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애국지사 노순경의 가족역사전시회'는 묻혀있는 가족들의 독립운동사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입니다. 3.1만세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돌 기념으로 준비한 이번 전시회는 원주시립중앙도서관 전시실에서 열흘간 열 예정입니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으니 저희라도 챙겨야하는 것이지요. 개관식은 특별히 하지 않고 2월 20일부터 28일까지 자료 전시를 합니다."

간호사 출신의 여성독립운동가인 노순경 애국지사의 외손자인 김영준 선생은 전화통화에서 이번 전시회에 대한 취지를 그렇게 말했다. 노순경 지사의 아버지는 노백린 장군이다. 가족의 역사라고는 했지만 노순경 지사(대통령표창, 1995), 노순경 지사의 아버지 노백린(건국훈장 대통령장, 1962) 장군, 노순경 지사의 시아버지 박승환(건국훈장 대통령장, 1962), 노순경 지사의 오라버니 노선경(건국훈장 애족장, 1990), 동생 노태준(건국훈장 독립장, 1968) 등 온 집안이 독립운동을 한 가족이다.
 
애국지사 노순경 지사의 가족역사 전시회 포스터
▲ 노순경 지사 전시회 포스터 애국지사 노순경 지사의 가족역사 전시회 포스터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우리 집안의 어르신들인 이분들은 일제침략기 굴곡진 역사에 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극복하고 헌신과 희생으로 나라사랑을 실천한 분들입니다. 이는 한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기려야 할 것으로 여겨져 영원히 기억하고자 이런 전시회를 마련한 것입니다.

특히 노순경 외할머니는 여성독립운동가이자 1남 8녀의 자녀를 훌륭하게 길러낸 어머니로 저출산화가 심화되어가는 지금, 우리 시대에 되돌아봐야 할 애국지사이자 장한 어머니의 실천모델로 생각되어 '나라사랑'과 '가족사랑'을 재조명하자는 뜻에서 가족역사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김영준 선생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노순경 지사의 외손자 김영준 선생이 유관순 열사와 노순경 지사의 공적을 비교 해 놓은 배너
▲ 유관순 열사와 노순경 지사 공적 비교  노순경 지사의 외손자 김영준 선생이 유관순 열사와 노순경 지사의 공적을 비교 해 놓은 배너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김영준 선생은 지난 2018년 97살의 아버지와 함께 '애국지사 노순경의 가족역사전시회'를 연 바 있다. 번듯한 전시장이 아니라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북원로 1187-19) 야외에 사진과 독립운동 이야기를 적은 배너 등 42작품을 3달간 전시했었다.

"외할머니 노순경 지사는 1995년 8월 15일 정부로부터 대통령표창을 받았으나 공적에 비해 훈격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노순경 지사는 총독부에 저항한 독립만세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징역 6월) 수감 공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하얼빈 고려병원에서 독립군 치료, 군자금 모집지원, 한인회 무료의료사업, 여성단체 활동 등 많은 추가 공적사항이 있습니다.

외할머니의 대통령표창은 건국훈장 5급 외의 훈격으로 타 서훈자와 견줘볼 때 형평성에 어긋날 뿐더러 심사기관의 불합리한 판정이라고 보고 2015~2016년에 관련자료를 추가 제출하여 '독립유공자 훈격 상향조정'을 요청하였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평가된 외할머니의 훈격에 김영준 선생은 유감을 표명하고 있었다.
 
가족역사전시회 배너
▲ 가족역사전시회 가족역사전시회 배너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유관순 열사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8번방에 수감되었던 노순경 지사는 훈격은 차치하고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도 없는 게 현주소다. 그에 견주면 유관순 열사는 3등급인 독립장을 추서 받았고, 유치원생들까지도 그 이름을 알고 있다. 노순경 지사는 5등급 안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관순 열사의 경우, 13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유관순정신계승사업회 주최로 '유관순 열사 서훈등급 격상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를 열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서훈을 높여야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누군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서훈을 높여주고 누군 5등급 밖에 밀려난 찬밥 신세라니 서대문형무소 8번방에서 함께 고통을 나눈 두 여성독립운동가가 살아 있다면 호통을 칠 듯하다. 서훈은 공적에 걸맞게 주어야 하는 것이며 여론이나 토론회로 격상 시키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본다. 언제 죽은 자들이 '서훈을 높여 달라'고 했는가 말이다.

유관순 열사의 훈격을 높여야 한다면 이 기회에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 동지였던 노순경 지사의 훈격도 등급 안으로 올려드려야 한다. 노순경 지사는 유관순 열사처럼 막강한 기념사업회도 없고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훈격을 높여야 한다고 국회대토론회를 열어주는 자유한국당 소속의 국회의원 지지자도 없다. 훈격 조정문제는 국회의원들 몇몇이 소리 내서 특정인을 위한 주장만 하지 말고 공적에 걸맞는 전수 조사를 거쳐 억울한 훈격이 없도록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3.1만세운동 100돌과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돌을 맞이하는 올해는 지난 100년 동안 줄기차게 이름을 불러주었던 독립운동가보다는 잊히고 묻혔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새로운 100년의 출발이었으면 한다. 서훈 받은 남성독립운동가 1만 5180명, 여성독립운동가 357명이 2019년 2월 현재 상황이다. 그 가운데서 여성독립운동가라고 하면 유관순 열사 말고 노순경 열사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애국지사 노순경의 가족역사전시회'에 원주시민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가 외손자 김영준 선생이 혼자 외롭게 지키는 쓸쓸한 전시장이 되지 않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3.1만세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돌 기념 '애국지사 노순경의 가족역사전시회' 안내

- 전시기간 : 2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
- 전시하는 곳: 원주시립중앙도서관 전시실
  전시기간이 끝나면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북원로 1187-19) 엄나무 식당 주변
  전시장에서 계속할 예정이다.
- 문의: 010-5363-9804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노순경, #노백린, #여성독립운동가, #독립운동, #유관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