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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여론조작 대선무효! 문재인, 김정숙 특검하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여론조작 대선무효! 문재인, 김정숙 특검하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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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에서) 김진태가 왜 1인 시위를 하려고 하느냐. 지난 대선은 무효입니다. 여론조작에 의한 무효이기 때문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결국 이 적폐수사 라는 것도, 드루킹의 머리에서 빌려 이렇게 정권 내내 하고 있는 거다. 이 점을 알 수가 있습니다."

급기야 청와대 앞 1인 시위라는 퍼포먼스까지 연출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언급하지 않는 '대선불복', '대선무효' 주장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13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여론조작 대선무효! 문재인, 김정숙 특검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인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말이다.

같은 날 JTBC <뉴스현장>에 출연한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이재영 성공회대 대우교수는 "어이가 없다"며 김 의원의 1인 시위를 이렇게 평가했다. 구구절절 동감을 표하는 바다. 지극히 제 이익에 충실한 지지층 결집용 퍼포먼스가 아닐 수 없다.

"정확히 전당대회용이고, 태극기부대, 극우보수용인 거죠. 본인이 어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내지는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극우보수 내에서 자기 입지를 굳히기 위한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의 발전에도, 자유한국당의 발전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고요. 저런 행위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명확한 입장을 취해줘야 한다."

이날 김용민 PD 역시 1인 시위를 벌인 김 의원을 두고 이러한 촌평을 남겼다.

"다 압니다. 5.18 망언도 다 당권 전략인 것을. 그래서 당신은 정치를 하면 안 됩니다."

태극기 부대 등에 업은 입지 굳히기 전략
 
광주에서 상경한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회원과 시민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에서 상경한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회원과 시민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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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의 중심에 선 현직 의원이 도리어 청와대 앞에서 여론몰이용 퍼포먼스에 몰두한다. 그런데 이 모습에 공감을 표하는 이들이 있다. 이날 김 의원의 1인 시위엔 일부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응원을 보냈다. 그 지지자들이 태극기부대이자 극우보수 성향임을 부인하는 이는 없을 것 같다.

김 의원의 지지자들은 이날 한국당 당사와 국회 앞까지 진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당 윤리위원회에서 회부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을 "애국 보수의 보물"이라 치켜세우는 한편 "빨갱이 국회 해산", "김진태 의원 건드리면 자한당 해체된다" 등의 구호까지 등장했다. 더군다나 전날 김 의원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한국당 빨갱이 수뇌들이 김진태를 출마 못하게 하기 위해 쿠데타를 한다"라는 문자까지 돌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김 의원 본인은 여차하면 한국당까지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극렬 지지층을 제대로 결집시킨 것을 두고 '성공적'이라 자평하고 있지 않을까. 심지어 5.18 진상조사위 추천을 놓고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욕설까지 일삼았던 지만원씨를 토론회 연사로 초청하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김 의원이 지난 8일 공동주최한 '5.18대국민공청회' 역시 그러한 지지층 결집의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 의원은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당권주자 3인에 포함, 자유한국당 내 '친박, 비박, 극우'의 3분지계를 공식적으로 대표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김 의원이 한국당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리라 되리라 예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분명 성공했다.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은 입지 굳히기 전략이, 제대로 먹힌 셈이니까.

고스란히,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 됐다. 한 극우성향 국회의원의 제 입지 굳히기에, 그러한 사익추구에 모욕감을 느끼고 피로감을 느껴야 할 국민들은 무슨 죄인가. 당장 서울로 상경, 국회 앞에서 "자유한국당 해체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겠다"며 성토에 나선 5.18 유족들과 피해자들을 보라.

이날 한 노년의 시위 참가자는 "자유한국당 이 XX들은 유신잔재야, 달라진 게 없어"라고 절규했다고 한다. 이렇게 김 의원이야말로 퇴행에 퇴행을 거듭해 온 자유한국당이 낳은 축적물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디 그 피해자들이 5.18 유족뿐이던가. '재선' 김진태 의원이 의정활동 내내 일삼은 갖가지 막말과 망언으로 상처를 준 피해자들은 그 기억이 생생하지 않은가.
 
