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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 주 쉬고 돌아온 '에디터의 편지'입니다.

그사이에 한국 사회는 늘 그렇듯, 새로운 이슈로 떠들썩해졌네요. 바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사랑(?)입니다. 지난 15일 SBS가 그의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손 의원은 탈당까지 감행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고, 23일에는 목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 못지않게 SNS에서 주목받은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이른바 '목포 군함도'라고도 불리는 <오마이뉴스> 사진부 이희훈 기자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원본에 노출 보정 작업을 더해 마치 극화 같은 느낌을 주고 있는데요. 좀비영화 포스터 같다, 너무 살벌하다 등등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23일 오후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의 모습. 이 사진은 노출 조정을 통해 극적효과를 더 했다.
▲ 손혜원 의원 목포 회견 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23일 오후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의 모습. 이 사진은 노출 조정을 통해 극적효과를 더 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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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23일 오후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의 모습.
 목포 원도심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23일 오후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희망지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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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훈 기자의 사진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2014년 문창극 당시 국무총리 후보를 이용(?)한 다양한 사진을 선보여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같은 해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강렬한 눈빛을 포착한 사진은 '보도사진이란 무엇인가'하는 논쟁을 낳기도 했습니다. 목포 군함도 사진은 이 논쟁의 2019년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도대체 이희훈 기자는 왜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요? 저 역시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기사 읽기] ☞ 나경원의 목포, 손혜원의 목포 http://omn.kr/1gyvh

- 이슈메이커 이희훈 기자, 문제의 사진 노출 보정은 왜 했나요.
"그냥 '이렇게 하면 좀 더 극적으로 보이겠다' 싶어서요. 또 개인 SNS에 재밌는 상황들을 올리곤 하는데 그 용도로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기사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사진부장이 판단했어요."

- '사알못(사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노출 보정이라는 건 정확히 뭐죠.
"RAW라고 가능한 모든 정보가 다 저장하는 파일 형식이 있어요. 사진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일종의 디지털필름이에요. 노출 보정은 그 파일에서 밝은 부분을 낮추고, 어두운 부분을 높여서 잠재돼있던 색이랑 빛을 다 드러나게 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저는 포토샵을 이용했는데,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해요. 애플리케이션은 아닙니다. 단순한 테크닉이에요."

- 그런데 노출 보정이 주는 강렬함이 크기도 하지만 구도 자체가 그림 같던데.
"구석구석 찍는 게 우리 일이고,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낡고 오래된 목조건물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상황 자체를. 실제로 먼지가 많아서 마스크 쓴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분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기자회견의 주인공이 손혜원 의원이 아니라 언론임을 제대로 보여준 사진이다, 언론 역시 분쟁의 한 쪽 당사자다'라고 했는데 그런 해석도 일부 맞고요. 하지만 '일단 그림이 돼서' 찍었죠. 다른 사람들은 촬영하지 않는 구도이기도 하고요(당시 키가 큰 이희훈 기자가 손 의원 뒤로 다가가 사진을 찍자 다른 기자들이 '나오라'고 소리지르며 항의하기도 했음 - 편집자 주)."

- 지금 이 사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보도사진으로 적합하다, 아니다부터 너무 드라마틱하게 잘 찍었다, 현장을 왜곡했다 등등.
"그런데 이게 어찌 보면 의미 있는 사건일 수도 있어요. 이런 현장 사진을 기사로 내보낸 사례가 없거든요. 오마이뉴스 사진부 안에서도 비슷한 경우에 '이건 보도사진이 아니다'라고 의견이 엇갈린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어쩌면 이 사진을 시작으로 보도사진의 새로운 형식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나중에 '이 형식은 2019년 한 온라인 매체가 처음 시도했다'고 말할 수도 있고요. 출처는 꼭 적어주시길."

- 본인이 생각하는 '보도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답해준다면.
"사진은 이미지로 말하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보도사진 역시 뉴스를 전제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언어 문법이죠. 때로는 각 언론사의 문법이 사진기자 개인의 표현방식보다 강할 때가 있어요. 반대로 개인의 이미지문법을 존중하는 언론사가 있고요

저는 보도사진에서 점점 더 개인의 현장 전달력이 존중되길 바라고 있어요. 또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독자들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다양하고 쉬운 이미지 언어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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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에디터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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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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