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출국 더블베이스 독주희 영어로 더블베이스, 유럽에서는 콘트라바스. 콘트라베이스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한다.

▲ 이동희 출국 더블베이스 독주희 영어로 더블베이스, 유럽에서는 콘트라바스. 콘트라베이스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한다. ⓒ 이동희

 
이동희 연주가를 우연히 재일동포 관련 영화제에서 만났고, 시간차를 꽤 두고 최근 DMZ 활용에 대한 포럼에서 만났다. 음악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자리에서 음악가를 두 번씩이나 만나니 호기심이 일었다. 마침 다가오는 2월 9일 독주회에서 본인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여 미리 인터뷰를 청하였다. 

- 공연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협연해서 공연은 꽤 했지만 독주회는 2번째다. 실험적 독주회라고나 할까. 원래 더블베이스 독주회는 거의 없다. 클래식 악기이지만 동양풍으로 들릴 수 있다. 

오프닝으로 영화 <서편제>로 데뷔한 박길수 배우의 축하공연이 준비돼 있고, 또 소주 '좋은데이'를 쓴 최루시아 서예가는 저의 소리를 기록 할 예정이다. 소리 기록자가 되는 건데 실험적인 공연이 될 거 같다. 공연에서 들려드릴 두 곡은 제가 작곡했는데 나머지 곡은 민요나 가곡으로 일본이나 대만에서 지낼 때 길에서 로컬 사람들과 교감했던 곡들이다. 연주하며 DMZ 분단선, 제주, 북한, 일본의 역사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는데 해외에서는 반응이 좋았는데 이번 공연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관점들이 다 다르니까."


- 작곡한 곡들은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화전놀이'는 통영에 사는 친구 집에 갔을 때 전통 가옥집 뒤가 다 진달래 밭이었고, 시인이었던 친구 부모님과 같이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해서 먹었는데 그때 만든 노래다. '나라탐매행'은 2년 전 일본 나라현에서 매화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떠올랐다. 나라현 자체가 백제나 신라 사람들이 많이 넘어갔던 공간이라서 신라시대 사람들이 만들었던 불상이나 절도 많은데 꽃과 배경이 좀 이어져 있는 기분이었다."   

작곡한 곡 외에 공연 때 연주할 곡들을 살펴보았다. '봉선화 즉흥변주곡(홍난파), 임진강 즉흥변주곡(고종한), 동백꽃 즉흥변주곡(리건우), 새야새야 즉흥변주곡(조선민요), 사쿠라 즉흥변주곡(일본민요) 등이 있었다.

왜 이런 선곡을 했냐는 물음에 그는 "홍난파 음악은 당시 금지곡이었어요. 좀 사람들에게 드러내주고 싶어서 골랐어요. 리건우는 북한 작곡가이고요"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잘 듣지 않는 민요를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어떻게 현대 음악으로 섞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그가 더 궁금해졌다.

7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 그는 교회를 다니면서 또래 친구들이 다 음악을 해서 자연스럽게 함께 연습을 하게 됐고, 이후 일렉트로닉 기타를 했지만 2008년 음악 대학을 다니면서 선생님들이 더블베이스를 기본적으로 다 가르치고, 본인도 재즈를 좋아해서 악기를 선택하게 되었다. 재즈에서는 더블베이스가 중요하다고. 그러나 재즈 연주를 안 한 지는 오래됐다고 하는 이동희. 어떤 터닝포인트가 있었을까?

부산이 고향인 그는 선배를 따라 대학생 새내기 시절인 2010년부터 제주에서 지내게 되었다. 제주에서 5년 정도 살고. 그 사이에 미국도 갔다 오고 철원에서 군생활을 마친 후 2014년부터는 제주를 기반으로 1년 중에 일본과 대만에서 4개월 정도씩 지내며 버스킹 음악 활동을 하였는데 친구를 따라 서산, 통영 등 시골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여기까지 듣고서도 왜 그가 전통음악 연주에 빠지게 됐는지 알 수 없어서 제주에서 생활했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았다.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연주의 사진이나 시, 디자인, 영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었고, 음악 외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으며 함께 흘러갔다. 이중섭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일을 했는데 사장님이 어린이 역사 책을 쓰는 사람이었고, 미국이나 유럽권에서 온 외국인들도 카페에 자주 모였고, 그들 덕분에 나의 관심사가 확장되었고 영감을 많이 받았다." 
 
