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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책표지.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책표지.
ⓒ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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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늦은 봄 어느 날,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딸이 조언을 원했다. 나도 알고 있는 딸 절친 H가 2학년이 되더니 다른 친구들하고만 어울리고 자기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 괴롭다는 것, 자꾸 신경이 쓰여 차라리 '친구 그만하자'고 말할 생각인데 생각만으로도 슬퍼져 막상 망설여진다는 것. 엄마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잠깐 딸은 눈물을 쏟았다. 그런 딸을 보며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와 멀어졌으니 상실감과 고민이 오죽하랴 짐작돼 마음이 아팠다. 언제까지고 친구이길 바랐던 아이라 딸이 경솔한 선택을 하면 어쩌나? 조언하고서도 조바심이 났다. 다행스럽게도 딸은 내 의견을 100% 받아들였다. 둘은 현재, 내가 아는 한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인, 막역지우(莫逆之友)이다.

작년 가을 어느 날 딸이 그 친구 H와의 최근 일들을 들려주며 "그때 엄마 말 듣길 잘했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말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내가 엄마 말 듣지 않고 내 맘대로 친구 그만하자고 이야기하고 말았다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소중한 친구일 수 있을까? 우리 삶에서 선택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요?>(우리교육 펴냄)를 읽노라니 몇 년 전 그때가 떠올랐다. 친구 문제로 고민하던 내 딸처럼 '어떤 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의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를 사귀는 게 힘들어요. 특히 애들이 내가 없는 곳에서 험담하거나 나를 따돌릴 것 같아 힘들어요. 다른 애들은 쉽게 잘도 사귀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요?

:대부분 사람은 아까 말한 위기(주: 친구들을 위해 모임이나 이벤트 등과 같은 어떤 노력을 했는데 친구들 반응이 그리 좋지 않거나 할 때)에서 "어, 왜 나만 이렇게 노력해야 해?"하면서 친구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멈춰. 그래서 특별하지 않은 그런저런 관계를 갖게 돼. 그러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걱정하거나 의심하지. 특별한 유대관계가 없으니까 더 수고하지도, 자신을 희생하지도 않아. 상대방이 특별히 자신을 위해서 노력한 게 있다고 볼 수 없으니까.

미안한 말이지만 관계는 어느 한쪽의 문제만은 아니야. 혹시나 네 친구가 너를 따돌릴까 봐 걱정이라면 너도 상대가 그 정도의 마음이 들도록 행동한 적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해. 사실 뒤를 보기만 하는 것은 관계에 별 소용이 없어. 반성은 짧게 하고, 앞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거야.-122~123쪽.
 
청소년기는 일생을 통틀어 친구를 가장 좋아하는 시기이자 친구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친구에게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친구와 운동이나 공부 등을 하면 훨씬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자칫 친한 친구 혹은 친구란 존재 그 필요성만으로 좋지 못한 일에 휩쓸릴 가능성도 많은 그런 시기라고 한다.

청소년기에 친구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존재가 있거나 없거나 차원으로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기는 본격적인 사회화 단계로 친구는 일종의 실전 연습 상대, 스파링 파트너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도, 아울러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이어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어떤 친구, 어떤 관계냐에 앞서 친구 자체를 사귀기 힘들다면 더욱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엮는 하이브리드형 작가이자 심리학자'라고 한다. 또한 콘텐츠 기획자, 도서 기획자, 다큐멘터리 자문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활동으로 '축적된 경험과 지식, 교훈이 어우러진 다양한 글쓰기 및 강연을 하고 있다(프로필 참고)'고 한다.
 
SNS 친구에게 관심을 두거나, 네 또래가 아니어도 마음을 주고받을 멘토를 찾거나, 새로운 학원으로 옮겨서 거기 친구를 사귀려 노력하거나, 학교 동아리의 선후배에게 더 신경을 써서 혹시라도 그 애들이 따돌리려 할 때를 대비하라는 거야. 그 전에 네 친구와 잘 지내는 게 최선이겠지. 하지만 그럴 가치가 사실 별로 없는 애들이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게 최선책이 될 수 있어.

<열세 살 마리옹-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라는 책이나, 학교 폭력에 대한 여러 사건 기사를 꼭 읽어보길 바라. 자신을 포기하면서까지 어떻게든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한 학생들이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얻는지 똑똑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그러면  '이왕이면 나쁜 짓을 해서라도 잘 지내면 좋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될 거야.~128~129쪽.
 
이런 저자가 청소년 대상 강연에서 받은 질문 18개를 선정, 질문하고 그에 조언하는 형식으로 쓴 책이다. 책은 친구를 사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세부터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여러 측면의 노력들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이처럼 만약의 따돌림을 대비하는 방법과 친구 사귐 그 차선책(주: 인생템 찾기) 등,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집과 학교에서 관계 때문에 매일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청소년이 스스로 치유할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선택을 도와주는 책'이란 부제가 붙었다. '관계 때문에'란 표현 때문에 언뜻 관계 문제에만 한정한 내용 정도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 책을 소개하며 이처럼 친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간주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사는 게 재미없고 고민만 많은 저는 이상한 걸까요?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귀찮아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외모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요. 성형수술을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게임을 끊을 수 있을까요? ▲꿈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제 모습이 답답해요. ▲어떤 분야를 선택해서 공부해야 행복할까요? ▲힘들게 부모님을 설득해서 도전했는데 실패하면 어떡하죠? ▲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말이 내 마음을 아프게 찔러요. 나만 예민해서 그런 걸까요? ▲집 나가면 개고생인 것도 알지만, 부모님이랑 매일 싸우다보니 차라리 집을 나가는 게 속은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등, 이 책이 질문으로 선정한 것들은 요즘 청소년들 누구나 중복적으로 고민하거나 공감하는 것들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니 말이다. 청소년들의 고민을 거의 담았다 싶을 정도로.

선택은 누구나 힘들다. 또 다른 무엇을 포기해야 가능하며 결과를 확신할 수 없어 힘들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아니 선택을 되풀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이다. 경험도 부족하고 가치관이나 세계관 등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청소년기는 선택이 보다 힘들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최선 혹은 현명한 선택'을 위한 조언으로 그치지 않는다. '나름 최선 혹은 현명한 선택을 했는데 그와 달리 결과가 좋지 못할 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굳건하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 그러니 주변에 고민을 털어 놓을 사람이 없다면 저자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자 최선의 선택, 그 시작이 되리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계간 <우리교육> 2019년 봄호에 실립니다.


태그:#청소년 문제, #왕따(집단 따돌림), #친구(또래),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청소년 상담(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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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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