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이미지가 21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60주년 기념 음반 및 신곡 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며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가수 이미자가 데뷔 60주년을 기념한 앨범 <노래인생 60년 나의노래 60곡>을 발매한다.
총 3장의 CD로 구성된 이 앨범은, 이미자가 자신의 60년 가수 인생의 대표 음악을 엄선해 담은 것이다. 또한 신곡도 수록됐으며, 옛 곡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편곡하고 음질을 향상시킨 리마스터링 버전의 곡들도 담겼다. 앨범은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발매될 예정이다.
이미자의 60주년 기념 음반 발매를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21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사회는 후배 가수 이택림이 맡았다.
"노래가 천박하다"는 꼬리표에 소외감도 느꼈지만...
▲ 가수 이미지가 21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60주년 기념 음반 및 신곡 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며 60년 가요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이미자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음반과 노래를 취입한 가수다. 1973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을 위한 최초의 위문공연을 했고, 2002년 평양에서의 최초 단독 공연을 했다. 이처럼 이미자는 한국대중음악사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노래해온 가수다. 그의 대표곡 '섬마을 선생님', '동백아가씨', '열아홉 순정', '흑산도 아가씨', '여자의 일생' 등은 많은 이들에게 삶의 애환을 위로해줬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이미자는 준비된 의자에 앉지 않고 끝날 때까지 서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60년 동안 정말 보람된 일도 있었지만, 어렵고 견디기 힘들었던 시대가 있었다"며 "'동백아가씨'가 나오고 나서 가장 바쁜 해를 보냈다. '왜 이렇게 나를 좋아하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시간에 우리는 너무나 힘들었더라. 우리의 부모님들이 참고 애쓰고 견뎌주셨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것 같다"며 "그때 제가 가장 바빴던 이유는 어려웠던 그 시절의 시대 흐름과 노래가 맞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가장 바빴고 그래서 기뻐야 했을 때, 제 뒤에는 항상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이미자의 노래는 천박하다', '상위 클라스가 듣기엔 창피하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들기면서 반주 맞춰 부르는 수준의 곡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런 소외감에 늘 힘들었다. '나도 서구풍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 나도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저는 참아오고 견뎠다. 60년이 흐른 지금은 내가 잘 절제하며 잘 지탱해왔구나 싶은 마음과 자부심까지도 갖고 있다."
"가사 전달이 가장 중요... 가요의 뿌리 사라지지 않기를"
▲ 가수 이미지가 21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60주년 기념 음반 및 신곡 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며 60년 가요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이미자는 "전통 가요의 뿌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전통이 사라진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제는 녹음을 통해서 영구히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 가요의 원조가 후세에 영원히 남겨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즘은 서구풍의 노래가 밀려와서 우리 가요가 파묻히고 가사의 전달이 안 된다. 노랫말 발음을 정확하게 들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가요의 뿌리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가사 전달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CD의 곡들은 그래서 가사를 가장 신경 썼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제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수십 년이 흐르더라도 우리 가요의 뿌리가 남겨지길 원한다."
▲ 가수 이미지가 21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60주년 기념 음반 및 신곡 발표회'에서 지인 및 관계자들과 함께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 이정민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힘든 일도 많았고 소외감도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60년이란 긴 시간 노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미자는 "이 모든 것은 제 노래를 사랑해주신 팬들 덕분"이라고 말하며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그는 "제 노래 3대 히트곡이 '섬마을 선생님', '동백아가씨', '기러기아빠'였다"며 "그 곡들이 하루아침에 금지곡이 돼서 사라졌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목숨이 끊기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때 잘 이겨내고 버틴 것이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미자는 60주년 앨범을 발매하는 소감으로 "50주년 이후에 기념앨범이 더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60주년이 돼서 앨범이 나오게 됐다"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참 감사해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로 사랑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 이미자, 전통가요 뿌리의 감사인사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