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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언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월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언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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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아래 한유총)가 개학 연기 카드를 꺼냈습니다. 지난 2월 28일 한유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끊임없는 적폐몰이 독선적 행정에 대하여 2019학년도 1학기 개학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교육부의 강압적이고 처벌 위주의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현재 개정 중인 유아교육법 개정안도 그중 하나로, "일방적으로 폭압적인 내용"에 "처벌만 난무한다"라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차량의 깜빡이등을 잘못 조작해도 정원감축, 안전교육 받지 않아도 정원감축"이라고 소개합니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깜빡이 잘못 켰다고 정원 줄인다니, 말도 안됩니다. 해당 개정안을 살펴보겠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3조 제1항을 위반하면 정원감축입니다. 하지만 바로 집행되는 건 아닙니다. 법을 위반한 경우 관할청인 교육청은 우선 고치라고 시정명령을 내립니다. 명령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이 이를 고치지 않으면 그때부터 횟수에 따라 정원감축을 조치합니다(1차 3%, 2차 5%, 3차 10%).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중에서 유치원 통학차량에 관한 사항. 법을 위반하면 교육청이 시정명령을 한다. 그럼에도 유치원이 고치지 않으면 행정처분하는데, 그 안이다.
▲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중에서 유치원 통학차량에 관한 사항. 법을 위반하면 교육청이 시정명령을 한다. 그럼에도 유치원이 고치지 않으면 행정처분하는데, 그 안이다.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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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정원감축이 아니라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처벌만 난무하다는 한유총의 주장은 그래서 다소 억지가 섞여 있습니다.

또 다른 억지도 있습니다. 차량 깜빡이등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차선 변경할 때의 일반적인 그 깜빡이등이 아닙니다. 도로교통법 제53조 제1항과 관련 조항을 살펴 보겠습니다.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등 어린이통학버스는 어린이나 영유아가 타고 내릴 때 비상등을 켜서 주변 차량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 주변 차량은 일시정지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입니다.
 
도로교통법 유치원 차량 등 어린이통학버스의 의무. 어린이와 영유아의 안전을 위한 조치
▲ 도로교통법 유치원 차량 등 어린이통학버스의 의무. 어린이와 영유아의 안전을 위한 조치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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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유총은 이것을 문제 삼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점멸등은 의무 사항인데,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점멸등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시정명령이나 행정처분하지 말라는 건가요?

안전교육을 문제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3조의3 제1항에 따라 유치원 통학차량 운전자와 운영자는 안전교육이 의무입니다. 안전교육을 받지 않으면 운전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의무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어길 경우 시정명령이나 행정처분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불법 여지에 공익을 해치고... 너무 하지 않습니까
 
한유총 "교육부 불통 때문에 유아교육 사망"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유아교육 사망선고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유아교육이 교육부의 불통 때문에 사망했다"라며 헌화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한유총 "교육부 불통 때문에 유아교육 사망"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이 2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유아교육 사망선고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유아교육이 교육부의 불통 때문에 사망했다"라며 헌화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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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의 요구는 다섯 가지입니다. 시설사용료 인정, 사립유치원 무상 유아교육, 교사 급여지급 중지 철회, 유치원 3법과 시행령 개정안 철회, 누리교육과정 폐지입니다.

사립유치원 무상 유아교육은 정부 지원금을 늘려달라는 뜻입니다. 유치원 3법 철회는 회계투명성 중단, 시행령 개정안 철회는 에듀파인을 어겨도 행정처분 없게 해달라, 시설사용료는 설립자몫 보장입니다. 정부 지원금은 더 받고, 유치원 회계는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려고 개학 연기를 꺼냅니다. 그러면서 준법투쟁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고 개학일을 조정하면 유아교육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담합의 여지도 있습니다. 불법의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익도 저해합니다. 유아들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합니다. 시설사용료는 우리나라 사립학교 그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한유총의 요구는 대한민국 학교교육의 근간을 흔들기에 충분합니다.

지난번에는 색깔론을 꺼내더니, 이번에는 공익을 해합니다. 심해도 너무 심합니다.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무기한 개학 연기 투쟁과 관련해 긴급 관계부처·지자체 회의를 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무기한 개학 연기 투쟁과 관련해 긴급 관계부처·지자체 회의를 열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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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개학 연기 유치원을 파악해서 공개하고, 해당 유치원에 시정명령과 감사 등을 취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하고, 담합 여부도 조사한다고 했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2일 에듀파인 관련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개학 연기를 강행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법령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강경 방침을 내놓은 것입니다.

타당한 방안입니다. 힘겹겠지만 잘 되길 응원합니다. 유아와 학부모의 불편이 최소화되면서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진지한 검토가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민법은 제38조에서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합니다. 

한유총이 일부 설립자나 원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계속해서 공익을 침해한다면, 이 조항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유총 설립허가를 취소할 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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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