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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만화경>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화두를 던진 김이숙 대표 [디자인포럼]는 이미 여러 단위와 모임 및 회의를 거치고 있죠. 지난 3월 1일에는 민화작가 정현, 김희순, 김민성님과 저 그리고 김이숙 대표가 함께 텍스타일 디자인을 하는 김민정 작가를 찾아갔습니다.

저의 태극기와 나의 태극기는 다르다

경복궁 3번 출구를 나와 자하문로를 걸어 스튜디오로 향해 걸을 때, 곁에는 '태극기부대'가 행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 겨울, 촛불의 행렬도 이 길을 걸어갔더랬죠. 저는 아침에 성동구 왕십리광장서 열린 3.1운동백주년기념집회에 참석했고, 그래서 가방엔 두 개의 태극기가 걸려있었습니다. 같은 태극기지만, 저는 저 '태극기'와는 다르죠.   

김민정 작가를 찾은 이유 중, 하나는 이번 <민화, 만화경>의 취지 때문입니다. <민화, 만화경>에선 "주제를 한정하지 말고, 형식을 더 다양화 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민화는 대개 한지(세 번 겹친 삼합지를 쓸 수도 있고, 한 겹 한지에 그린 뒤 배접을 하기도 하죠)에, 아교를 섞은 채색물감을 써서, 붓으로 그리죠. 주제는 화조도라든가, 책가도이구요. 해오던 대로만 말자는 거죠.

형식을 벗자면, 그건 스템프나 실크스크린의 형식이기도 할 수 있고, 자수와 패브릭, 전사나 색연필, 텍스타일과 그래픽, 타일이나 전각도 가능한 것이죠. 다룬 소재를 따라서도 다르고요. 민화를 길상화 혹은 행복화라고도 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복을 빌지 않아도 민화가 될까? 그런 생각들을 서로 해보고 있습니다. 

주제와 형식도 이번엔 다르게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

김민정 작가는 '실'을 통하여 '천'을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행태와 색깔과 질감을 모두 표현할 수 있죠. 실을 통해 천 자체에 그라데이션을 넣는 작업 같은 고난이도 작업도 진행했고, 다양한 패턴도 구현합니다. 중간중간에 실을 올린 후, 이를 잘라 모양을 내는 독특한 작업을 진행한 것도 김민정 작가입니다. "민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했던 그 관심은 자신의 작업으로, 그리고 민화작가들과의 협업으로도 도출돼 나올 것입니다. 서로를 이해해 가는 자리가 요즘 마련되고 있는 것입니다.

김 작가는 '민화가 무엇일까' 질문도 던졌습니다. 당연히 처음 질문일만 했습니다. 새롭게 되려면 다시 봐야죠. 김이숙 대표는 그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도, 모임 뒤에 카톡방을 통해서 자료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왼편 안성민 작가 / 인스타그램. 오른편 이동기 작가 작. 같은 국수를 다뤘지만 왼편은 민화의 현대적 해석이고, 오른편은 서양화로 인식된다.
▲ 무엇이 민화를 민화이게 할까? 왼편 안성민 작가 / 인스타그램. 오른편 이동기 작가 작. 같은 국수를 다뤘지만 왼편은 민화의 현대적 해석이고, 오른편은 서양화로 인식된다.
ⓒ 안성민,이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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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국수를 다뤘지만, 왼편은 현대적 민화로 인식하고, 오른편에선 민화적인 요소를 찾기 어렵죠. 그런데 다시, 왜 왼편은 민화고, 오른편은 민화가 아닐까요? 정말 민화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민화, 만화경>은 자기 자리에서 새로운 주제로 혹은 소재로 그리고 좀더 다양한 형식으로 민화, 만화경을 채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만남은 그 과정입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면, 마치 먹구름 두 개가 만나서 번쩍 하고 불꽃이 튀고 큰 소리가 나는 거죠. 다음번 우리가 만날 때, 그곳은 어디가 되며, 질문은 무엇이 될까? 설레는 이즈음입니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김민정은 한국과 일본에서 공부했다. 높은 성취에 대해 김민정 작가는 “좋은 공장을 만났고, 좋은 스승을 만났다.”고 이야기했다. 그 스승 중에는 아라이 준이치 같은 이도 있다.
▲ 작업실 포티에서. 왼편부터 김이숙, 김희순, 김민성, 정현, 김민정. 텍스타일 디자이너 김민정은 한국과 일본에서 공부했다. 높은 성취에 대해 김민정 작가는 “좋은 공장을 만났고, 좋은 스승을 만났다.”고 이야기했다. 그 스승 중에는 아라이 준이치 같은 이도 있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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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민화는 '백성들의 그림'이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명명했다는 이 장르는, 현대에도 끊임없이 창작되며 장을 넓혀가고 있다. 당대의 그림이었던 민화는 현대에 어떻게 변주될 수 있을까?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의 화두이기도 하다.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함께 하며, 민화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넓혀가고자 한다. 이해로부터 참여와 감상이 조금더 깊어질 수 있을 터이니까.


태그:#민화 만화경, #김민정, #김이숙, #민화, #오매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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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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