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우리 이주여성들은 제2의 삶을 선택한 대한민국 경남 땅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갈 것이고, 부당한 일은 깨뜨리고 힘든 일은 짐을 나눌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우리 경남 이주여성들은 나라를 넘어 힘을 모아 함께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경남에 사는 이주 여성들이 이같이 다짐했다. 3월 3일 오후 경남이주민센터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경남이주여성대회"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이주여성들이 모인 것이다. 이날 이주여성대회는 경남몽골교민회여성모임, 경남이주민센터가 마련했다. 이날 행사는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참가자들한테 '장미꽃'을 선물했고, 각 나라 전통 예술공연과 전시회, 음식 나눔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경남몽골교민회 여성모임은 "척박한 풍토에서 강인한 기상을 길러온 몽골 출신 여성들은 해마다 세계여성의 날이면 자국 모임을 치러왔고 남성들로부터 장미꽃을 선물 받으며 하루를 축제로 즐겨왔다"며 "올해는 세계 각국 여성들을 초청하여 성대한 잔치를 즐기며 서로 격려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3월 3일 오후 경남이주민센터에서는 '이주여성대회'가 열렸다.
 3월 3일 오후 경남이주민센터에서는 "이주여성대회"가 열렸다.
ⓒ 경남이주민센터

관련사진보기

 
다음은 '이주여성 선언문' 전문이다.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경남 지역 이주여성 선언문

올해로 3·8 세계여성의 날이 111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 이주여성들이 태어나고 자란 모국에서는 세계여성의 날을 노동절 못지않게 기리며 축하합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선물하거나(몽골, 베트남), 국가기념일이고 공휴일이거나(중국), 나라에서 모든 여성들에게 꽃을 선물하거나(베트남), 며칠 동안 신나게 축제를 펼치거나 젠더 평등 촉구 시가행진을 합니다(필리핀). 그러나 한국에 오니 한국 사람들은 3월 8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이 날은 보라색 옷을 갖춰 입은 여성들이 모여 시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또 이날만 되면 한국 여성의 성평등 지수가 여기저기서 발표됩니다. 2018년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2.9%입니다. 그러나 정규직 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38.8%에 불과합니다. 2016년 기준으로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3%입니다. 2018년 한국 여성의 성격차 지수는 세계 115위로 나타났습니다. 이 등수는 우리 결혼이주여성들의 모국인 필리핀, 몽골, 타일랜드,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중국, 일본보다 더 낮습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자신의 모국에서는 비교적 성평등한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라났습니다.

타일랜드의 경우 자식에게 엄마 성을 물려줄 수도 있고, 필리핀, 베트남 등 남방 아시아의 여성들은 결혼한 후에도 친정 가족과의 유대가 돈독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눈만 뜨자마자 아내가 남편의 밥을 차려주는 문화도 없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통해 이주하고 보니, 대한민국은 드라마에서 나오던 멋진 나라와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가족과 사회 모든 곳에서 우리는 차별과 무시에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2년 전 창원에 사는 중국인 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녀는 중국에서 사범대학을 나온 엘리트였지만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한국에 이주한 뒤로는 꿈꾸던 삶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양산에 살던 필리핀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주여성의 인권이 땅에 짓밟히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비극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혼이민여성뿐만 아니라 취업비자로 온 여성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상황도 어렵습니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은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도시노동자보다 훨씬 더 나쁜 대우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해 밀양의 깻잎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여성들은 농장 주인의 상습적인 성추행과 성희롱, 비인간적인 대우에 시달리다 농장을 뛰쳐나와야 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설과 추석 명절이면 시댁에서 종일 차례를 지내느라 허리가 휘는 우리들을 기특한 모습으로 다룹니다. 사라져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우리들을 추켜세우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이 그 일을 정말 좋아하는지, 제사나 명절차례 때 남자들은 노는데 여자들은 부엌에서 종일 일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경남에 살고 있는 우리 이주여성들은 각자의 출신 나라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한국 땅에서 비슷한 일을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이주여성들은 한국 사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다문화가족이 평등하고 행복한 가족 관계를 이루도록 정부가 도와야 합니다. 결혼정보업체에서 국제결혼을 원하는 한국 남자의 정보를 외국 여성에게 정확히 제공해야 합니다. 불행한 결혼을 막아야 합니다. 결혼한 후에는 여성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을 수 있는 동거 기간도 줄여야 합니다.

둘째, 여성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합니다. 농장 주인이나 사장의 횡포를 막아야 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시설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셋째, 대한민국 여성과 이주여성들을 나누고 차별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 여성들도 싫어하거나 줄이고 있는 제사 문화, 가사노동 등 남성 중심 문화를 이주여성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경남의 이주여성들은 제2의 삶을 선택한 대한민국 경남 땅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갈 것입니다. 부당한 일은 깨뜨리고 힘든 일은 짐을 나눌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우리 경남 이주여성들은 나라를 넘어 힘을 모아 함께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경남몽골교민회 여성들, 경남베트남교민회 여성들, 경남캄보디아교민회 여성들, 경남필리핀교민회 여성들, 경남인도네시아교민회 여성들, 경남중국교민회 여성들, 경남이주민센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