헤어졌다는 것은 어찌 됐든 중요한 난관을 만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분위기가 오전까지 좋았는데 갑자기 변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이것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추정이 가미될 수밖에 없겠죠. 결과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밝혔고, 북한도 리용호 외무상와 최선희 부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양측이 협상으로 주고받을 것에 대한 합의를 못 했기 때문인 거죠.

북한은 영변 핵 폐기를 대가로 해서 사실상의 모든 중요 제재를 다 풀어달라는 말을 했고, 미국은 영변 핵 폐기만으로는 북한이 원하는 제재를 풀어주기 어렵다는 부분이 끝내 해결되지 못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그게 전날까지는 회담 분위기가 좋았다가 확대 정상회담에 볼턴이 들어가서 망가진 것으로 보는 건 별로 동의하지 않아요."

-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합의문 초안은 나왔는데 정상이 서명 안 한 거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실무회담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본 것 아닐까요?
"이번 회담에서 스몰딜, 미디엄딜, 빅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낮은 수준에서의 합의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북한 측의 기자회견에 기반해서 보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2016~2017년에 있었던 5건의 유엔 제재 중 민생 관련 부분이 사실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제재의 거의 모든 부분을 풀어달라 했다는 거죠.

북한이 이런 주장을 하는 순간, 스몰딜이 될 수가 없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해주면 영변 이후의 비핵화가 어렵게 됩니다. 그러면 당신들도 영변 외 지역까지 전체적으로 비핵화를 어떻게 할지 계획을 내달라고 나올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사전에 스몰딜 차원의 낮은 수준의 합의가 있었을 수 있다고 보는데, 정상회담장에서 영변을 대가로 거의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는 북한의 주장과 이에 맞서는 미국의 빅딜안이 맞부딪치면서 소위 스몰딜로는 해결될 수 없는 국면이 된 거죠."

-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엎은 적이 있잖아요. 이번 노딜 보며 그게 떠오르더라고요.
"작년과 올해 상황은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협상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협상에 임하는 북한 당국자들의 태도에 대한 불만으로 트럼프가 판을 엎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양 정상까지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할 만큼 했는데도 비핵화 협상의 구체적 현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합의를 찾지 못하고 결렬됐단 말이에요. 그래서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물론 두 정상이 다시는 보지 말자 헤어진 게 아니라 웃으면서 헤어져서 다시 만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현안에 대해서 양국의 정상이 1박 2일 동안 이야기를 하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합의문을 못 쓴 것이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트럼프, 당분간 '미국의 입'으로 볼턴 용인한 듯"
 
미국 동부시각으로 10일 <ABC뉴스>에 출연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NSC 보좌관
 미국 동부시각으로 10일 에 출연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NSC 보좌관
ⓒ A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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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새벽 미국에서 들어온 뉴스에 의하면 존 볼턴 보좌관이 언론 등과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가 김 위원장한테 문서를 건넸다. 빅딜, 그러니까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큰 선물을 줄 거라는 이런 내용을 담은 문서를 건네고 왔다'라고 밝혔어요. 정상회담 전만 하더라도 단계적 타결로 가는 분위기였는데 빅딜은 일괄타결이잖아요. 미국이 노선을 바꾼 걸까요. 아님. 우리가 해석을 잘못한 걸까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내 정치적인 어려운 상황, 회담이 열리는 그때 미국에서 코언의 증언이 나오는 상황에서 스몰딜이나, 미디엄딜을 했을 때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겠다는 측면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북한이 영변 폐기를 대가로 아파하는 제재를 다 풀어달라고 나오니까, 스몰딜이나 미디엄딜은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미국도 준비해온 빅딜 문건을 건네면서 이걸 받을 거냐 말 거냐를 요구한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존 볼턴의 행보는 어떻게 보나요?
"이번 합의가 결렬된 이후에, 볼턴이 미국 언론에 자주 출몰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 부분은 이번에 합의를 만들지 못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분간 미국의 입 역할로 볼턴이 나서라고 용인을 해주는 것 같아요.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원하는 성과를 못 얻었기 때문에, 당분간 강경파로 대변되는 볼턴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확실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 어떤 영향을 줄까요?
"강경파인 볼턴이 전면에 나서서 계속 목소리를 내는 게 협상에 유리하진 않죠. 그런데 저는 중요한 건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북미간의 간극을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고 봅니다.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자신들이 아파하는 사실상의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고 했는데, 북한이 기본적으로 영변 외 지역까지 포괄하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자신들이 아파하는 제재를 다 풀려면 영변뿐 아니라 그 외 지역의 비핵화에 대해서도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영변만을 핵 폐기 카드로 썼다면 거의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고 하면 안 되고, 제재 중의 일부만 풀어달라고 해야 협상이 되는 거죠."

