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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윗선'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이들의 지시를 받아 부당한 행위를 한 전·현직 법관 중 기소 대상을 추려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이 100여명에 달하는 가운데 검찰은 이번 달 안에 기소 범위를 결정한 뒤 대법원에 비위 사실을 통보할 방침이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 기소 이후 숨돌릴 틈 없이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개별 기록·증거자료를 정리해 공소장 작성을 준비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차한성 전 대법관(65)과 권순일 대법관(60),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60),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7)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전·현직 법관들을 추가로 재판에 넘길 때 이들이 기소 대상으로 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직인 권 대법관이 기소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일하며 2013년과 2014년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인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기재됐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토론회에서 대본을 읽는다'며 부정적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모 판사, 노동 사건에서 노동자 편향적 관점으로 판결한다고 평가된 모 판사 등이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다.

양승태 사법부의 첫 법원행정처장(2011년 10월∼2014년 2월)인 차한성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공모한 의혹을 받는다.

2013년 12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집한 이른바 '소인수회의'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판결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차 전 대법관은 '왜 이런 이야기를 2012년 대법원판결 때 안 했느냐. 브레이크를 걸어줬어야지'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소송 절차 지연을 논의한 것으로 기재됐다.

강제징용 재판 주심이던 김용덕(62) 전 대법관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기재돼 있지는 않지만, 주심 대법관으로 지정된 2014년 6월부터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과 외교부가 벌인 재판 관련 조율이 마무리된 2016년 9월까지 2년 3개월 동안 사건을 방치했다고 적시됐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수집을 위해 파견 법관과 연락을 주고받는 등 헌재 견제 업무를 총괄하고, 법원 내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에 공모한 것으로 기록됐다.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기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뒤 퇴임하면서 대법원 재판 관련 문건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개시 후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인물이다.

이 밖에 지난해 말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이민걸(58)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방창현(45)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를 비롯해 신광렬(54)·임성근(55)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도 기소가 유력시된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의 중대성과 가담 정도, 수사 과정에서 협조 정도를 고려해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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