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 등이 주최한 5.18 공청회에서 나온 망언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2월 16일에는 5.18 공청회 망언을 규탄하는 광주 범시민 궐기대회가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데 이어 23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이에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아래 <스트레이트>)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발언의 진상을 파헤친 5.18 가짜뉴스와 지만원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지만원씨를 만나는가 하면 당시 계엄군의 상황일지와 작전문건 목록도 입수해 공개했다.

취재 후일담이 궁금해 마침 최근 <스트레이트>에 합류해 5.18 가짜뉴스와 지만원 편을 취재한 엄지인 기자를 만나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엄지인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엄지인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 이영광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합류하셔서 5.18 가짜뉴스와 지만원 편을 취재하고 (2월) 24일 방송이 나갔잖아요. 소회가 있을 거 같아요.
"<스트레이트> 온 지 한 달 조금 안 됐거든요. 뉴스는 그날의 뉴스를 빠르고 신속하게 소비하는 게 있잖아요. 그러나 <스트레이트>는 60분으로 길게 호흡해야 하고 그에 따라 친절하고 깊이 있게 하려다 보니 지금까지의 취재 문법과 차이가 있고 낯설기도 했는데 어쨌든 다루고 싶은 걸 깊고 다양하게 다룰 수 있어서 나름 재밌고 좋은 경험 같아요."

- 처음엔 적응 안 됐을 거 같아요.
"그럴 수 있죠. 뉴스는 하루 고생해서 일하더라도 그날 뉴스 하면 긴장도 풀리고 잊어버리고 내일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 그러나 이건 2~3주 취재하니 집에 가도 계속 아이템이 생각나서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잠도 깊게 못 자는 건 있더라고요."

- 이번 방송에 대한 반응은 어때요?
"저는 SNS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유튜브의 <스트레이트> 공식 채널 봤거든요. 방송한지 3일 됐는데도 14만 뷰 이상 보셨더라고요. 사람들이 관심 있던 분야였는데 시기적으로 다뤄줄 만한 거 같아요. 그리고 이게 정치적 논쟁인 거처럼 본질이 흔들린 측면이 있었는데 나름 잘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 5.18 가짜뉴스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8일 지만원씨가 국회에서 공청회 했잖아요. 그걸 TV로 봤어요. 그동안 허황된 가짜뉴스 하는 사람은 많았죠. 그러나 그것도 나름 제1야당 대표나 최고위원 되시겠다는 분이 주최한 국회에서 공공연히 말한 적은 없거든요. 그렇게 되니 혹시 의혹이 있는 거처럼 아니면 마치 정치 공방 소재인 것처럼 왜곡되고 악용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아예 가짜뉴스라면 그 뿌리를 잘라줄 필요가 있고 깔끔히 정리해줄 필요가 있겠다는 거예요. 젊은 세대나 관심 없는 사람이 보면 그런 게 있었던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번에 싹을 잘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닌 건 아닌 거고 특히 국회에서 이런 걸 하는 건 말도 안 되죠. 아무리 그래도 국회의원이라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황당한 역사의식을 가진 것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출발했어요."

- 몇 번이나 법원 판결받은 사안인데.
"맞아요. 그동안 정부도 여러 번 조사했었고 법원에서 수차례 판결 나서 조금만 뒤지면 황당한 가짜뉴스거든요. 그런데 이게 다뤄진 건 우리가 이걸 당연히 가짜란 생각에 다루지 않았던 것들이 마침 요즘은 극우 인터넷 사이트나 유튜브라든지 종편, 심지어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까지 법적, 역사적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이걸 부정하고 정리가 안 된 사안인 것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 공영방송 입장에서 법적 역사적 평가가 끝났고 저 사람들이 떠드는 건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법적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는 걸 강조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응 안 했더니 '거봐 대꾸도 못 하잖아. 의혹 있는 거야'라고 호도할 수 있어요."

- 자괴감은 없었나요?
"자괴감까지는 아니고 지만원씨라는 분을 공영방송에서 한 시간 동안 다뤄야 하는 거냐는 민망함이 있었죠. 전파 낭비란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안 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서 민망하지만 다뤄보기로 한 거죠."

- 지만원씨 만났는데 어떠셨어요?
"지만원씨는 거기(북한군 개입설)에 푹 빠져 계시더라고요. 제가 몇 차례 만났더니 본인 주장을 반복하시는 거예요. 어떤 근거도 없어요. 오직 근거는 본인 자료와 책 본인의 생각 그리고 자신 있으면 본인 책을 검증해보라는 식인데 가짜를 주장하는 사람이 아무 증거 없이 논쟁을 벌이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죠."