-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는데.
"북미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 우리 정부가 중재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을 하고 있고요. 현실적으로도 북한과 미국이 합의문도 내지 못하고 헤어졌기 때문에, 당장 북한과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위해서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지금은 우리 정부가 활동해야 할 시점인 게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1차적으로는 북한이 이번에 보여줬던 입장, 즉 영변 핵 폐기의 대가로 북한이 아파하는 사실상의 모든 제재를 풀어달라고 한 입장을 일차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영변뿐 아니라 영변 외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북한으로부터 확인받는 게 우선입니다. 북한을 설득해서 비핵화에 대한 보다 진전된 입장을 받아낸 다음에야 미국과 일부 제재의 완화를 논의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이번 중재자 역할은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청취하고 전해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협상안을 가지고 북한도 설득하고 미국도 설득하는 보다 적극적인 중개자 역할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사든, 남북회담이든 할 수 있는 건 다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 캠프(D camp)'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 사전 간담회에서 입주 벤처 기업 대표들의 건의를 듣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 캠프(D camp)"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 사전 간담회에서 입주 벤처 기업 대표들의 건의를 듣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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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CSIS 38노스'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가 정상 가동상태로 복원된 거 같다는 보도를 냈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연속으로 실망스럽다는 트윗 날렸죠. 요즘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북한이 다른 길로 갈 수 있다는 카드를 흘리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거겠죠. 하지만, 북한도 쉽사리 판을 깨기는 어려울 겁니다. 여러 생각을 할 텐데, 교착이 길어지다 보면 북한과 미국이 기 싸움을 하는 가운데 상황이 안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혹은 특사를 보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죠.
"지금은 우리 정부의 중재 시도가 필요한 국면이죠. 특사든 남북정상회담이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로 북미 관계를 풀겠다고 했는데.
"남북 경협을 미국과 협의 아래 추진하면서 그걸 가지고 북한을 협상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북미협상을 복원시키겠다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의도가 잘 작동을 하면 좋은데, 저는 솔직히 지금 국면에서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상황파악을 면밀히 한 뒤에 북한과 접촉을 해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보다 진전된 입장을 보이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진전된 입장을 끌어낸 뒤 그걸 가지고 미국과 만나서 '북한이 기존보다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왔으니까 미국도 한 발짝 나와야 한다'고 중재를 하는 게 우선적이고 필요한 것이죠."

- 5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수주 내에 북미 실무 협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어요. 언제쯤 북미 협상이 재개될 거로 보세요?
"추가 협상의지를 미국에서 밝히고는 있는데, 폼페이오 말한 대로 수주 내에 이뤄질 수도 있지만 좀 더 미뤄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근데, 지금 상황에서 북미가 빨리 만난다고 해서 문제 진전이 있을까요? 그렇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내용적으로 서로의 입장이 진전된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게 우선인 것이지, 이번 결렬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는데 다음주, 다다음주에 만나면 뭐가 달라질까요?

그래서 지금 국면은 북미가 만나기보다는 우리 정부가 활동할 국면이라고 봅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만나서 설득하는 작업이 우선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가 양국을 설득해서 분위기가 조성된 다음에 북미가 만나는 게 더 효과적일 겁니다."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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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가 서로 패를 다 깠잖아요. 그럼 깐 패 밑으로 합의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는데.
"북한과 미국의 빅딜 입장은 서로 합의의 최고 수준을 제시한 거죠. 서로 제시한 안을 놓고 논의가 계속되겠지만, 그보다 낮은 수준의 합의를 중간단계로 설정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이번에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아픈 제재를 사실상 다 풀어달라고 했는데 거기서 요구 수준을 낮춰서 영변 폐기의 대가로 일부 제재만 풀어달라고 하면 미국과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북미 정상이 이번에 웃는 얼굴로 헤어진 건 다행입니다. 하지만 차기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1차적인 무게중심은 북한을 설득하는 데에 있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갖고 활동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그:#안정식, #북미 정상회담, #동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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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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