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속한 대전·충청권에는 고등학교 야구부가 7개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광천고와 대전제일고는 2017년에 창단된 신생 야구부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최소 2개 이상의 권역으로 나눠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는 언제나 신인지명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화는 1차 지명이 부활된 2014년 신인 드래프트 이후 1차 지명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4년 1차 지명 황영국은 1군에서 한 경기만 등판한 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울 두 번이나 받고 야구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이 밖에 2016년의 김주현, 2017년의 김병현(좌완)도 1군 활약은 미미했고 2018년 1차지명 성시헌은 '기량미달'로 1년 만에 팀에서 방출됐다. 2015년에 1차 지명을 받은 좌완 김범수 정도만 선발 유망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렇게 최근 수 년 동안 한화는 1차 지명에서 우수한 신인들을 영입하지 못했고 이는 팀의 늦은 세대교체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해 6월과 9월 2019 시즌 1,2차 지명을 통해 근래 없었던 우수한 신인들을 지명했고 이들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남다른 떡잎을 과시하며 선배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화의 1차 지명 선수 변우혁과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 선수 노시환이 그 주인공이다.

역대 고교야구 나무배트 최다 홈런 기록 세운 거포 유망주

원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KBS의 야구예능 <천하무적 야구단>을 본 후 야구에 입문한 변우혁은 원주 일산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청주의 현도중학교로 진학했다. kt 위즈의 강백호처럼 중학교 입학 후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가는 선수는 고교 졸업 시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변우혁은 초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충청지역 학교로 진학했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현도중 졸업 후 충청권 최고의 명문 천안 북일고로 진학한 변우혁은 2학년 때부터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타격 재능을 인정 받았다. 특히 3학년 시절인 2018년에는 8개의 홈런을 때리며 고교야구가 나무배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화는 롯데 자이언츠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투수 구승민과 변우혁을 두고 고민하다가 장기적으로 김태균의 대체 선수가 될 수 있는 변우혁을 선택했다.

사실 변우혁은 1억8000만 원이라는 평범한(?) 계약금이 말해주듯 소위 말하는 '괴물신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2019년 1차 지명 선수 중에는 3억5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은 선수가 무려 4명이나 된다). 하지만 전략적으로라도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하는 한화는 1차 지명 신인 변우혁을 오키나와에서 진행되는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시켰다.

변우혁은 스프링캠프에서 롤모델 김태균을 비롯해 이성열, 제라드 호잉, 정근우, 이용규 같은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착실히 프로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에서는 김태균과 교체된 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16일 주니치 드래곤즈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1-4로 뒤진 7회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연습경기에서 나온 한화 타선의 첫 번째 홈런을 만 18세의 신인 선수가 때려낸 것이다. 

한화에서는 지난 시즌 73경기 출전에 그친 간판타자 김태균이 명예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따라서 변우혁이 당장 한화 타선에서 주전으로 출전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한화 타선에는 우타 거포형 타자가 부족하다(김태균은 38세의 노장이고 송광민은 지난해 18홈런이 커리어 하이다). 따라서 변우혁이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자신감을 시즌 개막 후에도 계속 이어간다면 대타 및 1루 백업 요원으로 1군에서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청소년 대회 타격왕에 빛나는 대형 3루수 유망주

부산에서 태어난 노시환은 수영초등학교, 경남중학교, 경남고등학교로 이어지는 부산 지역 야구 명문학교의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중학교 때까지 유격수로 나서기도 했던 노시환은 경남고에 진학하자마자 곧바로 중심타자로 활약했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인정 받았다. 간간이 투수로도 등판해 시속 14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질 만큼 강한 어깨도 갖추고 있다.

노시환은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해 무려 .692의 타율로 타격상과 3루수 부문 베스트9에 선정됐다. 하지만 서준원(롯데)이라는 학교 동기가 2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경남지역 최대어로 불리며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지명됐다. 덕분에 한화는 청소년 대표팀 주전 3루수 노시환을 2차 1라운드로 지명할 수 있었다. 해외파 이대은(kt)과 이학주(삼성)를 제외한 순수 신인 중에서는 노시환이 2차 1순위였다.

지난 겨울 한화는 FA 3루수 송광민과의 계약이 지지부진했지만 크게 서두르지 않았다. 오선진, 김회성, 김태연 등 3루 백업 요원들이 공수에서 썩 믿을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한화는 노시환이 충분히 송광민의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결국 한화는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송광민과 2년 총액 16억 원에 계약하면서 노시환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1차지명 변우혁, 2차 2라운드 외야수 유장혁과 함께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노시환은 뛰어난 타격 실력을 선보이며 한용덕 감독의 눈을 사로 잡았다. 1-18로 대패를 당한 11일 주니치전에서 대타 안타를 때린 노시환은 14일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대타로 출전해 안타를 쳐냈다. 그리고 선발 출전한 16일 주니치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는 동점 타점을 포함해 4타수2안타1타점1득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2018년 롯데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한동희는 작년 타율 .232 4홈런23타점으로 타격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505이닝 동안 12개의 실책을 저질렀을 정도로 수비에서는 약점을 보였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타격에서는 충분한 잠재력을 보인 노시환 역시 1군 잔류 여부는 수비에서 판가름 날 확률이 높다.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정근우 등 베테랑들의 포지션과 풀타임 소화 여부 역시 루키들의 1군 정착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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