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최근 종영한 OCN <신의 퀴즈: 리부트>에 김재원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깜짝 놀랐다.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은 물론, 살기가 가득한 눈빛에 속을 알 수 없는 웃음까지. 김재원이 연기한 현상필은 홍콩 최대 조직의 '넘버2'로, 천재적인 두뇌와 뛰어난 격투 실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잔혹함과 광기로 똘똘 뭉친 인물이었다. <로망스>나 <내 사랑 팥쥐>에서 익히 보아온, 선한 인상의 '살인미소' 김재원이 익숙한 시청자라면, 너무 낯선 김재원의 모습에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22일 서울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재원은, 현상필을 연기하며 "오랜만에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고 했다. 최근 주말드라마 위주로 활동하며 안정적인 캐릭터와 감정을 주로 연기해왔던 그에게, 심의 기준이 높은 OCN 채널의 수사극은 오랜 갈증 끝에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덕분에 처음 도전하는 강렬한 악역이었음에도, 걱정보다는 설렘과 기쁨을 느끼며 연기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에 대한 걱정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걱정이 더 컸어요.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스스로 자신 있고 당당하게 연기하면 남들에게도 괜찮아 보이지만, 배우가 쭈뼛쭈뼛해하면 한없이 어색할 수밖에 없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홍콩에서 자란 인물이라는 설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제일 걱정됐는데, (극 안에) 등장하고 나니 시선이 헤어스타일에 쏠리더라고요. 헤어스타일의 충격이 컸는지 '연기는 괜찮은데 머리는 정말 아니다'라는 댓글도 있고... 어떤 의미에선 성공적인 헤어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작심한 연기 변신, 헤어스타일 충격이 더 컸다? 
 

'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현상필이라는 인물 설정을 보고, '김재원'이라는 배우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가 데뷔 이래 보여준 모습들을 떠올린다면 말이다. 하지만 <신의 퀴즈> 제작사 대표는 평소 즐겨보던 채널A <도시어부>에 출연한 김재원의 모습을 보고 캐스팅을 결정했다. 며칠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해 인상을 쓴 그의 얼굴에서 '조커'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냥 착하고 선한 이미지로만 생각하셨는데, 인상 쓴 표정에서 악을 보셨대요. (웃음) 대놓고 악인처럼 생긴 얼굴보다, 선한 얼굴에서 악이 드러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캐스팅하셨죠. 처음 현상필은 기원에서 바둑을 두면서 티 안 나게 사건을 조종하는 인물이었지만, 제가 캐스팅되면서 조커의 이미지로 바뀌었죠. 더 파격적인 이미지를 위해 국내보단 홍콩에서 성장한 캐릭터로 바뀌었고요." 

<신의 퀴즈>는 9년 동안 방송된 국내 최장수 시즌제 장르물이다. 이미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 사이에 녹아드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극 안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한진우(류덕환 분) 박사와는 극 후반부에 가서야 마주했다. 호흡 맞출 새도 없이 극도의 긴장 구도를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았겠다 물으니, "류덕환이라는 내공 있는 배우 덕분에 따로 호흡 맞출 필요도 없었다"고 했다. 

"류덕환 배우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워낙 연기를 오래 해온 배우들이라 그런지 호흡을 맞출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연기자가 연기를 잘하려면 상대방이 잘 맞춰줘야 하는데, 한 번에 딱딱 바로바로 받아주시더라고요. 좋은 배우, 좋은 스태프들과 일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죠. '아 연기가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었지'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신드롬급 데뷔, 그 후 
 

'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로망스> 방영 당시 김재원의 인기는 가히 신드롬급이었다. 하지만 그 임팩트가 너무 컸던 탓일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김재원의 대표작은 MBC <로망스>다. 벌써 17년이나 흐른,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그의 초기작인데 말이다. 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해 성공을 거둔 작품도 여럿 있었지만, <로망스>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김재원'이라는 배우를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한 일이죠. 배우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에게 이름 석 자 각인시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미지 변신의 욕구도 있었지만, 원래 첫인상이 강렬하면 잘 잊히지 않잖아요. 처음부터 큰 사랑을 받았고, 오래도록 기억될 만큼 좋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뜻이니까 개인적으로는 만족해요." 

