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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 소재 대천 농협에서 지난 달 31일 치러진 임원선거를 놓고 돈선거 의혹이 커지고 있다.
 충남 보령 소재 대천 농협에서 지난 달 31일 치러진 임원선거를 놓고 돈선거 의혹이 커지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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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에 있는 대천농협 임원선거 과정에서 거액의 돈이 오고 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찍지 말라는 노골적인 배제 운동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와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또 대천농협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지역의 임원선거 과정에서 금품수수가 만연해 있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돈 선거 논란이 된, 지난해 3월 31일 치러진 대천농협 임원선거(상임이사, 비상임 이사)와 관련 A씨는 1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임원 후보들이 대놓고 돈을 준다"며 "돈을 안 받으면 '나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겠다'면서 돈을 건네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돈을 주고받는 양상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며 "대천농협 임원 선거만이 아닌 전국 대부분의 농협, 축협, 수협 임원선거에서 금품이 뿌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대천농협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해 들은 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관련 기사: [단독] "농협 비상임 이사 선거 때 수천만 원 뿌렸다")

A씨는 "그 중 유독 대천농협 선거과정에서 오고 간 금품 수수건만 불거져 나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투표권자인 대의원 B씨가 다른 대의원들에게 비상임 이사 후보 중 특정 후보 2명을 지목, 이유 없이 찍지 말라는 전화를 돌렸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당일 투표장에서도 손가락으로 특정 후보의 번호를 표시하며 찍지 말라는 손짓과 함께 웃으며 춤을 췄고, 실제 투표결과 또한 B씨가 지목한 해당 후보 2명이 낙선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대의원 B씨의 이 같은 행위 뒤에는 배후가 있을 것이란 추정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낙선한 C씨의 폭로 배경에 대해서도 "B씨의 노골적인 행태를 보고 참다못해 C씨가 자신은 물론 다른 후보들의 돈 선거 실태를 밝히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선거에서는 상임이사 후보 2명, 비상임 이사 후보 9명이 출마해 선거권자인 대의원(약 140명) 투표를 통해 상임이사 1명, 비상임 이사 7명을 선출했다. 즉 비상임 이사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2명은 대의원 B씨가 다른 대의원들에게 찍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종용한 후보였고, 이 같은 부정선거가 돈 선거 폭로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비상임 이사 출마했다 낙선한 C씨는 선거 직후 해당 농협 선거관리위원회(11명)에 "선거 과정에서 약 100여 명의 대의원에게 1인 당 30만 원씩 현금을 살포했다"고 폭로했다. C씨는 특히 "나뿐만 아니라 모든 비상임 이사 출마한 모든 후보들이 유권자인 대다수 대의원들에게 비슷한 액수의 금품을 뿌렸다"고 주장하며 수사기관에서 모든 내용을 밝히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씨는 이후 논란이 일자 "폭로 내용은 모두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며 부인했다.

"후보들에게 받은 돈으로 해외여행 가기도" 

A씨는 "이번 임원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 대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원선거 과정에서 많은 돈이 뿌려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합장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선거법을 엄하게 적용하는 반면 임원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아 법적 처벌이 미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농협 조합장 선거와는 달리 농협 임원 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음식물이나 물품가액의 10배에서 50배에 상당하는 과태료(최대 3000만 원) 부과"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는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사실상 처벌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돈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너무 황당할 정도로 당당하다"고 귀띔했다.

A씨는 "돈 선거 실태가 드러났는데도 이번에 당선된 이사 대다수가 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원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들이 사퇴하고 부정선거 실태를 파헤쳐 더 이상 농수축협 임원 선거과정에서 돈과 부정이 오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전국농민회충남도연맹 보령농민회는 15일 오후 2시 30분 보령시 농협지부 사무실에서 진상규명과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은 A씨와 나눈 주요 인터뷰 요지다.

- 대부분의 후보들이 유권자인 대의원들에게 돈을 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어떻게 생각하나?
"임원 후보들이 대놓고 돈을 준다. 돈을 안 받으면 '나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겠다'면서 돈을 건네기도 한다. 돈을 주고받는 양상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 대천농협에서만 이런가?
"아니다. 대천농협 임원 선거만이 아닌 전국 대부분의 농협, 축협, 수협 임원선거에서 금품이 뿌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런데 왜 대천농협만 불거진 건가?
"이유가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투표권자인 대의원 B씨가 대의원들에게 비상임 이사 후보 중 특정 후보 2명을 지목, 이유 없이 찍지 말라는 전화를 돌렸다. B씨는 또 당일 투표장에서도 손가락으로 특정 후보의 번호를 표시하며 찍지 말라는 손짓과 함께 웃으며 춤을 췄다고 한다. 개표결과 B씨가 찍지 말라고 한 해당 후보 2명이 낙선했다. B씨의 노골적인 이유없는 낙선운동 행태를 본 C씨가 참다못해 자신은 물론 다른 후보의 돈 선거 실태를 폭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 대의원 B씨는 왜 특정 후보를 찍지 말라는 선거운동을 했나?
"대의원 B씨의 이 같은 행위 뒤에 배후가 있다는 추정이 많다"

- 왜 돈 선거가 만연돼 있다고 보나?
"조합장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선거법을 엄하게 적용한다. 반면 임원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아 법적 처벌이 미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임원 선거 때마다 많은 돈이 대놓고 뿌려지고 있지만 한 번도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사실상 처벌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돈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너무 황당할 정도로 당당하다."

-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돈 선거 의혹에 대한 언론보도 이후에도 당선된 이사 대다수가 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선거에 출마했던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모두 사퇴해야 한다. 또 불거진 돈 선거와 부정선거 실태를 파헤쳐 더 이상 농수축협 임원 선거과정에서 돈과 부정이 오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

태그:#충남 대천농협, #돈 선거, #금품수수, #낙선운동, #임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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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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