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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13 09:01수정 2019.02.13 09:01
미듬영농조합에서 만든 쌀빵을 손에 들어보니 밀가루빵처럼 가볍지 않고 무게감이 있다. 차지게 씹히고, 씹을수록 구수함이 느껴졌다. 식빵의 겉은 쌀 특성 때문인지 밀가루빵보다 다소 딱딱하지만, 호밀빵이나 바게트 겉만큼 딱딱하지는 않았다.

미듬영농조합에서 만든 쌀빵을 손에 들어보니 밀가루빵처럼 가볍지 않고 무게감이 있다. 차지게 씹히고, 씹을수록 구수함이 느껴졌다. 식빵의 겉은 쌀 특성 때문인지 밀가루빵보다 다소 딱딱하지만, 호밀빵이나 바게트 겉만큼 딱딱하지는 않았다. ⓒ 김진영

 
쌀로 만드는 가공품은? 이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우선 떡을 떠올릴 것이다. 두 번째로는 막걸리 정도일 것이고, 그 밖에는 쌀 찐빵, 쌀 과자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동안 쌀로 만든 빵 판매장들이 도심 곳곳에 생겼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쌀로 만들어 건강하다는 이슈 몰이를 했다. 쌀빵이 밀가루빵보다 건강하다는 근거도 부족했지만 맛에 대한 차별화도 부족했다. "쌀빵을 밀가루빵처럼 만들려다 보니까 이도 저도 아닌 식감이라서 시장에서 자리를 못 잡았죠." 쌀가공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미듬영농조합 전대경 대표의 말이다. 

미듬영농조합에서 만드는 쌀 식빵에는 평택에서 생산한 유기농쌀 73%와 전분, 글루텐이 들어간다. 밀가루빵 만들 때처럼 달걀, 우유 등의 부재료는 같이 사용한다. 만들어진 모양새는 여느 빵과 다름이 없다. 쌀로 만든 빵 가운데 즐겨먹는 식빵을 맛봤다. 

찢은 빵을 손에 들어보니 밀가루빵처럼 가볍지 않고 무게감이 있다. 차지게 씹히고, 씹을수록 구수함이 느껴졌다. 식빵의 겉은 쌀 특성 때문인지 밀가루빵보다 다소 딱딱하지만, 호밀빵이나 바게트 겉만큼 딱딱하지는 않았다. 쌀 함량 73%는 오랜 연구 결과 끝에 나온 수치다. 

밀가루빵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했던 초반에는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았지만, 쌀로 만든 빵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는 순간, 제대로 맛이 잡혔다고 한다. 별다른 설명 없이 빵을 먹는다면 밀가루빵으로 생각하고 먹을 듯 싶을 정도의 식감과 맛이다. 

뻥튀기가 바삭하지만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 까닭
 
라이스칩, 쌀과자 등 몇 가지 이름이 있지만 쌀로 만든 뻥튀기다. 쌀을 가루 내고, 단호박과 비트 등 다른 재료와 섞어서 가공미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가공미에 쌀과 감미료를 섞은 재료를 230~250도로 가열된 기계에 넣어 압력을 가하면 뻥튀기가 된다.

라이스칩, 쌀과자 등 몇 가지 이름이 있지만 쌀로 만든 뻥튀기다. 쌀을 가루 내고, 단호박과 비트 등 다른 재료와 섞어서 가공미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가공미에 쌀과 감미료를 섞은 재료를 230~250도로 가열된 기계에 넣어 압력을 가하면 뻥튀기가 된다. ⓒ 김진영

 
라이스칩, 쌀과자 등 몇 가지 이름이 있지만 쌀로 만든 뻥튀기다. 쌀을 가루 내고, 단호박과 비트 등 다른 재료와 섞어서 가공미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가공미에 쌀과 감미료를 섞은 재료를 230~250도로 가열된 기계에 넣어 압력을 가하면 뻥튀기가 된다. 

