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김성훈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의 김성훈 감독이 2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킹덤' 김성훈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의 김성훈 감독이 2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1월 25일, 글로벌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공개됐다. 대중은 물론 제작자에게도 조회수나 관객 수를 알리지 않는 넷플릭스의 정책 탓에 구체적인 흥행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SNS를 타고 전 세계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날아오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훈 감독은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라 조증과 울증 사이를 오가고 있다, 신기한 경험"이라며 웃었다. 

"기존에 영화 작업했을 때는 관객 수를 보고 성공했는지 안 했는지를 알 수 있었지만, 이번엔 흥행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해외 반응을 무방비 상태로 만나고 있잖아요. 포르투갈어로 된 리뷰, 스페인어로 된 리뷰를 구글 번역기로 번역해 읽고 있는데, 물론 번역이 매끄럽진 않죠. 하지만 '좋았다' '나빴다' 정도는 확인할 수 있으니까. 신기한 경험이에요. 넷플릭스에서 수치는 확인해주지 않지만 우회적으로 분위기를 알려주더라고요. 근데 제가 궁금한 건 숫자. 엑셀로 정리된 파일. 올해 목표예요. 넷플릭스에 잠입해서 정확한 숫자를 알아내기. (웃음) 어떻게 알아내야 할지는 연구 중이에요. 하하하."  

넷플릭스 제작자들은 성공 여부를 다음 시즌 제작 제안 여부를 두고 판단한다고 한다. 하지만 <킹덤>은 시즌1이 오픈되기도 전인 지난해 11월, 시즌2 제작이 확정됐고, 곧 시즌2 촬영이 시작된다. 인터뷰 장소에 나와 있던 넷플릭스 관계자는 "첫 시즌이 오픈되기도 전에 다음 시즌 확정 짓는 건 넷플릭스 전체로 봐도 이례적인 결정이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다 놀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만큼 <킹덤> 시리즈에 거는 넷플릭스의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다. 김은희 작가가 7년을 품고 키워 온 탄탄한 스토리와, 이 이야기를 감각적이고 흡인력 있는 영상으로 구현해 낸 김성훈 감독의 연출이 만든 결과다. 

한옥, 아름답고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담아냈다  
     
<킹덤>은 김성훈 감독의 첫 사극이기도 했다. 영화계에는 '사극으로 데뷔할 거 아니면 사극 연출부는 하지 마라'는 불문율까지 있을 정도라는데, 그만큼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전체 출연자들의 의상과 분장을 모두 세팅해주어야 하는 데다, 촬영 장소 찾는 것도 현대물에 비해 더 힘들다. 

"이번엔 사극인데다 좀비가 나오잖아요. 그 많은 좀비 출연자들의 특수분장까지 다 하려면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들죠. 거기다 겨울에 촬영을 했는데, 사극은 현대 문물이 없는 곳에서 촬영해야 하잖아요. 그건 곧 온기가 없다는 뜻이거든요. 추위의 고통을 실감하면서 촬영했죠. 여러 가지로 간단치가 않았어요. 하지만 그만큼 만족도도 컸어요. 현대극이라면 담아낼 수 없는 예쁜 그림, 장소... 미학적인 면에서 할 게 너무 많았어요. 사극만의 쾌감이 있더라고요." 

김성훈 감독이 가장 공들여 담아내고 싶었던 건 한옥의 아름다움이었다. 일상적으로 '한옥이 예쁘다'는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영화 연출을 위해 자세히 들여다본 한옥은 더 매력적이고 미스터리한 공간이었다고. 김 감독은 "한옥은 스릴러에 너무 적합한 공간"이라며 말을 이었다. 

"현대 건물은 벽이고 유리잖아요. 완전히 들여다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죠. 하지만 한옥의 창문에는 창호지가 발라져 있죠. 누군가 지나가면 그림자도 보이고 소리는 들리지만 누구인지 확인할 순 없고, 벽과 문이 나를 완벽하게 보호해주지도 못하고요. 또 대청마루 아래에는 숨어들 만한 공간도 있죠. 곳곳에 은밀한 공간이 다양했어요. 조명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분위기도 색감도 달라지고... 이런 공간들을 최대한 구석구석 활용하고 싶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 Netflix


한옥의 구석구석을 활용해 선보이는 액션 장면에는 자연스럽게 한옥 구석구석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담겼다. 하지만 이 때문에 촬영의 어려움도 컸다. <킹덤>에서 한옥은 일상적으로 머물고 지나가는 장소가 아닌, 도망치고 부수고 망가뜨려야 하는 장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공간은 가뜩이나 섭외가 쉽지 않은데, 손상의 위험이 커 부담스러웠다. 주로 세트를 활용했지만, 실제 고택에 비하면 퀄리티 차이가 났다. 