- 북한군이라는 사람을 광수라고 부르는 이유도 황당하던데.
"김광수씨가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서는 지만원씨 주장이 다 그런 식이에요. 언뜻 들으면 앞에서 웃음이 나올 정도로 허탈하고 자괴감이라면 취재하는 입장에서 지만원씨 말도 엄청 길게 하시거든요. 제가 지만원씨와 1시간 반 정도 이야기한 적 있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있으면 '이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바로 논쟁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는데 잘 정리해서 방송하는 게 중요하니까 최대한 참고 지만원씨 이야기를 잘 들어줬습니다."

- 북한에서 80년 광주를 생중계했다고 하잖아요. 인터넷도 없던 시대인데 어떻게 가능했다고 하나요?
"그게 황당하죠. 지만원씨 주장의 근거는 딱 하나예요. 북한에서 내려온 분들이 그 당시 그걸 북한에서 봤다더라는 건데 '카더라'죠. 근거도 없고 말한 분도 없고 맥락이 없어요. 그러나 그게 지만원씨 가짜뉴스 출발이라니까 태생부터가 허무한 거죠."
 
 MBC 탐사 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중에서

MBC 탐사 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중에서 ⓒ MBC

 
- 지만원씨가 가짜뉴스 소재를 받는 데가 '노숙자담요'란 닉네임을 가진 사람에게서잖아요. '노숙자담요'에 대해 취재한 것이 더 있나요?
"저희는 '노숙자담요'의 실체가 궁금했어요. 제가 지만원씨 처음 만나 물어본 게 '노숙자담요'는 어떤 분이냐는 거였거든요. 지만원씨 대답은 '자기도 만나본 적 없는데 어떻게 아냐'였어요. 그래서 '노숙자담요' 아신다는 몇 분 접촉해 봤는데 정말 실체 없고 다들 추측만 하는 거죠.

저희가 허탈한 건 그동안 경찰이나 검찰이 IP 추적하면 금방 나올 텐데 아무도 지만원씨에게 자료 제공하는 '노숙자담요'에게 주목하지 않았던 거죠. 저희는 이번 방송을 계기로 '노숙자담요'를 추적해서 IP나 실체를 확인하면 좋겠단 생각은 있습니다."

- 방송에 보면 '노숙자담요'는 중국 연변에 있는 거 같던데 IP는 조작할 수 있지 않나요?
"그럴 수 있죠. 중국에 있다는 건 지만원씨나 '노숙자담요' 안다는 목사의 주장인데 아시다시피 중국 연변 IP는 우회 지역으로 많이 사용되고 그동안 사이버 도박이나 각종 범죄에서 인터넷 소재지를 위장할 때 중국 거치기도 하잖아요.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저희는 추적하는 데에 수사 권한이 없어서 한계는 있었는데 정보통신망법에 죄를 저지른 인물에 대해서는 수사당국 의지만 있다면 찾는 건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 태극기 부대 집회도 나가서 사람들 만나셨던데.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저와 성향도 다를 거 같고 옳지 않고 가짜뉴스 퍼뜨리는 집회라는 편견도 있었고 겁도 났었거든요. 막상 가보니 그분들은 이걸 정치적 공방이나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었던 것이지 극단적이고 정치 성향이 강한 분들이더라고요. TV도 안 믿고 본인이 보는 거만 믿는다잖아요. 사회에 대한 불신이 강하셨지만, 인터뷰하는 데에 거리낌은 없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취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 당시 계엄군의 상황일지와 작전문건 목록도 입수하셨잖아요. 거기에 무엇이 담겨 있어요?
"저희가 방송하며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가짜뉴스 검증하는 것만이 아니고 2017년 국방부 과거사 위원회가 조사했을 때 헬기 사격 문제와 계엄군 성폭행 문제도 나오잖아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진실도 주목해 보고 싶어서 여러 곳을 취재하며 자문했어요. 취재 도중 우연찮게 받게 된 건데 그건 국방부가 가지고 있는 5.18 자료 중 일부예요. 근데 그걸 일반에 공개한 적은 없었던 거죠.