수십 알의 쌀알 부피는 얼마 안 되지만 열과 압력에 의해 팽창하는 순간 수십 배 부피의 뻥튀기로 변한다. 팽창되면서 뻥튀기 안에 수많은 작은 공간이 생긴다. 뻥튀기가 바삭하지만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 까닭은 내부에 생긴 작은 공간 때문이다. 

밥 지을 때는 맨 밑이 구수한 누룽지가 된다. 뻥튀기는 위아래로 동시에 열을 받기 때문에 누룽지처럼 구수하다. 다만,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스테비아(설탕보다 300배 정도 단 감미료) 때문에 끝맛은 씁쓸하다. 

감미료를 넣지 않은 것을 처음 입에 넣으면 달지 않다. 반 정도 씹었을 때 비로소 단맛이 느껴진다. 쌀 전분이 침에 녹아 엿당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감미료를 넣지 않은 것은 짜릿한 단맛은 없어도 구수한 단맛에 뒤끝이 깔끔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쉽게 구입하기 힘들다. 스테비아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유아용 뻥튀기뿐이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는 부모들이 많기에 빼고 만든다. 

떡, 쌀 빵, 뻥튀기든 지금까지는 모두 밥용 쌀로 만들었다. 밥용 쌀을 대신할 가공용 품종들이 육종(育種)이 끝나고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미듬영농조합이 있는 평택에 갔을 때 검보랏빛 나는 음료를 마셨다. 밀폐용기에 담긴 차를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나니 이내 보랏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검보랏빛으로 변했다. 

만드는 과정은 간단했지만 맛은 구수하면서 깔끔한 게 매력적이었다. 궁금한 눈빛으로 차가 담긴 밀폐용기를 바라봤다. 이야기를 나누던 전대경 대표가 '전주 616호'라고 알려줬다. 새로 보급되기 시작한 가공용 쌀 품종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보리차 만드는 것처럼 볶아서 만든 것인 줄 알았지만 생쌀이었다. 살짝 볶아 음료를 만든다면 상당한 맛을 낼 듯 싶었다. 차로 즐기기에 딱 좋은 '전주 616호'는 전주농진청에서 616번째로 육종했다는 의미로 붙인 임시 이름이다. 아직 삼광, 일품 같은 정식 이름은 없다. 마치 뱃속 아이가 갖는 이름처럼 전주 616호는 태명인 셈이다. 

품종을 알게 되면 새로운 맛이 늘어난다
 
밀폐용기에 담긴 차를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나니 이내 보랏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검보랏빛으로 변했다. 새로 보급되기 시작한 가공용 쌀 품종 가운데 하나 '전주 616호'였다.

밀폐용기에 담긴 차를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나니 이내 보랏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검보랏빛으로 변했다. 새로 보급되기 시작한 가공용 쌀 품종 가운데 하나 '전주 616호'였다. ⓒ 김진영

 
가공용 쌀은 잘 부서지는 분질형으로 가루내기는 쉬워도 밥을 지으면 곤죽이 된다. 대신 쌀가루를 내기는 쉬워 쌀 가공품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밥용 쌀로 가루를 내려면 쌀을 물에 불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1kg 분쇄 비용이 600~700원 정도 든다. 새로 육종한 가공용 쌀은 물에 불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분쇄할 수 있어 비용이 200~300원이면 된다. 비용을 절감하는 것만큼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생긴다.

기술과 노력이 합쳐져 예전과는 다른 품종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밥용 쌀도 지역마다 다른 특성의 쌀을 재배하는 것처럼 가공용 쌀도 용도에 맞게 재배하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평택 오성면 창내리 너른 들판에 전주 616호를 심는다고 한다. 

가을걷이가 기다려진다. 가을이 오면 생수나 정수기 물 대신 전주 616호를 끓여 먹을 생각이다. 보리차와 달리 깔끔한 맛이 너무 좋았다. 품종 하나를 알게 되면 새로운 맛 경험이 하나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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