김재원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당시를 "썩 좋진 않았다"고 했다. "얼떨결에 배우가 돼 갑자기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다지 행복하진 않았다"면서.  

"데뷔하고 3년 연속으로 상을 탔는데 어느 날 너무 고민되는 거예요. 난 더 이상 보여드릴 게 없는데 어쩌지? 연기도 못하는 놈이 어쩌다 운 좋게 배우가 돼서 계속 상을 받고 있는데 이 다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죠. 고민 끝에 방황이 시작됐죠.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연기에 힘이 너무 들어갔죠. 하지만 이젠 많이 내려놨어요."  

<리얼스토리 눈> 진행자로 보낸 4년의 시간
 

'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재원은 2014년부터 약 3년 6개월 동안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을 진행했다. <눈>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어린 친구들은 내가 아나운서인 줄 안다"며 웃었다.  

"처음엔 일주일에 5일 녹화를 했어요. 매일 살인, 협박, 강간... 별의별 사건들을 접하다 보니 정서가 안 좋아지더라고요. 즐겁고 행복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도 모자랄 판에, 매일 일어나면 사기꾼 살인자들 이야기만 접했으니까요. 제 마음도 시커메지는 것 같았죠. 전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내레이션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격앙되기도 했어요.  

저는 사회나 정치, 시사 문제에 그리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여러 사건을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죠. 정치가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한지, 우리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요. 어릴 때 데뷔해서 사회나 세상 분위기에 대해 잘 몰랐는데, <눈>을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었죠. 

사실 매니지먼트에서는 거의 분기마다 <눈> 그만해야 한다고 했어요. (웃음) <눈> 때문에 작품이 안 들어온다, 이미지가 굳어지면 어쩌냐, 어린 친구들은 아나운서인 줄 안다...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 나이가 그리 많진 않지만,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이유 없이 다가온 경험은 없더라고요.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주어진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와요. <눈>은 당시 제게 주어진 역할이었고, <눈>을 진행하며 배운 것들, 경험한 것들, 배운 것들이 제 연기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미성숙한 인간이지만, <눈>을 하기 전과 지금의 저는 분명 다른 사람이거든요."  

 
'봐줄 만 한 배우' 되고 싶다 
 

'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의 퀴즈:리부트' 배우 김재원 OCN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의 배우 김재원이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얼떨결에 배우가 됐고, 갑자기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감사하긴 했지만 그다지 행복하진 않았다.' 김재원이 회상하는 자신의 전성기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에 대한 고마움보단 부담감이 더 컸고, 대중의 날카로운 말 하나하나에 상처받고 갑갑하다고만 느끼던 때도 있었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를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을 뿐,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이상 견뎌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그가 배우로서 꿈꾸는 목표는 "어떤 작품에서든, 시청자(관객)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다. 

"배우로서는 여전히 시작 단계예요. 전에는 연기자가 하나의 인물을 세팅해 조각하고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걸 몰랐어요. 가볍게 생각했죠. 가벼움이 필요한 작품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잖아요. 

<신의 퀴즈: 리부트>는 20년 배우 생활을 통해 이제야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기에 만난 작품이에요. 현장에서 죄송할 정도로 감독님께 묻고, 또 물으면서 촬영했을 정도예요. 지금까지 해왔던 장르, 보여드렸던 연기 말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모두 한 번에 잘할 수는 없겠죠. 제 목표치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봐줄 만 한데?' 정도예요. 이렇게 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시나브로 완성되는 순간이 있을 거라 믿어요. '곧잘 하네', '김재원 나오면 볼만해' 소리를 듣는 거, 그게 제 최종 목표예요."

신의퀴즈 김재원 현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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