당시 80년 계엄군이 쓴 상황일지 같은 거예요. 계엄군이 시간대별로 써서 거기에는 계엄군에게 불리한 내용은 안 나오죠. 그런 계엄군 상황일지조차 당시 5월 20일 도청에서 집단 발포한 시간이 오후 1시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후 시민군이 무기고를 습격한 건 정확히 15시 10분으로 적혀있더라고요. 근데 뻔히 나온 걸 전두환씨는 2017년 회고록 내면서 마치 시민군이 무기고를 습격해서 무장했으니까 계엄군이 발포한 거라고 호도했거든요. 지만원씨도 그렇게 주장해왔고요. 이미 80년 5월 계엄군은 다 알고 있었다는 걸 확인해 볼 수 있었고요.

또 하나는 계엄군의 작전 명령 문건을 본 건데 목록에 보니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주한미군에게 작전 통제권을 많이 이양받았더라고요. 그중 한 가지 주목한 것은 33사단이었을 거예요. 계엄 통제권 이양받은 이유가 광주지역 소요사태를 진압하기 위해서라고 내용이 써있더라고요. 당시 전두환 신군부는 광주 지역에 대거 군부대를 투입해 진압하려 했다는 걸 문건 통해 본 거죠. 저희가 더 알고 싶었던 건 발표 책임자라든지 암매장, 민간인 살해도 주목해 보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에 접근하는 건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계엄군 문건을 통해서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시민들을 탄압했는지 또 군부대를 계속 투입 하려 한 게 무섭잖아요. 그런 걸 알 수 있어 다행이고 충분히 반영했죠."
 
 엄지인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엄지인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 이영광

 
- 가장 황당한 가짜뉴스는 무엇인가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황당해요. 광주지역 흐릿한 39년 사진을 가지고 북한의 황병서, 최룡해 등의 지금 사진과 닮았다고 주장하는 것도 황당하고 5.18 유공자들이 병역 면제받았다는 가짜뉴스도 있거든요. 아니에요. 제일 황당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유공자 명단에 있다는 식으로 명단 공개하라는 거죠. 왜냐면 국가 권력이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거잖아요. 피해자에게 '너희가 언제 어디서 다쳤고 어디가 아프고 너는 어떤 혜택을 받고 얼마 연금 수령했는지 까'라는 건 2차 폭력이죠. 전 그게 제일 황당하더라고요."

- 북한 군인들이 어떻게 휴전선 근처도 아닌 광주까지 왔다고 하나요? 광주까지 걸리지 않고 갔다는 게 이해 안 돼요.
"그래서 황당하죠.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서정갑씨나 조갑제씨도 말도 안 된다고 하잖아요. 국군도 있고 UN군도 있는데 북한군은 신출귀몰한 홍길동이고 우리는 바보 멍청이냐고 하는데, 지만원씨는 그렇게 북한군이 신출귀몰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근거는 없대요."

- 왜 유독 5.18 관련 가짜뉴스를 생산해 낼까요?
"제가 이번에 취재하면서 느끼는 것은 태극기 부대나 지만원씨가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거 같더라고요. 자유한국당이 당 대표 선거하잖아요. 교묘하게 사람들 자극해요. 광주 지역 문제 그리고 이게 혜택받은 사람은 민주당 계열의 여권 세력이란 거죠. 그래서 야권 지지층 또 영남 사람들로 지역감정과 정치적 성향을 자극해서 세력을 모으는 거죠. 거기 5.18이 좋은 소재라고 느낀 거 같아요."

- 5.18 관련 가짜뉴스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요?
"유튜브 가보면 가짜뉴스 어마어마해요. 5.18 검색하면 진짜 뉴스보다 가짜뉴스가 먼저 검색되고 최신뉴스에 다양하게 검색돼요. 전파속도도 상당히 빠르고 지라시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기다 태극기 부대 등 극단적인 정치 성향분들은 카톡이나 SNS에 서로 돌리거든요. 확신에 확신을 거쳐 여러 번 재생산 되면서 진짜인 거처럼 해서 진짜와 가짜의 대결이 아니라 정치적 공방으로 되는 걸 노리는 거죠. 저도 취재하며 알게 된 건데 유튜브 쪽이 심각하긴 심각하더라고요. 가짜뉴스를 떠나 혐오 범죄 식이에요. 비난 수위도 어마어마하고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느낌도 적날하고 잔인하고 원색적인 단어들이죠."
엄지인 스트레이트 5.18망언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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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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