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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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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을 필두로 '여가부의 외모 검열' 논란이 대두됐다. 그는 군사독재 시절의 규제에 비견해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비판했다. 우선, '안내'는 '규제'가 아니다. 그러나 논점이 이렇게 잡히니 비슷비슷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은 근원적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여럿이 사진을 찍어야 할 때면 십중팔구 얼굴을 앞으로 하네, 뒤로 하네 하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한국인 거의 대부분은 머리통이 충분히 작지 않아 불만이다. 큰 눈을 원하면 쌍꺼풀 수술을 하고 눈 앞 뒤를 찢으면 됐다. 높고 좁은 코를 원하면 코 끝에 실을 넣어 묶고, 콧등에 실리콘이나 연골 조직을 넣으면 됐다. 올라간 입꼬리, 도톰한 입술을 원하면 입꼬리 근육을 당겨 묶고 입술에 필러를 주사하면 됐다. (간단하게 적었지만, 모두 통증과 부작용, 수술 후 불만족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대단한 수술이다.) 하지만 머리통 크기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성형 카페에는 '머리통을 줄이는 수술은 없는지'를 묻는 글이 수없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런 수술은 없고, 두개골을 깎아서 더 작게 만드는 게 해법도 아니다. 동양인의 두개골은 원래 앞뒤가 짧은 단두형(短頭形)이 많고, 이는 서양인에게 더 흔한 장두형(長頭形)과 비교해서 얼굴이 덜 입체적이게 보인다. 특히 단안 렌즈로 이런 머리형을 잡았을 때, 얼굴이 좀 더 큰 것처럼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런 현상은 성형외과에서 흔히 광고하는 것과 달리 '돌려깎기'로도 완전히 해결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당신의 머리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해 주지 않는다. 대신 방송에서는 연예인들의 머리 크기가 매번 중요한 화제로 떠오른다. "소멸할 것 같은 머리", "CD로 가려지는 얼굴". 넷상에는 '소두(小頭) 연예인 목록'같은 게 떠돈다. 그 결과 '머리 크기'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남아 많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중이다.

 
 여가부가 지난 13일 발간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여가부가 지난 13일 발간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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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회는 이미 '외모 규제중' 

칼 라거펠트가 죽었다. 그는 생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바싹 마른 여성 모델만을 기용하기로 유명했다. 그는 가수 아델에게 "너무 뚱뚱하다"고 말했고, 모델 하이디 클룸에게 "몸이 무거워 보이고 가슴도 너무 커서 런웨이 모델로 쓸 수 없겠다"고 공개 지적했다. 

지난 2010년 프랑스의 모델 이사벨 카로가 2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당시 그녀의 몸무게는 31킬로그램이었다. 불과 작년 봄, 이탈리아 아드리아 해 연안에 떠밀려 온 깡마른 여성 시신은 27세 러시아 모델이었다. 거식증에 시달리다 영양실조로 죽었다. 이 여성들의 죽음은 자연적인 것인가?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타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타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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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정치경제대의 2011년 조사 발표 결과에 따르면 죽은 카로가 살던 프랑스에는 거식증 환자가 4만여 명으로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많고, 환자의 90%는 10대다. 굶어 죽은 여성들의 문제는 사회 문제였다. 그 결과 유럽 사회는 고민을 시작했다. 2015년 프랑스에서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지닌 모델을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체질량지수가 지나치게 낮은 모델을 기용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는 업체는 최대 6개월의 징역이나 7만5천 유로(약 9400만 원)의 벌금형을 받는다. 프랑스뿐 아니라 스페인, 이스라엘도 이와 유사한 '규제'가 있다.

그리고 지난 12월, 아이돌 가수 설현이 무대에서 쓰러졌다. 의상은 배가 드러나는 상의에 짧은 핫팬츠 차림이었고, 날씨는 최저 영하 6도였다. 소속사측에서는 "(무대에서 터진) 화약 연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유가 그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 아이돌이 여러모로 혹독한 취급을 당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혹한기 야외 무대에서조차 노출 의상을 입어야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뿐이 아니다. 걸그룹이 무대를 뛰어 다니는 고난도 안무를 높은 하이힐을 신고 소화하다가 신발이 벗겨지는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재미난 영상으로 소비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마냥 웃지 못하겠다. 하이힐은 춤추는 데 적합한 신발이 아니고, 인간의 관절은 소모품이다. 왜 그녀들에겐 하이힐 없이 춤출 수 있는 선택지가 없는가? 이들의 몸은 누구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가?

한국의 성형시장 규모는 연간 5조 원에 달한다. 세계 시장의 4분의 1이다(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 17년 통계 기준). 우리는 모두 무엇이 근본적 문제인지 알고 있다. 그들은 고의로 그것을 말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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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저자.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관심사는 마이너리티/섹슈얼리티/몸/시민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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