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양해웅 작가 전시회에 들렀다. 천방지축 세아들과 함께 여수 예울마루 전시관을 찾았다.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세아들과 전시회장 들어가니 조금 긴장됐다.
세아들은 손에 닿는 모든 물건을 완벽하게 고장낸다. 때문에 전시관 입구에서 간곡히 부탁했다. 전시물에 손대지 않도록 세번 경고했다.
시무룩한 막내와 이미 흥미를 잃은 사춘기 두 아들을 끌고 건물로 들어섰다. 작품들은 제목을 읽지 않으면 도통 알 수 없는 놀라운(?) 작품들이었다.
엄숙하게 전시장을 획 둘러본 뒤 마지막 제3전시실로 들어섰는데, 아뿔사 양해웅 작가를 만나고 말았다. 그에게 작품평을 한마디라도 건네야 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멋쩍게 서있는데 작가가 다가와 말을 건냈다. "작품 어때요. 작품은 만져 봤나요? 질감이 오던가요?" 그가 던진 말을 듣고 황당했다.
근엄하게 턱에 손대가며 감상하고 왔는데 질감이라니... 이어 그가 남긴 말에 전시회장을 한번 더 돌았다.
그는 "예울마루 전시관 담당자들이 작품 앞에 줄을 친다고 해서 말렸다"며, "작품 만져서 어긋나면 조금 손보면 된다"고 태연히 말했다.
그말 듣고 세아들과 처음부터 전시실을 다시 둘러봤다. 이번에는 작품을 만져가며 감상했다.
세아들은 작품을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기도 했다. 큰애가 한 작품 앞에서 놀라운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아빠 소리가 다르게 들려요" 큰애 옆으로 다가가 작품에 귀를 댔다.
큰애 말처럼 작품에서 반사되어 들리는 음악소리가 각각 달랐다. 신기했다. 그날 작가의 의도를 뛰어넘어 세아들과 우리만의 작품해석을 열심히 펼치고 전시관을 나왔다.
세아들이 콧노래를 불렀다. 무슨 의미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