정권 호위 무사 자청했던 김진태의 망언들

 
2016년 11월 17일 '최순실 특검법' 처리를 막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 갖도록 한 특검법안 원안 수정을 요구하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2016년 11월 17일 "최순실 특검법" 처리를 막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 갖도록 한 특검법안 원안 수정을 요구하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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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가 채 안 됐던 2015년 4월 2일, 당시 새누리당이던 김 의원이 세월호 인양을 반대하며 본인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과 사진은 두고두고 세월호 유족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후벼 팠다. 당시 김 의원은 하와이 진주만 애리조나호 침몰 장소 사진을 게재하며 이러한 글을 남겼다.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

이제는 대표 친박으로 진화한 김 의원은 집요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추가 희생자가 생길 수 있다",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 유가족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또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두고도 궤변으로 일관, 정권 호위 무사를 자청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2016년 10월 4일, 김 의원은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주장을 반복했다.

"사람이 물대포를 맞고 그 충격으로 뼈가 부러지기 어렵다."

김 의원은 한술 더 같은 달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때 백남기씨 딸은 어디 있었을까요,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이었다"면서 "이 딸은 아버지가 사망한 날 발리에 있으면서 페북에 '오늘밤 촛불을 들어주세요, 아버지를 지켜주세요'라고 쓴다"라며 유족을 비난하고 폄훼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역사에 길이 남을 어록도 물론 김 의원의 차지였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

자유한국당 스스로 키워 온 김진태의 혐오정치 
 
2017년 1월 21일 서울 종로 보신각앞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사퇴 촉구 춘천시민결의대회’가 열렸다.
 2017년 1월 21일 서울 종로 보신각앞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사퇴 촉구 춘천시민결의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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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막말, 망언만 꼽아도 이 정도다. 심지어 국회의원 김진태는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혁명을 거치며 촛불을 들었던 중고생들까지 '종북'으로 몰았다. 아울러 김 의원의 이러한 족적은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피해자들을 공격하고 그 자산으로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극우진영의 '혐오 정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빨갱이'와 '종북' 타파를 제1의 기치로 이러한 혐오 정치를 방치하고 키워온 것이 바로 멀게는 독재자 박정희 정권부터 가깝게는 그의 딸인 박근혜 정권까지 명맥을 이어 온 자유한국당과 그 전신들 아니겠는가. "자유한국당 이 XX들은 유신잔재야, 달라진 게 없어"라던 5.18 단체의 일성은 그 요체를 한마디로 요약한 더할 나위 없는 핵심정리라 할 만하다.

한편 이날 김진태 의원은 1인 시위와 더불어 흥미롭기 그지없는 퍼포먼스 하나를 추가했다. 김진태 의원 측이 이날 현재 5.18 공청회와 관련해 "김진태 의원이 공청회에 참석하지도 않았음에도 위와 같은 허위사실이 계속 유포되고 있다"며 '김진태 망언'이라고 보도하는 매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그간 본인의 망언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라도 했던 걸까. 그런데 어쩌나. 김진태 의원의 망언에 대한 보도는 언론사의 문제가 아닌 것을. 12일만 해도,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강원도당이 일제히 '망언'이란 단어를 적시하며 사죄와 자진 사퇴, 제명과 퇴출을 요구했다.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라고 가만히 있었겠는가.

13일 오전 5.18 민주화운동 동지회 회원들이 춘천시 김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마치 지난 2016년 11월 촛불집회 당시 춘천시민들이 김 의원의 '촛불 막말'에 항의해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춘천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또한 오는 14일 지역 단체 및 정당 관계자들과 연석회의를 열고 대응방침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제 공은 한국당 윤리위로 넘어갔다. 13일 징계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윤리위는 14일 오전 결론을 낼 예정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윤리위원회 회부와 상관없이 전당대회를 완주하겠다"고 버텼지만, 중징계를 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당규 7조를 보면 후보자 등록이 끝난 때부터 윤리위 회부 및 징계의 유예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과연 한국당은 자신들이 키워낸 혐오정치의 대표선수를 과감히 쳐낼 수 있을까.

태그:#김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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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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