제주 미루나무 카페 좋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즉흥 연주도 오갔던 추억의 장소. 맨 왼쪽에 앉아있는 이동희

▲ 제주 미루나무 카페 좋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즉흥 연주도 오갔던 추억의 장소. 맨 왼쪽에 앉아있는 이동희 ⓒ 이동희

 
"어릴 때부터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 편견이 좀 있었다. 너무 개방적이고, 술도 많이 할거라는. 하지만 실제로 만나고보니 너무 소박하고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도시락 싸서 서귀포에 있는 바닷가에서 나눠 먹기도 하고, 한번은 밤에 중문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같이 옷을 다 벗고(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수영을 하고, 영국 친구가 위스키를 바틀에 담아 와서 나눠 마셨는데 너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수영을 또 했다. 원래 술 체질이 아니라서 못 마셨는데 그때부터 위스키는 마신다. 외국인들끼리 같이 사는 빌딩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티도 하고, 채식주의자들도 많았다. 계절이 바뀌면 옷 쌓아놓고 물물교환도 서로 하는 등 되게 소소하지만 나의 선입견을 깨는 일들이었다."


그는 회상에 젖은 듯 제주 얘기를 이어가다가 결정적으로 재즈에 대해 생각이 바뀐 경험담을 풀어냈다.

"2011년 10월에 군대를 갔는데 그 전에 서귀포에서 만난 외국인들 중 집을 비우는 친구가 있어 미국에서 3개월 지낼 수 있었다. 낮에는 재즈 수업을 듣고, 매일 저녁마다 재즈클럽을 다니며 존경했던 재즈뮤지션들을 직접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때 갔다 와서 느낀 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흑인들처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가 국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갑자기 가야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는다고 한국적인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역사나 토양이나 뿌리를 공부할 수 있으면 거기서 나의 음악이 좀 더 탄탄히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이나 아시아는 토양이 달라서 아시아는 쌀이, 유럽은 밀이 풍부한 것처럼."


재즈에 대한 경험을 더 쌓고 돌아왔기에 더 심취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다른 길을 찾았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전역 후 다시 제주에 돌아와 굿, 판소리, 비나리와 같은 전통 음악을 듣고, 공부하였다. 그렇다고 아주 재즈를 멀리한 건 아니다. 재즈 1.5세대 임인건 피아니스트와 함께 2013년 겨울부터 1년 동안 같이 레귤러 공연을 하기도 했다. 전통 재즈라기보다 한국적인 포크 감성이 있는 연주곡들이었다. 그러다 그의 음악적인 지평을 좀 더 넓혀준 축제가 있었다.   

"2014년 제주평화축제가 있었는데 공연을 함께 준비했다. 자연속에서 공연하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기획팀으로 있으면서 일본으로 가게 되었고, 무용가나 요리하는 재일코리안 사람들도 제주에 있었는데 같이 준비하면서 교토 아야베 같은 곳에 회의차 참석을 하게 되었다. 부모들의 고향이 제주이면서 일본에 살고,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들이 제주에서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일본 쪽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다.  

작년에도 공연을 준비하며 교토에 가서도 조선학교, 김시종 시인과 가수 이정미 등 재일동포 예술인들을 만났다. 그런 분들의 배경이나 아픔을 접하다 보니 음악으로 연결되고 싶었고, 일본에 있는 동포들 사회에서 일본어도 배우고 나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공연이 끝나면 당분간 일본에서 지낼 것이다." 
 
더블베이스 연주가 이동희 인터뷰는 어색하다고 했지만 속살까지 다 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 본인 얘기를 다 풀어내주었다

▲ 더블베이스 연주가 이동희 인터뷰는 어색하다고 했지만 속살까지 다 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 본인 얘기를 다 풀어내주었다 ⓒ 수피아

 
이동희는 2017년 12월에 발매한 <해동성국-도깨비플레이>라는 앨범에서 더블베이스로 아프리카 스타일 기반의 실험음악을 협연하기도 했다. 장르로서 갇히고 싶지 않다는 그는 앞으로도 실험적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기획도 하는 등 재일동포, 일본, 대만 친구들과도 작업하는 역사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더블베이스 굵은 줄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묵직한 소리와 큰 나무통에서 나오는 울림이 매력적이라는 그는 더블베이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많은 뮤지션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으로 꼽았다. 더블베이스의 매력과 너무나도 닮은 이동희 연주가. 앞으로도 그가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음악과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덧붙이는 글 공연 장소: 작은물4층 (을지로3가역 7번출구 도보 2분, 서울시 중구 을지로16길 6)
일시: 2019년 2월 9일 오후 6시 오픈, 7시부터 연주 시작
현장 예매도 가능
이동희 더블베이스 해동성국 재즈 작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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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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