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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가 뒤를 따른다. 백 할머니의 둘도 없는 반려가족이다.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가 뒤를 따른다. 백 할머니의 둘도 없는 반려가족이다.
ⓒ <무한정보> 홍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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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힘을 얻는다.

충남 예산 지역에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살을 맞대고 지내온 가족, 둘도 없는 단짝친구만큼 각별한 사이가 있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할머니 따라다니는 강아지'. 할머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꼭 붙어 다니는 둘도 없는 짝꿍이다.

지난 14일 예산군 예산읍내 우리고물상 앞, 백세분 할머니와 강아지를 만났다. 복슬복슬한 갈색 털을 가진 발바리 강아지는 백 할머니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총알같이 따라 나선다. 폐지 줍는 동안은 옆에 얌전히 앉아 있다, 드르륵 수레를 끄는 순간 벌떡 일어나 달려간다.

꼭 먼저 나서 가는 길에 위험한 것은 없는지 살피고 난 뒤에야 할머니 옆으로 돌아와 천천히 속도를 맞춘다. 한 손으로 거뜬히 잡힐 만한 작은 강아지지만 할머니 곁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백 할머니가 강아지와 함께한지 벌써 6년째, "말썽 한번 피워본 적 없다"는 기특한 강아지다.

이름은 없냐고 묻자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의외의 답변을 한 백 할머니는 "이리와 하면 곧잘 오는디 뭘"이라고 담백하게 말한다.

하기야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에 이름이 뭐가 대수랴. 할머니에게 찰싹 붙어 다니는 강아지와 그 강아지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애정 어린 눈빛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을.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지 강아지가 할머니 뒤로 몸을 숨긴다. "사진 찍는 줄 알았음 예쁘게 하고 나오는 건데" 아쉬워하면서도 우리 강아지 사진 안나올라 "사진 찍게 옆으로 와. 얼른"하고 재촉하신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지 강아지가 할머니 뒤로 몸을 숨긴다. "사진 찍는 줄 알았음 예쁘게 하고 나오는 건데" 아쉬워하면서도 우리 강아지 사진 안나올라 "사진 찍게 옆으로 와. 얼른"하고 재촉하신다.
ⓒ <무한정보> 홍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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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할머니는 "말만 못한다 뿐이지 사람이랑 똑같아. 아마 말도 알아들을 거여. 얼마나 영리한지 모른다니까. 길도 어찌나 빠삭하게 아는지 집까지 혼자서도 잘 찾아가"라며 자식 자랑하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침에 집문 열고 나오면 아주 좋아가지고 발바닥을 핥고 난리가 나. 그런데 또 신기하게 집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어. 밖에 나가면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따라 나오고, 교회가면 교회 앞까지 데려다주고 그 앞에서 끝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지. 얘가 내 보호자여" 강아지를 쓰다듬는 할머니의 손길에서 따뜻함이 묻어난다.

"어느 날은 3일 동안 집에 안 오는 거야. 어디 가서 누구한테 잡혔나, 사고라도 났나. 속으로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음날 집에 잘 왔어. 없으니까 집이 텅 빈 것 같고 마음이 얼마나 허전했나 몰라"

5남매 중 4남매를 출가시키고, 지금은 작은 아들과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백 할머니에게 강아지는 또 다른 '가족'이다. 함께 감정을 교류하고 묵묵히 옆에서 기다려주면서, 힘겨운 하루 끝엔 언제나 작은 위로를 건네는 보물 같은 존재. 말하지 못하는 작은 동물이 사람과 마음을 끈끈하게 잇고 있다.

짧은 대화를 마친 뒤 소일거리 삼아 동네 여기저기 바삐 움직이는 할머니가 먼지를 털고 일어나 또 다시 일할 채비를 하니, 차분히 기다리던 강아지가 그 뒤를 따른다. 서로의 보호자로 지켜주며 걸어가는 할머니와 강아지 옆으로 '사랑'도 함께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반려견, #반려가족, #반려동물, #사랑,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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