"세트와 문화재. 그 접점에 있는 장소가 민속촌이었어요. 고증도 잘 돼 있고, 관리도 잘 돼 있었으니까요. 민속촌도 부수면서 촬영할 순 없으니 어려움이 있었는데, 다행히 용인 민속촌에서 협조를 잘 해주신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죠. 그래도 촬영 중 망가뜨린 건 다 물어줘야 했는데, 초반에 영신(김성규 분)이 아이를 안고 기와를 밟으며 다다다다 달려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밟을 때마다 기와가 다다다다 부서지는 거예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제작비가 어휴... 하하하" 

모두 공들여 섭외하고 촬영한 만큼 촬영지가 하나같이 다 기억에 남았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1부에 등장하는 창덕궁 후원이었다. 문화유산이라 촬영 허가가 어려워 여러 번 거절당한 끝에 딱 하루의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창덕궁 후원의 아름다움과 그 아래 감춰진 추악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가장 아름다울 때 가장 예쁘게 담아내고 싶었는데, 촬영 허가받은 날이 하필 날씨가 흐리더라고요. 아쉬웠죠. 그래도 만족스럽게 담긴 것 같아요." 

<킹덤>만의 어떤 것 

좀비물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낯선 장르 중 하나였다. 익숙지 않았던 좀비가 최근 <부산행>의 흥행 이후 잇따라 등장하면서, 관객 입장에선 '좀비'라는 말만 들어가도 '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다른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진 않았을까? 

"기존 좀비물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은 없었어요. <부산행>의 성공 이후, 한국에서 나오는 좀비물은 무조건 <부산행>과 비교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부산행>은 <부산행>대로 좀비물의 대중성을 확보해준 중요한 작품이고, <킹덤>은 <킹덤>대로 발전된 특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획의도와 서사, 그에 맞춰 디자인한 좀비... 우리가 가진 것 자체가 우리의 무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영화 연출자니까, 우리만의 어떤 것, 우리 작품만의 쾌감을 드리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죠. 조선 시대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이용한 잔혹함과 미학을 담고 싶었어요. 그게 사극 좀비물의 가치가 아닐까 싶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스틸 컷. ⓒ Netflix

 
애써 다른 좀비의 모습을 위해 노력했다기보다, <킹덤>의 서사와 전통 가옥이라는 장소에 맞는 공포를 위해 하나하나 요소들을 더해갔다. 공개 이후 화제가 됐던, '의녀 좀비탑'이나 '쌍칼 좀비' 장면 등은 김성훈 감독의 아이디어였는데, 모두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장면이다. 특히 의녀 좀비탑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자에 물어뜯기는 인간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장면이라고. 

"의녀는 좀비에 물어뜯기는 첫 번째 희생자잖아요. 그만큼 상징성이 있었고, <킹덤>의 시그니처가 될 만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보자마자 '이게 <킹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요." 

하지만 김성훈 감독이 <킹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김 감독이 꼽은 <킹덤>의 터닝 포인트 장면은 좀비균에 감염된 아들이 아버지를 물고, 자식을 구하려던 엄마가 자식을 무는 장면이었다. 

"서양 영화에서 좀비는 그저 무찔러야할 대상이고, 변하면 죽여야 할 상대잖아요. 하지만 우리 전통의 정서에서 죽었던 가족이 깨어난다면, 무섭고 기괴하겠지만 반갑고 신기한 마음도 크지 않을까요? <킹덤>에서도 초반엔 죽었다 깨어난 아내에게 다가가잖아요. 하지만 그러다 물리죠. 계속 이 패턴을 반복할 순 없으니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괴질에 걸리면 천륜이고 인륜이고 없다, 우리가 살려면 제거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거요." 

넷플릭스의 무한한 자유, 그리고 시즌2 
 

'킹덤' 김성훈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의 김성훈 감독이 2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킹덤' 김성훈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의 김성훈 감독이 2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넷플릭스는 창작자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김성훈 감독에게 정말 그랬는지 묻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감독은 "하지만 방관자는 아니었다"며 설명을 보탰다. 

"기획 때부터 시나리오 회의를 했어요. 주로 화상으로 회의를 했는데, '이렇게 고쳐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는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이해가 안 가니 이해가 가도록 바꿔달라'가 아니라, '이해가 안 되는데 이해가 안 돼도 괜찮은 장면인가요?'였어요. 새로웠죠.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으면 그냥 뒀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자막으로 보충 설명을 했어요. 아무래도 여러 문화권의 시청자가 봐야 하니까 필요한 과정이었죠." 

설 연휴가 끝나면, 바로 <킹덤> 시즌2의 촬영이 시작된다. 현재는 촬영을 위한 여러 과정을 컨펌하는 단계에 있다. 김성훈 감독은 시즌2의 초반부만 연출하고, 후반부는 영화 <특별시민>을 연출한 박인제 감독이 맡는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시스템. 김성훈 감독은 "미국에서는 드라마의 한 시즌이라도 에피소드별로 감독이 다르다더라, 이런 할리우드식 시스템이 우리 제작 시스템에도 좋은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 것 같다"고 했다. 

"외국은 에피소드별로 감독이 달라도 연속성 있게 완성되잖아요. 한국에선 흔하지 않은 시스템이라 처음엔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창작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좋은 변화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말하면 설레발이겠지만, <킹덤>은 시즌10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소한 시즌 3, 4까지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할 것 같고요. 일단은 시즌2 촬영이 코앞이라 여기에 집중해야죠." 

킹덤 김성훈 김은희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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